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의 불이 켜지고 화려한 금발 머리의 그녀가 관중석 속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와 무대로 향했다. 그녀는 화려한 의상과 짙은 화장, 그리고 긴 속눈썹에 가려진 슬픈 눈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변두리 바에서 공연하는 ‘헤드윅 ’그녀와 그녀의 밴드 ‘앵그리 인치’는 어린 시절부터 불행으로 가득 찼던 ‘헤드윅’ 그녀의 삶과 사랑을 찾아 자신의 소중한 몸까지 버리며 선택한 그녀의 미국행, 그리고 진실한 사랑이라 믿었던 ‘토미’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강렬한 록사운드 속에 녹아있는 그녀의 처절한 삶…. 절대 평범하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자유와 열정을 갈구했던 그녀의 이야기가 너무 슬프게, 그리고 너무나 처절하게 나의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뮤지컬을 보기 전, 나는 이미 영화 ‘헤드윅’에 미쳐있었다. 존 카메론 감독의 천재성에 매료되어 이번 ‘헤드윅’ 공연을 놓칠 수 없었다. 특히 ‘마이클 리’라는 배우가 어떻게 자신만의 ‘헤드윅’을 연기할지 너무나 궁금했다. 물론 나의 선택은 후회가 없었다. ‘마이클 리’가 보여준 ‘헤드윅’은 존 카메론의 ‘헤드윅’과는 분명 달랐다. 그러나 그의 모습 속에서 내가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헤드윅’의 슬픔을 그대로 볼
“왜냐하면 우린~ 살짝 맛이 가 버린~ 이상해진 머리~ 우린 루나틱” 나제비,고독해,무대포,정상인.뮤지컬‘루나틱’은 정신병원에 입원한 이들의 웃픈 이야기이다.비록 살짝 맛이 가버렸지만,누구보다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그들.미친 사랑 때문에 정말로 미쳐버린 나제비를 시작으로,돈이 굴리는 세상 속 한 순간의 실수로 혼자 남겨진 고독해,고아로 태어나 세상이 불공평하다며 한없이 원망만 했던 정상인까지.웃기기도,불쌍하기도,때론 무섭기도 한 환자들이지만,부조리한 사회에서 자신의 아픔을 받아들이고,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치료를 담당하는 사람이 바로 굿닥터이다.가수가 꿈이었던 그녀는“약은 주지 않아요!”라는 단호한 외침과 노래와 춤을 가미한 역할극을 통해 환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준다.그 과정에서 왜 환자들이 정신 병원에 오게 되었는지를 설명하지만,동시에 관객들을 위한 그녀만의“진료”를 시작한다.그 순간,극장은 정신 병동이 되고,관객인 우리가,환자가 되는 것이다. “여러분 감기 걸리시죠? 여기 이분들은 마음의 감기가 걸린 것이에요.” 요즘 사람들은 마음의 병을 쉽게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흔한 환절기 감기처럼,
Broadway is not blind. In fact, it is exceptionally perceptive. Decades of experience, along with the expert know-how, have shaped its exceptional insight to discern “hot” from “not,” the theatrical flare enveloped in a thick coat of inexperience, waiting to see the light. Each year, numerous productions are introduced, each of various ethnic and historic background. Yes, it is a revolving door, meaning only some manages to stay. To have a glamorous debut, to have a play plastered to sides of tall buildings, shrouded in dazzling neon lights, is a privilege of the fortunate few. Most playwriter
