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더욱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집 곳곳에서 안 좋은 점을 발견하곤 한다. 내가 느낀 불편함이 장애인에게는 얼마나 큰 불편함으로 다가올지 생각한다. ‘장애인분들을 위해서라면 싱크대가 조금 낮았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방음이 안 된다면 집안에서 장애 보조기구를 사용할 때 민원이 들어올 수도 있겠다.’ 같은 것들을 생각한다. 어쩌다 밖으로 나가면, 비가 많이 오는 날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 물웅덩이 위로 차가 지나가면 옆에 지나가던 사람들은 누구나 물을 뒤집어쓰기에 십상이다. 하물며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장애인은 어쩔 것인가.
그 외에도 장애인이 ‘공간’에서 느낄 불평등은 많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등장한 것이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설명을 보자. ‘모든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PEOPLE)’이라고 하며, 연령과 성별, 국적(언어), 장애의 유무 등과 같은 개인의 능력과 개성의 차이와 관계없이 처음부터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 건축ㆍ환경, 서비스 등의 구현 (디자인)을 의미합니다.’1) 유니버설 디자인은 범용 디자인이라고도 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을 공간에 적용한다면 누구에게나 공간이 평등해질 뿐만 아니라 공공복지가 실현되는 효과가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최근 사례를 살펴보자. 우선 LH가 공공주택 최초로 도입한 ‘색채 유니버설 디자인’이 있다. 색채 유니버설 디자인(CUD)은 ‘개인의 유전적 특성이나 눈 관련 질환에 따라 시각인지 능력이 다른 점을 고려해 이용자의 관점에서 가능한 모든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색채디자인’이다. LH는 색채 유니버설 디자인을 도입하여 엘리베이터 홀에 색채를 적용하거나, 여자 화장실과 남자 화장실을 한눈에 구분할 수 있도록 여자 화장실에는 분홍색을 칠하고 남자 화장실에는 파란색을 칠했다. 동안내판은 글자 크기 확대로 시인성을 높였으며, 아파트의 작았던 층별 표시도 더욱 키웠다. 지하주차장에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교차로를 표시하는 등 시각 인지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노력했다.2)
그리고 문화재청이 2026년까지 실시하는 「궁·능 유니버설디자인 무장애공간 조성사업」이 있다. 무장애공간 조성사업은 궁궐과 종묘, 그리고 조선왕릉을 장애, 연령, 성별, 언어의 제약에서 자유롭게 만들겠다는 목적이 있다. 조성사업에는 민간관계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무장애 공간 조성에 필요한 사업대상과 필요한 시설물들을 찾아내게 된다. 찾아낸 문제점들은 문화재의 가치는 그대로 보존하는 선에서 개선된다. 지난해 창경궁에서 이미 무장애공간 조성사업이 시범적으로 실시되었다고 한다. 그 사업은 보행 시설 정비, 문화재 촉각 모형 제작 등을 내용으로 했다. 창경궁뿐만 아니라 모든 궁궐과 능에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다면 장애인의 문화 향유 권리를 잘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3)
책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에서 저자는 이런 말을 적었다. 「장애인은 대중이 아니야? ㅡ중략ㅡ 대중교통이면 휠체어를 탄 사람이든 목발을 짚은 사람이든 모두 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닐까?」 저자가 중학교 1학년 도덕 시간에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라고 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좁아 보였던 대중의 범위를 적절하게 넓히는 착한 디자인이다. 그런 유니버설 디자인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되지 않은 분야도 많다.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되어야 하는 분야지만 우리가 아직 인지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장애인 의견 수렴을 강화하고, 건축물에서 필수적이라고 생각되는 유니버설 디자인은 꼭 적용하도록 관련 법규를 만들어야 한다.
1) 인용: https://www.043w.or.kr/www/contents.do?key=151
2) 참고: http://www.lh.or.kr/bbs/view.do?sCode=user&mId=280&mPid=279&bbsSeq=44&nttSeq=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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