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중] 배려를 만드는 점심시간

 

4교시 복도 끝에서부터 맛있는 국 냄새가 퍼질 무렵, 뱃속 시계는 이미 점심시간을 알리고 마음은 교실 밖으로 뛰어나간다. 학교에서 보내는 일과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은 바로 점심시간일 것이다. 특히 이현중학교는 고유의 독특한 점심시간 문화를 자랑하는 학교다. 학생들이 자부하는 이현중학교만의 특별한 점심시간 풍경을 소개한다.

 

이현중학교 점심시간의 가장 독특한 풍경은 바로 책을 읽고 계신 교장 선생님의 모습이다. 윤병찬 교장선생님은 매일 점심시간 단 하루도 빠짐없이, 급식실로 향하는 1층 계단 앞에서 손에 책을 들고 독서를 하신다. 학기 초에는 ‘학생들이 계단을 뛰어 내려가니, 위험 예방 목적으로 여기에 서 계신가? 그런데 왜 굳이 독서를..?’ 생각하며 의아해했다. 하지만 매 점심시간 같은 자리에서 접하다 보니, 독서 삼매경에 빠지신 교장선생님의 모습이 어느덧 익숙한 점심시간의 상징이 되었다. 책의 주제도 경제학부터 유전공학까지 다양한 가운데, 급식실로 줄 서 가던 학생들이 책 제목을 궁금해하면 흔쾌히 책의 내용과 교훈을 설명해 주신다. 그때마다 나누어 주시는 사탕은 덤이다. ‘사실 사탕을 받고 싶어서 제목을 여쭤봤는데, 듣다 보니 진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친구들도 여럿 있다. 선생님의 업무 중 유일한 자유시간인 점심시간. 평소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독서를 강조하신 선생님의 한결같은 독서 실천에 학생들의 마음도 서서히 물들어 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학생들의 행복한 점심시간을 위한 급식실 선생님들의 섬세한 배려도 돋보인다. 매일 영양 식단은 물론이고, 특정 시기에 맞춰 “두근두근 새 학기”, “파이팅!! 2학기 새 출발” 등 응원 메시지가 담긴 디저트를 따로 준비해 주시기 때문이다. 학기 초, 중간 기말고사 기간이면, 특별한 격려를 담은 점심 메시지에 학생들은 갑자기 기운이 난다. 지난 9월4일 공교육 멈춤의 날에는 “행복한 사람은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합니다”라는 글이 새겨진 컵케이크의 등장에, 학생들은 저마다 그 의미를 추측해 보며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특히 배식 때마다 “많이 먹어, 우리 공주님”과 같은 따뜻한 인사말로 사랑을 듬뿍 담아 주시는 조리사 선생님들 덕분에 학생들은 학교에서의 점심을 집밥처럼 의지하고 있다.

 

점심시간 선후배들의 안전을 위해 봉사하는 학생들도 눈에 띈다. 각 학급에서 자원한 급식 봉사 학생들이다. 반마다 4명의 봉사 신청자가 교대로 복도와 계단, 급식실에 배치되어, 학생들이 정해진 시간에 맞춰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고 이동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또한 조리사 선생님들과 함께 배식 봉사도 돕는다. 2주간의 첫 급식 봉사에 참여한 1학년 학생은 “급식 준비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조리사 선생님들께 감사한 마음이 더욱 커졌어요. 그 때문에 밥도 맛있고 전보다 더 많이 먹어요”하고 소감을 밝혔다. 매일 점심 식사를 가장 늦게 하는데도, 배식하며 친구들과 몇 마디 더 주고받는 재미, 그리고 전교 행사라 할 수 있는 점심시간에 기여할 수 있어 뿌듯함도 크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연이어 가슴 아픈 사건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서의 존중과 배려, 그리고 우리의 책임 의식에 대해 고민하게 된 계기였다.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학교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애써 준 마음 하나하나가 모여 우리의 학교생활을 특별하게 지탱해 주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행복한 사람은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합니다.”라는 문구가 우리의 마음을 두드렸듯이, 작은 배려를 차곡차곡 쌓아 교내에서의 아름다운 선순환이 만들어지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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