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웅의 스포츠 칼럼 1] 더 나은 '우리의 축구팀'이 되기 위하여 (엠블럼편)

우리 팀 만의 Brand Identity 구축하기

물이 들어왔다. 노를 저을 차례다.

 

 

지난 3월, 사상 최초로 6경기 연속 A매치가 매진됐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들이 그 속에 상호 유기적으로 발생해 이렇게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어냈겠지만, 결과에 만족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조금 더 근본적으로, 기초적으로 우리가 무엇보다 고쳐나가야 이런 매진 사례가 전혀 신선한 일이 아닌지, 알아가 보도록 하겠다.

 

우선 해외로 눈을 돌리기 전에 우리의 K리그를 바라보자. 사실 국가대표는 국내 리그에서 실력이 출중한 선수들을 뽑아 구성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각자 바라보는 곳은 다를 수 있다. 그곳이 K리그가 될 수도, 잉글랜드의 EPL이 될 수도, 독일의 분데스리가가 될 수도 있다. 어느 리그에서 뛰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마음가짐을 갖고 뛰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어찌 됐든, 해외로 눈을 돌리는 선수들이 늘어나는 그 이유를, 나는 K리그의 침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요즈음에는 활활 타오르고 있지만, 축구팬의 입장에선 언제 꺼질지 모르는 바람 앞의 촛불 같다는 느낌이 상당히 강하다. 왜일까? 왜 그들은 고정적으로 입장하는 팬이 아닌, 일시적으로 입장하는 팬일까? 그들은 그들의 클럽을 사랑하지 않는 걸까? 아니면, 축구클럽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을까? 언제까지 서포터즈를 할까? 이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이 바로 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의 결여에 있다고 생각했고, 그 결여는 팀의 정체성, 즉 Team Identity가 바로잡혀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팀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인 엠블럼을 들여다보며 개선점을 이야기해 보겠다.

 

 

-독립된 클럽만의 고유명칭 사용

 

K리그에는 12개의 팀이 있고, 팀의 명칭에 모기업이 들어간 구단은 수원 삼성 블루윙즈, 울산 현대, 전북 현대  모터스 등이 있고, K리그 2까지 들여다보면 부산 아이파크와 서울 이랜드 등이 있다. 이 클럽들의 팀 브랜드 네임은 클럽의 주인은 지역민이 아닌 모 기업임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클럽의 명칭에서 이들 모 기업명을 제외한다면 클럽의 독립적인 브랜딩과 장기적인 마케팅에 있어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여전히, 그리고 철저히 모 기업 중심의 브랜드 네임을 고집하는 것은 진정 주인이어야할 지역민들을 외면하고 클럽에 대한 충성도 형성을 방해하는 것이다. 일본의 J리그가 초창기부터 클럽의 명칭에 모 기업명을 삽입할 수 없도록 했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모 기업명을 빼고 연고지명만을 사용하거나 클럽 특유의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고유 명칭을 만들어 칭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수원 삼성 블루윙즈가 아닌, 모 기업 삼성을 제외한 수원 블루윙즈의 형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클럽의 TI에서 모 기업의 CI요소 배제

 

팀 엠블럼의 원초적인 콘셉트로부터 구성요소, 컬러에 이르기까지 모기업의 이미 지나 CI 요소를 기본으로 제작된 현재의 TI들로는 클럽의 충성도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음은 물론이고 독립된 브랜드로서의 자산 가치 창출에도 걸림돌만 될 뿐이다. 특히 노골적으로 삽입된 모기업의 심벌 또는 로고는 축구클럽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하는 근본 원인이다. 따라서 우리의 축구클럽만을 위한 독특한 TI 전개 전략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팀 엠블럼의 콘셉트와 형태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개발에 있어서 시장조사와 선행연구는 무척 중요하다. 연고지역의 역사와 지역민들의 정서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과 연구는 클럽의 상징이자 팬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매개체인 엠블럼 개발에 있어 기본이 되어야 할 사항이다. 지역민의 감성과 체험적 인식을 반영한 TI야말로 그 본질에 충실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프로축구클럽들의 경우 모기업에 소속된 대행사나 외부 대행사에 일괄 위임하여 TI를 기획, 제작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는 팀의 정체성의 중요성을 간과했다고 할 수 있다. 또 공모를 통하여 클럽의 TI를 채택하는 사례도 많은데, 정말 의외로 훌륭한 작품이 탄생할 수도 있고 팬들의 의견을 묻고자 하는 의도는 좋다. 하지만 충분한 표본을 대상으로 한 조사와 연구 없이 출품자의 주관적 콘셉트와 모티프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고 결정 과정에서도 구단 수뇌부의 개인적 선호와 취향이 절대적인 영향을 발휘하기 때문에 참고 자료로서의 가치는 있다고 하겠으나 그 효용성에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진짜 우리를 대표하는가?'

 

 

-TI 소재와 형태의 다양화

 

엠블럼 소재에 있어서 연고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접근 방법이나 독창적인 고유의 모티프가 있다면 다양한 접근을 시도할 필요성도 있다. 유럽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신화, 창설자의 이념, 심지어는 고장의 민담 등도 클럽의 이념과 비전을 확고하게 전달할 수만 있다면 하나의 차별적인 모티프로서 적극적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형태와 기타 디자인 요소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유럽의 문장을 모방한 방패형으로의 외형 획일화는 한국 프로축구클럽 TI의 다양성 및 개성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개선이 요구된다.

 

 

-한국적인 소재와 형태의 개발과 활용

 

K리그 팀들의 엠블럼을 보다 보면, 모든 팀의 엠블럼의 외각 형태가 유럽 스타일의 방패형으로 획일화되고 있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한국 프로축구클럽의 Team Identity에서는 한국적인 색채를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도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요소들을 발견하고 개발해야만 한다. 한국의 형상적 특징을 요약․함축하여 조형 언어로 전형화된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독자적인 형식미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용, 태극, 단청문양 등 응용 가능한 수많은 전통 문양들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한국인만의 정서를 수용할 수 있는 훌륭한 엠블럼의 제작이 용이해질 것이다. 물론 한국적인 요소만큼 지역적인 요소 역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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