어느 날 갑자기 당신 앞에 타임머신이 나타난다면, 당신은 언제로 떠나고 싶은가?어린 시절 나는 타임머신을 꿈꾸었다. 그때의 어린 나는 타임머신으로 미래의 세상을 구경하고 싶었다. 내 앞에 펼쳐질 미래의 세상을 기다리는 것이 너무 긴 시간일 것만 같아, 세상 어떤 일보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이 힘든 어린 꼬마는 항상 미래로의 여행을 꿈꾸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나는 과거로의 여행을 꿈꾸게 되었다. 아직은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나이지만 그래도 후회할 일들이, 후회할 과거가 그만큼 많이 내 과거 속에 자리 잡았기 때문일지 모른다.뮤지컬 ‘시간에’는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하고 꿈꾸었던 시간여행이란 소재를 다루고 있다.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지만 평범한 이들이라면 모두가 꿈꿔봄 직한 판타지이기에 우리는 모두 이 뮤지컬에 더욱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뮤지컬을 보는 그 순간, 우리는 모두 나만의 시간여행을 꿈꾸며 되돌리고 싶은 과거로, 보고 싶은 미래로의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뮤지컬 ‘시간에’는 벗어나고 싶은 현실에 부딪힌 세 명의 주인공이 우연히 같은 시간 같은 버스에 타게 되고, 그곳에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는 타임 슬립 워치 판매원을 만나 세 번의 시
지난 9일, 한동안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19대 대선이 끝났다. 대선 기간 대선 후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이슈의 중심이 되었지만, 특히 대선 후보자들의 동성애 관련 발언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가 발칵 뒤집혔던 기억이 난다. 그들의 발언이 성 소수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를 드러낸 시대착오적 발언인지 아니면 신의 섭리를 거역한 사회적 병폐를 단호하게 단절한 의미 있는 용기인지,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다만 이러한 소식을 접하면서 내 머릿속에 떠올랐던 뮤지컬에 대해 말하고 싶을 뿐이다.작년 여름, 버스정류장에서 이 포스터를 만났던 기억이 있다. 강렬한 빨간색의 하이힐 부츠가 ‘킹키부츠(Kinky Boots)’의 첫 ‘K’모양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인상 깊은 포스터처럼 뮤지컬 ‘킹키부츠’는 평범하지 않은 드래그 퀸(Drag Queen),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인간이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또 다른 세상을 어떻게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지, 그리고 자신과는 다른 이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감싸 안을 수 있는지를 ‘킹키부츠’만의 화려하고 열정적인 춤과 노래를 통해 보여준다.뮤지컬 ‘킹키부츠’는 W.J.브룩스(W.J.Brooks
“난 오늘도 햇살이 쏟아지는 창문을 열고, 커피 향을 한 컵 가득 담으며 하루를 시작해요.난 오늘도 평범한 나의 하루 속에 들어온 특별한 당신을 기다려요.매일매일 반복되는 작은 행복이죠.“행복을 예감하며 카페의 문을 여는 ‘고소연’의 첫 손님은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는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 ‘고만해’. 뭐든 참견해야만 하는 엄청난 수다쟁이지만 어딘가 조금은 허술한 그의 등장을 시작으로 허세로 가득 차고 뭔가를 숨기는 듯한 수상쩍은 여자, 지나칠 만큼 해맑은 여자친구와 이와는 정반대의 몹시 소심한 남자친구, 게다가 정체불명의 탈옥수까지…. 오늘은 뭔가 심상치 않은 손님들도 ‘고소연’의 조용한 카페가 북적거린다.뮤지컬 ‘우연히 행복해지다’라는 잃어버린 동생을 기다리며 카페를 운영하는 ‘고소연’의 가게에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5명의 손님이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수다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는 시끄러운 ‘고만해’는 어린 시절 헤어진 누나를 찾아 전 세계를 헤매고, 자신이 김태희라는 허세 덩어리 포도밭 김가네 딸 ‘김봉자’는 사랑을 잃은 슬픈 과거에 날마다 아파하며 살아간다. 무대 울렁증으로 단 한 번도 무대에 제대로 서보지 못한 자신을 한결같이 믿으며 사랑해주는
