[박정원의 시사 focus] 쿠르디, 다크니시 그리고 리암

시리아 내전 피해 도망치다 터키 앞바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아일란 쿠르디
시리아 알레포에서의 폭격으로 피투성이가 된 옴란 다크니시
시리아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에 깔렸지만 자신의 동생을 구하고 숨진 리암
살려 달라는 시리아 어린이들의 외침, 그 외침을 외면하지 말아야

 

2015년 9월 세상을 울린 한 장의 사진이 공개됐다. 전쟁이 없는 더 평화로운 세상을 찾아 그리스로 향하던 중 생을 마감한 한 아이의 사진이었다. 아일란 쿠르디. 그 사진이 찍힌 당시 그는 세 살배기 아이였다. 시리아에 살았던 쿠르디는 내전을 피해 그리스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가족과 함께 쿠르디가 탄 배는 지중해에서 난파되었고, 쿠르디는 터키 보드룸의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삼 년이라는 시간 동안 쿠르디의 눈에 비친 지구의 모습은 포탄이 터지고, 자신의 이웃이 죽어가는 모습뿐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비극적인 하루하루를 보내던 쿠르디의 마지막 모습은 너무나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빨간색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채로 잠든 것 같은 모습의 쿠르디였다. 죽은 쿠르디의 사진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를 통해 '파도에 휩쓸린 인도주의'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이후 유럽 내에서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당시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난민 위기의 진정한 비극을 보여준다"는 제목과 함께 쿠르디의 사진을 1면에 실었고, '인디펜던트'는 "파도에 실려 온 시리아 꼬마의 사진이 난민에 대한 유럽의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대체 무엇이 바뀌겠는가?"라며 유럽 사회의 난민에 대한 미온적 태도를 지적했다.

 

시리아 내전의 비극을 보여 준 사진은 쿠르디의 사진뿐이 아니다. 옴란 다크니시, 그가 구조될 당시 그의 나이는 다섯 살에 불과했다. 다크니시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면서 세상은 다시 한번 충격에 휩싸였다. 영상 속의 다크니시는 흰 먼지와 피로 범벅이 된 채 울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폭격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듯 너무나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머리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 내는 다크니시의 모습은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쿠르디 이후 잊고 있던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다시 한번 일깨우게 했다. 다크니시가 살던 곳은 시리아의 알레포이다. 그는 알레포의 동부 지역인 콰터지(Qaterji)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하얀 헬멧의 대원에 의해 구출됐다. 알레포 전투에서 반군의 패색이 짙어져 가던 2016년 8월, 러시아 군대와 시리아 정부군은 알레포 공습을 결정하고 무자비한 공습을 한다. 이때 다크니시의 집도 무너져 내렸다. 다크니시는 '운 좋게' 이 공습에서 살아남았지만, 이때의 공습으로 약 1,000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스'는 영상 속의 다크니시가 "알레포의 고통의 상징"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하미드 다바시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는 2016년 8월 17일 '알자지라'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오늘 이 '상징'(다크니시)을 우리에게 전하는 언론은 정신 분열을 앓고 있는 미치광이의 집중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내일이면 이 '상징'은 또 다른 것에 가려 잊힐 것이다. 충격으로 얼어붙은 옴란 다크니시의 눈망울 속에는 그가 사는 이 세상에 대한 고발이 담겨있다."

 

그리고 오늘 너무나 가슴 아픈 사진이 국내·외 언론에서 공개되었다. 다섯 살 소녀 리암의 사진이다. 사진 속의 그녀는 공습에 의해 무너진 건물의 잔해에 머리와 두 팔만 제외한 모든 몸이 묻혀 있었고, 그녀의 손에는 동생 투카가 잡혀있었다. 다섯 살의 '언니' 리암은 7개월 된 동생의 옷자락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사진이 찍히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건물은 완전히 붕괴되었다. 비극적이게도 리암은 자신의 동생을 살리고 5년간의 짧은 인생을 마무리 지었다. 반군의 마지막 거점인 이들리브주를 대대적으로 공습하면서 일어난 비극이다. 어른들의 전쟁에 의해, 어른들이 만들어 낸 상황에 의해 오늘도 아무 죄 없는 어린아이가 희생되었다.

 

이 세상에 '해야만 하는' 전쟁은 없다. 이 세상에 희생 없는 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렇게까지 피해를 보면서 전쟁을 하느냐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쿠르디가 본 참혹한 세상, 다크니시의 눈동자에 비친 비극적인 세상, 리암이 견뎌야 했던 전쟁의 무게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일 것이다.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지 만 8년째이다. 그동안 약 37만 명의 민간인이 죽었다. 시리아 내전은 중단되어야 한다. 더는 죄 없는 어린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마음껏 꿈꿔 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더는 어린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불안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쿠르디, 다크니시, 리암, 그리고 많은 시리아 어린이들의 살려 달라는 그 외침을 우리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외침이 더는 울려 퍼지지 않는 그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평화로운 세상을 찾아 항해하다 죽은 쿠르디, 끝까지 동생을 살리기 위해 동생의 옷자락을 놓지 않았던 리암, 내전으로, 테러로 아무 죄 없이 죽어 나간 37만 명의 시리아 국민들의 명복을 빌며 남은 시리아 국민들이 더는 희생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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