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다빈의 뮤지컬칼럼 4] “그래서, 당신은... 행복한가?”

- 뮤지컬 ‘우연히 행복해지다’ -

    

“난 오늘도 햇살이 쏟아지는 창문을 열고, 커피 향을 한 컵 가득 담으며 하루를 시작해요.

난 오늘도 평범한 나의 하루 속에 들어온 특별한 당신을 기다려요.

매일매일 반복되는 작은 행복이죠.“


행복을 예감하며 카페의 문을 여는 ‘고소연’의 첫 손님은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는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 ‘고만해’. 뭐든 참견해야만 하는 엄청난 수다쟁이지만 어딘가 조금은 허술한 그의 등장을 시작으로 허세로 가득 차고 뭔가를 숨기는 듯한 수상쩍은 여자, 지나칠 만큼 해맑은 여자친구와 이와는 정반대의 몹시 소심한 남자친구, 게다가 정체불명의 탈옥수까지…. 오늘은 뭔가 심상치 않은 손님들도 ‘고소연’의 조용한 카페가 북적거린다.


뮤지컬 ‘우연히 행복해지다’라는 잃어버린 동생을 기다리며 카페를 운영하는 ‘고소연’의 가게에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5명의 손님이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수다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는 시끄러운 ‘고만해’는 어린 시절 헤어진 누나를 찾아 전 세계를 헤매고, 자신이 김태희라는 허세 덩어리 포도밭 김가네 딸 ‘김봉자’는 사랑을 잃은 슬픈 과거에 날마다 아파하며 살아간다. 무대 울렁증으로 단 한 번도 무대에 제대로 서보지 못한 자신을 한결같이 믿으며 사랑해주는 귀여운 여자친구 ‘사랑’이 곁에 있지만, 사람들 앞에서는 한 소절의 노래도 못하는 소심쟁이 신인가수 ‘우연’은 가수로서 성공하는 것도, 여자 친구의 부모님께 인정받기도 너무 어렵기만 하다. 그리고 단 한 번도 누군가의 관심을 받아본 적 없는 ‘철수’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자신의 삶을 던져버린 체 이제는 탈옥수가 되었다. 이렇게 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6명의 남녀가 우연히 한 카페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은 부족하다고만 느꼈던 자신의 삶에 허락된 사랑과 행복의 의미를 발견해나간다.


늘 행복해지고 싶지만 행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뮤지컬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모른다. 당신은 지금 행복하냐며,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을 무엇이냐며 툭 하며 내던진 질문에 나도 수많은 생각과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 시절, 행복은 늘 나를 찾아와 준다고 생각했다. 메일이 행복했고 그때의 나는 ‘불행’이란 단어를 알지 못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어느새 창문을 넘어 날 찾아와준 새로운 행복과 인사를 나누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아침에 눈을 떠도 매일 아침 날 찾아와준 그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마치 내게 오는 길을 잃어버린 듯 아무리 기다려도 그 친구는 날 찾아오지 않았고, 그때 비로소 나는 행복이 날 찾아오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행복이 날 찾아온다는 그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고 오만한 것임을 깨달으며 나는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나는 가만히 있는 자에게 저절로 오는 행복은 없다는 것을 알았고 모든 행복은 피나는 노력의 대가임을 배웠다. 그러나 행복을 찾기 위한 노력은 너무나 힘들었고 그런 삶에 나는 지쳐갔다.


행복해지기 위해 잠을 줄여야 하고, 공부해야 하고, 경쟁해야 했다. 행복한 삶이라는 목표를 위해 현재의 삶의 소소한 즐거움 따윈 모두 포기하고 견뎌야 한다고 믿었다. 미래의 성공이 이 모든 것을 보상해줄 더 큰 행복이 될 거라고 확신하며 미래만을 위해 달려왔다.


안타깝게도 나는 행복이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선택임을 알지 못했다. 여전히 어린 시절의 그 친구는 항상 내 곁에 있었건만, 나는 그 친구를 보지 못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의 행복과 비교하게 되었고, 퇴근길에 아버지가 사다 주신 초콜릿 아이스크림, 잠들기 전 어머니가 읽어주신 동화책과 함께 찾아왔던 그 행복이란 친구가 이제는 시시해졌다. 다른 사람들의 잣대로 나의 행복을 측정했고,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쉽게 가질 수 없는 그것을 나의 행복이라 정의했다. 아마도 이게 바로 ‘주머니 속의 행복’이라는 말이 아닐까? 누구나 주머니 속에 행복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늘 시시해 보이고 그래서 우리는 자신 있게 “이게 바로 내 행복이야”라고 말하며 꺼낼 용기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기에 사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조금만 생각을 바꾸고 주위를 살펴본다면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는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의 입학도 행복일 수 있지만, 따스한 봄날의 벚꽃 길을 가족의 손을 잡고 걷는 것 또한 행복임을 나 역시도 잊고 있었다. “난 행복해요. 내 곁에 있어 준 당신의 그 사랑 날 살게 하죠. 난 행복해요. 당신이 있다면 난 행복하죠.” 마지막 장면의 우연의 노래처럼 우리는 어쩌면 나를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하루만은 세상이 만들어 놓은 ‘절대 행복’만을 쫓으며, 자신만의 소소한 행복을 잊고 살지는 않는지 스스로 반문해 봤으면 좋겠다.


만약 당신이 정신과 의사 하워드 커틀러가 달라이 라마를 처음 만났을 때 했다는 그 질문을 지금 받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그래서, 당신은…. 행복한가?”




신다빈의 Musi-C-ALL : 뮤지컬에 푹 빠져 사는 철수도뮤지컬의 ‘자도 모르는 영희도무대 위 작은 세상을 꿈꾸는 이 모두(ALL)를 위한고딩 뮤지컬 마니아의 작은 외침 (CALL). 일상에 지친 모두를 위한 뮤지컬(MUSICAL)의 응답을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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