지난 달 페이스북에 업로드된 한 장의 사진은 14만 ‘좋아요’를 기록하며 미국을 뜨겁게 달궜다. 사진 속에는 미국 유타주에 거주하는 싱글맘 휘트니 키트렐, 그리고 그녀의 아들이 나란히 서서 카메라를 응시한채 환한 미소를 띠고 있다. 여느 화목한 가족과 같은 모습이지만, 다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휘트니의 얼굴엔 가짜 수염이 그려져 있다는 것. 3년 전 싱글맘이 된 후 자녀들에게 ‘평범한 생활’을 약속하겠노라 다짐한 그녀는 유치원생 아들이 ‘아빠와 함께하는 도너츠’ 행사에 꼭 엄마와 함께 가고 싶다는 말을 꺼내었을 때 남장이라는 방안을 떠올렸다. 그녀는 ‘캐치볼,’ ‘벌레 잡기’와 같은 놀이를 아들과 함께하며 때론 아빠 같은, 때론 엄마 같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한다.이처럼 사랑, 특히 가족에 대한 사랑은 평상시 생각해보지 못한, 희한한 일을 가능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그 한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우스꽝스럽게도 희화하고, 심지어는 자신이 ‘없는’ 삶을 살아가리란 역설적인 다짐에 도달하도록 이끈다. 20년째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뮤지컬 분야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라 불리는 ‘사랑은 비를 타고(일명 사비타)’는 이처럼 조금은 무모한 가
아담한 소극장 무대 위, 단 세 명의 배우가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고, 유쾌하지만 절대 가볍지 않다. 수백 번은 접했을 ‘첫사랑’이라는 따분한 소재지만, 우리는 어느새 그들의 이야기에 흠뻑 취해버린다. 신비의 땅 인도의 묘한 매력에 빠진 듯 우리는 눈 깜짝할 사이 ‘그 남자’, 혹은 ‘그 여자’가 되어 자신만의 ‘김종욱’을 찾아 자이살메르의 사막을 여행한다.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각기 다른 꿈을 꾸던 두 남녀의 만남과 함께 그 막을 올린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지만 지나치게 소심하고 어리숙한 ‘그 남자’는 하루아침에 해고를 당하게 되고, 우연히 ‘첫사랑을 찾아드립니다’라는 창업 아이템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게 된다. 진취적이고 투철한 직업 정신으로 무장했지만 사랑에 있어선 한없이 약해지는 운명론자인 ‘그 여자’는 엄격한 아버지의 “무조건 결혼만이 정답”이란 억척같은 고집에 이끌려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를 찾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김종욱’이라는 이름 석 자와 인도에서의 만남만을 단서로 ‘그 여자’의 운명의 첫사랑, 김종욱을 함께 찾아 나선다. 그러던 중, ‘그 남자’와 ‘그 여자’는 어느 순간 자신의 마음속에 싹트는 뜨거운 설렘을
매일 밤 촛불이 켜진다. 평범한 우리 소시민들의 분노가 피어 오른다. 보이지 않았던 큰 권력의 힘으로 부당하게 농락당해 온 우리 삶을 보고, 모두가 눈물을 삼키고 있다. '노력만 하면 우리의 내일은 분명 밝으리'라는 믿음으로, 내일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온 하루하루가 억울하고, 점점 살기가 힘들어지는 세상에서 힘든 오늘을 버텨 낼 힘이 이제 더는 우리에겐 없는 듯하다. 십 년 넘게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빨래’는 이처럼 힘든 오늘을 버텨내며 살아가는 달동네 단칸방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몽골 출신 이주노동자 '솔롱고'와 고향을 떠나 서울로 상경해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나영’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주변 이웃들의 삶과 애환을 소박한 감성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무지개 꿈을 찾아 한국으로 온 주인공 솔롱고가 이주노동자로서 경험하는 불평등의 벽을 넘어, 뮤지컬 ‘빨래’는 훨씬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지 절단 장애를 가진 자녀의 노모, 비정규직 노동자, 자녀와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혼녀 등 우리 사회의 소외된 약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제도적 문제를 서정적 노래와 감칠맛 나는 유머로 그려내며,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머리가 아닌 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