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서의 독서 칼럼] 한 사람의 삶을 망가뜨리는 황색 언론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읽고

 

지난 16일, 유명 야구 선수가 도박으로 인해 수백억의 빚을 지고 잠적했으며 승부조작에도 가담했다는 기사가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를 가리키는지 충분히 추론할 수 있는 내용의 기사였고, 기사는 빠른 속도로 퍼져가며 그 선수의 도박과 승부조작은 기정 사실화가 되어갔다. 불과 몇시간 뒤 경찰은 이 같은 사실이 모두 사실 무근이라며 논란을 일축했지만, 이 오보로 인해 그 선수의 선수생활을 허무하게 끝을 맺게 되었다.1 근거 없는 기사로 인해 무고한 이가 피해를 보았던 이 사건을 보면서, 나는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라는 책이 떠올랐다. 

 

명망 있고 유명한 변호사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던 카타리나 블룸은 어느날 밤 댄스파티에 참석하고, 그곳에서 만난 한 남성과 하룻밤을 보낸다. 그리고 다음날, 그 남성은 악명 높은 은행 강도 루트비히 괴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사실을 전혀 몰랐던 카타리나는 그의 도주를 도와주었다는 혐의를 받게 되어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된다. 그 후 성실하게 살아가던 카타리나의 삶은 완전히 망가진다. 경찰은 카타리나의 사생활까지 파고들며 그녀에게 어떻게든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하고, 신문들은 카타리나를 ‘은행강도의 연인’이자 사회주의자로 몰고가며 자극적인 허위 기사들을 쏟아낸다. 부유하지는  않아도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며 언제나 자존감을 잃지 않았던 카타리나는 이로 인해 모든 명예를 잃어버리고, 그녀의 평범했던 일상은 폭력적인 언론에 의해 짓밟힌다. 카타리나는 결국 끈질기게 자신을 헐뜯는, 사실 무근의 기사들을 쓰던 기자 퇴트게스를 살해하고, 자신은 조금도 후회하거나 자책하지 않으니 어서 자신을 잡아가라며 경찰에 자수한다.2

 

이 책은 선명하고도 간결하게, 황색언론이 간단하게도 한 인간을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언론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언론이 대중을 선동하고, 한 사람을 신랄하게 헐뜯었다가 교묘히 말을 바꾸는 장면을 수도 없이 목도한다. 이 작품에 공감하고, 주인공 카타리나 블룸에게 안타까움을 느낄수 있다면, 그것은 이 작품이 시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가지고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우리가 소설 속 '차이퉁' 지와 같은, 대중을 선동하고 잘못된 정보를 생산하는 언론에 너무 깊은 염증을 느끼고 있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인터넷을 통해 가짜뉴스가 생산되고 유포되는 경우가 잦아지고, 한 번 퍼진 잘못된 정보는 바로잡기 어렵다. 우리가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추고, 현명한 정보의 소비자이자 생산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고 및 인용 자료 출처]

 

1.참고: https://sports.v.daum.net/v/20201116144101811

2. 참고: 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2017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