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은의 자연과학 칼럼] 막아야만 하는 사고, 원유 유출

Beach, Ocean, Oil, Oil Spill, Sand, Vacation, Coast

 

당신은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온몸이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새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움직일 수조차 없이 긴급히 구조를 요청하는 듯 입을 벌리는 것이 그 새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만약, 우리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그 새는 하는 수 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아무 죄가 없는 생물체가 이런 피해를 받는 것은 상식적으로 매우 불합리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매우 긴 시간 동안 지구라는 행성 위에 수없이 많은 불합리한 일들을 벌여놓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새에게 피해를 준 직접적인 원인인 '원유 유출'이다.

 

원유 유출은 말 그대로 석유, 경유, 기름 등과 같은 원유가 외부로 유출이 되는 사고를 뜻한다.  이는 어디에서든지 일어날 수 있어 원유 유출 장소의 제한은 없지만, 가장 높은 빈도로 일어나는 장소는 바로 바다이다. 바다에서의 원유 유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원유가 유출되는 순간, 기상 조건에 따라 빠른 속도로 넓은 지역으로 확산한다. 약 100L의 기름은 1㎛의 두께로 1㎢의 수면을 덮을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산소와 광사선을 아예 차단되어 해양 생태계에 필수적인 요인들의 공급이 막히게 되고, 궁극적으로 생태계 순환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어진다. 이 외에도 위에서 언급한 '기름에 뒤덮인 새'와 같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받는 생물들도 생긴다.  원유 유출이라는 일회적인 사고는 훨씬 더 확장된 범위에서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525991&cid=47340&categoryId=47340)

 

그렇다면, 최근에도 원유 유출 사고가 일어났었는지 알아보자.  약 세 달 전인 5월 29일, 시베리아 지역의 한 발전소 저장시설에서 약 2만 톤의 경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그 주변 지역 약 350㎢의 범위가 오염되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인근 토양이 전부 기름에 흠뻑 젖은 상태라고 전해졌으며, 결국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베리아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기까지 하였다. 이 원유 유출 사고의 규모는 러시아 역사상 두 번째로 크며, 완전히 회복되는 데에만 약 10여 년 이상이 걸리고, 복구하는 데에 필요한 돈만 무려 1조 7500억 원이다. 

 

만약, 원유 유출이 단기간의 피해만 주는 사고였다면 조금이나마 다행이었을 텐데 매우 오랜 시간 동안 지속해서 피해를 준다는 것이 이 사고의 큰 단점이다. 이를 알 수 있는 사건이 바로 1991년에 발발한 걸프전이다. 이 전쟁 당시 이라크군이 해안에 있는 유전을 고의로 폭파하여 페르시아 만에 약 백만 톤에 가까운 양의 원유가 유출되었다. 현재 피해 양상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그 사고 지역인 쿠웨이트의 부르간 지역에서 깊이별로 시료를 채집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오랜 시간 동안의 기화 현상과 햇빛에 의한 광분해로 인하여 유출되었던 원유가 산화되면서 독성을 지닌 환경 오염물질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 마디로, 30여 년 전에 일어났던 원유 유출 사고는 지금까지 자연환경에 피해를 줘왔었다는 것이다.

 

Hand, Clean, Sponge

 

원유 유출 사고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금까지 수많은 방법이 사용되었다. 불을 붙여 태우기도 하고, 차단막을 쳐서 물에 뜬 기름을 걷어내거나 화학물질을 사용하여 작은 기름방울로 분산시키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2차 환경오염, 과도한 시간과 자금 투자 등과 같은 단점들이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그래서 현재 개발된 현실 가능성이 있는 대안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이 개발한 '특수 스펀지'이다. 이는 나노 복합재가 코팅된 스펀지로, 자체 무게의 무려 30배까지 기름을 흡착할 수 있다. 나노 복합재는 자성을 띠고 있어 흡수한 기름을 자체의 미세 구멍 안에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며, 흡수했다가 짜내기를 수십 번 반복해도 흡착 능력은 전혀 떨어지지 않다고 밝혀졌다. 심지어 탄소 소재로 이루어져 있어 기름과는 유연하게 결합을 하면서 물은 밀어내는 성질을 갖고 있어 원유 제거 작업이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인간은 절대 이 행성,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수없이 다양한 생물들, 그리고 자연과 공존하는 또 하나의 생명체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우리가 일으킨 환경오염을 원상태로 복구해야만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지금까지 인간 문명의 발전을 위해 이기적으로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목표의 범위를 넓혀 더 친환경적인 미래를 그려나갈 필요가 있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