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다빈의 뮤지컬칼럼 8] 살짝만 미치면 우리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어요

뮤지컬 '루나틱'

왜냐하면 우린~ 살짝 맛이 가 버린~ 이상해진 머리~ 우린 루나틱

 

나제비고독해무대포정상인뮤지컬 루나틱은 정신병원에 입원한 이들의 웃픈 이야기이다비록 살짝 맛이 가버렸지만누구보다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그들미친 사랑 때문에 정말로 미쳐버린 나제비를 시작으로돈이 굴리는 세상 속 한 순간의 실수로 혼자 남겨진 고독해고아로 태어나 세상이 불공평하다며 한없이 원망만 했던 정상인까지웃기기도불쌍하기도때론 무섭기도 한 환자들이지만부조리한 사회에서 자신의 아픔을 받아들이고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치료를 담당하는 사람이 바로 굿닥터이다가수가 꿈이었던 그녀는 약은 주지 않아요!”라는 단호한 외침과 노래와 춤을 가미한 역할극을 통해 환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준다그 과정에서 왜 환자들이 정신 병원에 오게 되었는지를 설명하지만동시에 관객들을 위한 그녀만의 진료를 시작한다그 순간극장은 정신 병동이 되고관객인 우리가환자가 되는 것이다.

 

여러분 감기 걸리시죠? 여기 이분들은 마음의 감기가 걸린 것이에요.”

 

요즘 사람들은 마음의 병을 쉽게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흔한 환절기 감기처럼, 미친 세상 속마음의 병을 얻기란 역시 쉬울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의 아픔을 숨기고, 삭히고, 흐르는 눈물을 겨우 닦아가며 하루를 살아간다. 이럴 때 삶은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다. “나 아파요”라는 한 마디와 도움을 요청하는 손을 내밀지, 아니면 ‘내가 정상이야’라는 헛된 고집의 틀 속에 자신을 가둘지는 결국엔 자신의 선택이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요즘 세상 속 자신의 아픔을, 부족한 점을, 다름을 인정할 용기는 미성숙한 어리광으로, 헐뜯길 약점으로, 나약함으로 치부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스스로가 ‘정상인’이라는 착각 속에서 살아간다.

 

누가 미쳤는지, 아무도, 아무도 몰라~”

 

미친 세상이라니!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어째서인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정치를 전공하지 않았어도, 경제의 까막눈이어도, 평소 신문보기를 돌보기처럼 했더라도, 무언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낀다. 내 모든 것을 바쳐도 사랑받지 못하고, 등이 굽도록 일하고 또 일해도 돈에 쪼들리는 삶. 정상인이라면 이러한 세상을 욕하고 손가락질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방방 뛰어 봐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속 앙금만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미 세상은 미쳐버렸고, 그 세상이 제시하는 삶에 순응하는 우리 역시 미쳤다. 하지만, 스스로가 정상인이라고 믿기 위해,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구석구석 깊숙이 자리 잡은 차별과 편견에 눈을 감고, 결국엔 무뎌진다.

 

살짝만 미치면 우리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어요.”

 

뮤지컬 ‘루나틱’은 “다른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 세상에 대한 반항의 외침이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도, 나는 정상인임을 대뇌이며, 갈기갈기 찢긴 마음에 임시방편 반창고를 붙여가며 “나는 괜찮아“라고 최면을 거는 모두를 위한 뮤지컬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무대포’의 이야기는 쥐도 새도 모르게 넘어가 버렸고, 웃음을 쥐어짜려는 과도한 설정들과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전개 방식이 극에 대한 온전한 몰입을 방해하였다. 하지만 그런 자잘한 것들이 중요한가? ‘정석’을 따르지 않았기에 더 유쾌하였고 조금은 미쳤기에 행복했던 1시간 40분이었는데.

 

신다빈의 Musi-C-ALL : 뮤지컬에 푹 빠져 사는 철수도뮤지컬의 자도 모르는 영희도무대 위 작은 세상을 꿈꾸는 이 모두(ALL)를 위한고딩 뮤지컬 마니아의 작은 외침(CALL). 일상에 지친 모두를 위한 뮤지컬(MUSICAL)의 응답을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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