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의 수의학칼럼 4] 동물의 병원비는 적당한가요?

동물의료수가제와 동물보험

반려동물 진료비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고, 그에 따라 동물병원도 상당히 많이 생겨나고 있다. 가족처럼 기르는 반려동물이 항상 건강하면 좋겠지만 반려동물도 사람처럼 아프기도 하고 다치기도 하며 나이를 먹어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반려동물을 돌보는 주인이 동물병원을 다녀보면 병원비가 비싸다는 걸 느낄 것이다. 게다가 같은 주사라도 병원마다 가격차이가 나니 어느 병원이 합리적인 가격인지 소비자 입장에선 판단하기가 어렵다. 

 

동물의료 수가제와 현재의 진료비 체계

 

동물의료 수가체계란 동물 질병에 대한 진료부터 치료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발생하는 비용을 사람의 경우처럼 체계화한 제도를 말한다. 과거에는 동물의료수가 정가제가 실시되어 동물병원의 진료비가 일정했다. 1999년 정부는 자율 경쟁을 유도하여 진료비를 낮추겠다는 취지로 동물의료수가제도를 폐지했다. 현재는 진료비를 병원 자체적으로 책정하고 있고 가격도 차이가 많이 난다.

 

 

 

 

 

 

 

동물병원 진료비는 정말 비싼가?

 

사실국내 반려동물 진료비는 해외 동물병원 진료비와 비교했을 때 비싸지 않다. 하지만 보호자들이 진료비가 비싸다고 말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영향이 크다. 동물의료시스템에는 사람과 달리 의료보험(공보험)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의 경우 의료보험이 있어서 환자의 본인부담율은 25%지만 반려동물은 보호자의 본인부담율이 100%이다. 게다가 정부가 2011 7, 반려동물 진료비에 10%의 부가세를 부과하며, 보호자들의 진료비 부담을 가중시켰다.

 

 

 

 

 

 

 

동물병원 진료 항목 몇 가지를 사람 진료비와 비교해서 사람 진료비를 환자 본인부담금이 아닌 실제로 의사가 가져가는 돈으로 비교했더니, 더 저렴한 항목이 많았다.

 

 

 

 

 

 

 

물론 사람과 동물 의료행위에 동일한 가격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고 제도 상으로도 많은 차이가 있지만, 동물병원 진료비가 터무니 없이 비싼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건강보험 때문에 적게 내는 것이지, 실제 의료비가 싼 건 아니다. 현재 사람 의료보험도 적자를 보고, 보장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반려동물의 공적 의료보험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보험 시장이 활성화되어 보호자의 본인부담율을 낮춰야 하는 것이다.

 

변화의 흐름

 

대선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이 반려동물에 대한 공약을 걸었다.

 

1. 동물병원 치료비에 자율적 표준 진료제를 도입하며 시민의 알 권리 보장

2. 동물의료협동조합 등 반려동물 주치의 사업 활성화 지원

 

또한 국회의원들이 동물 진료에 대한 수의사의 용역을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발의하였고, 반려동물 진료비에 표준수가제를 도입하여 동물의료비용체계개선을 하자는 수의사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소비자 진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동물병원 표준진료수가제반려동물보험 활성화 방안진료비 공시제 등을 연구하고 있다. 동물 진료 표준수가체계가 도입되면 사람의 의료 분야와 마찬가지로 진료 항목이 표준화되고 항목별 진료비용이 동일해질 수 있다.

 

동물병원마다 진료비가 동일해야 할까

 

동물병원 진료비가 비싸다는 것과 함께 지적되는 문제점이 동일한 진료에 대해 병원마다 비용이 다르다는 점이다. 같은 진료는 같은 액수의 진료비를 받아야 하며, 가장 싼 곳을 제외한 나머지 동물병원은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일까?

 

사람의 경우에도 급여항목(건강보험에 포함되어 진료수가가 정해져 있는 항목)을 제외하면 병원마다 비급여 항목(건강보험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항목)의 진료비는 모두 다르다. 의료보험이 없는 동물진료는 사실상 모든 진료를 비급여 항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진료비가 다른 것이 당연한 이치다. 사람의 경우도 국내 335개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비급여항목 진료비 내역에 따르면, 복부초음파 검사의 경우 최대 7.7배의 가격차이를 보였다.

 

 

 

같은 진료 항목이라도 환자의 병력이나 증상, 수의사의 경력이나 경험 등에 따라 다른 치료방법이 선택될 수 있다. 진료비는 수의사의 임상경험과 전문성, 동물병원의 입지, 직원 인건비, 의료장비의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된다. 진료비를 결정하는 각 요소가 동물병원마다 다르기 때문에, 진료비 또한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료비를 똑같게 혹은 비슷하게라도 맞출 수는 없는 것일까?

 

외국의 진료비체계

 

미국캐나다중국의 경우는 공시제를 시행하고 있다공시제는 정부와 수의사회가 각 동물병원 진료비를 수집해 진료비용을 소비자에게 공시한다일본의 경우는 민간 보험사에서 일부 진료비를 공시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진료비의 상·하한가가 정해져 있는 표준수가제를 시행하고 있다정해져 있는 정도 안에서 동물병원들끼리 자율경쟁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한국은 어느 제도도 갖추지 않고수의사회가 동물 진료비를 책정하게 만들었다.

 

국내 보험업계 - 반려동물 관리 체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반려동물 보험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반려동물의 등록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피보험대상의 식별을 위해서다. 이번 '동물보호법 개정안'에는 반려동물 보험제도 활성화를 위한 항목을 추가하고, 동물판매업자에게는 동물등록제에 대한 고지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유럽, 일본 등은 반려견 미등록자에게 강도 높은 처벌을 가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은 반려동물 보험 출시 10년 만에 반려동물의 질병과 상해 등을 보장하는 펫보험 요율과 상품의 전면 재정비에 나서기로 했고, 정부도 반려동물 의료수가(진료비)를 재정비하기로 했다.

 

향후 방향

 

동물진료비 인하를 위한 해결방법을 제시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독일의 경우처럼 하한가와 상한가를 두어 가격을 정하는 방법

2. 등록제 확대를 통한 사설 의료보험제도 활성화 유도

3. 약품 유통구조 개선

4. 동물진료에 부가되는 부가세 폐지 (생명을 물건 취급 하는 부가세 법안 폐지)

5. 사람 의료비와 같이 동물진료비도 소득공제에 포함

 

현재, 진료비 부담으로 인해 직접 반려동물을 치료하는 자가진료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동물약국에서 약을 사 직접 주사하고 사람이 먹는 약을 동물에게 먹이기도 한다.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해 20177월부터 자가진료를 금지하는 수의사법이 시행령이 실시되었다. 또한, 한해 버려지는 반려동물은 2천마리가 넘어서고 있고 그 중 반려인의 진료비부담으로 버려지는 반려동물 또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반려인들이 더욱 늘어날 전망인 만큼 동물병원 진료비 개선이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진료비 문제는 수의사와 보호자 모두가 만족하는 방향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지금처럼 수의사를 불신하고 일방적인 책임을 지우는 관점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 공시제나 수가제를 실행해보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것을 정착시켜 의료비 기준선을 정한 후 동물관련 의료보험 제도가 현실에 맞게 만들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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