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다빈의 뮤지컬 컬럼 6] 당신에게 세 번의 시간여행이 주어진다면

뮤지컬 ‘시간에’

어느 날 갑자기 당신 앞에 타임머신이 나타난다면, 당신은 언제로 떠나고 싶은가?

어린 시절 나는 타임머신을 꿈꾸었다. 그때의 어린 나는 타임머신으로 미래의 세상을 구경하고 싶었다. 내 앞에 펼쳐질 미래의 세상을 기다리는 것이 너무 긴 시간일 것만 같아, 세상 어떤 일보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이 힘든 어린 꼬마는 항상 미래로의 여행을 꿈꾸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나는 과거로의 여행을 꿈꾸게 되었다. 아직은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나이지만 그래도 후회할 일들이, 후회할 과거가 그만큼 많이 내 과거 속에 자리 잡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뮤지컬 ‘시간에’는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하고 꿈꾸었던 시간여행이란 소재를 다루고 있다.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지만 평범한 이들이라면 모두가 꿈꿔봄 직한 판타지이기에 우리는 모두 이 뮤지컬에 더욱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뮤지컬을 보는 그 순간, 우리는 모두 나만의 시간여행을 꿈꾸며 되돌리고 싶은 과거로, 보고 싶은 미래로의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뮤지컬 ‘시간에’는 벗어나고 싶은 현실에 부딪힌 세 명의 주인공이 우연히 같은 시간 같은 버스에 타게 되고, 그곳에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는 타임 슬립 워치 판매원을 만나 세 번의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어느 날 갑자기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명운’은 하루하루를 예스맨으로 살아가던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살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독하고 냉정한 삶을 선택한다. 이별을 통보받은 ‘지수’는 헤어진 사랑을 붙잡기 위해, 이기적이던 자신의 모습을 지우기 위해 첫 만남의 그때로 돌아가 ‘시현’을 기다린다. 인생역전을 꿈꾸던 소매치기 ‘현실’은 훔친 지갑 속의 로또를 찾아, 엄마를 찾아 시간여행을 선택한다.

 

그렇다. 누구나 지우고 싶은 과거가 있고 후회하는 순간이 있다. 다시 한번만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 그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결코 그러한 실수를,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을 것만 같다. 그래서 지금의 내 모습보다는 더 근사한 내가 되어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시간을 되돌려 우리가 원하는 대로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바꾼다면 우리는 완전히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때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는 것은 그 선택을 통해 시간이 내게 알려준 교훈이 아닐까 싶다. 후회하고 지우고 싶은 그 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던 것 같다. 그 시간이 바로 나이고 나의 삶인 것이다.


우리에게 허락되었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최선을 선택을 해왔다. 비록 그것이 시간이 지난 언젠가 후회의 순간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 또한 우리의 시간에 남겨진 우리의 모습이며 우리의 인생이다. 누구나 후회 없는 삶을 원하지만, 누구나 후회를 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살이라는 말처럼 우리란 존재가 후회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면 조금만 적게 후회하자.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에 더 이상 미안해지지 말자. 어제보단 조금 더 행복한 오늘을 살아 오늘보다 조금 더 행복한 내일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렇게 조금은 더 행복한 과거를 우리의 인생에 남겨야 할 것 같다.

 

“웃어요. 눈물이 흘러도

웃어도 그리워도

웃어도 곁에 없어도

웃어요. 웃어주세요.“


아직 귓가를 맴도는 이 가사처럼, 지금 이 순간 나와 함께하는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을 더 열심히 사랑하며 더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마치 오늘이 내 삶에 허락된 마지막 날인 것처럼 그 어떤 후회도, 그 어떤 두려움도 없이 온전히 사랑하고 싶다.

오늘도 나는 시간여행을 하고 있다.



신다빈의 Musi-C-ALL : 뮤지컬에 푹 빠져 사는 철수도, 뮤지컬의 자도 모르는 영희도. 무대 위 작은 세상을 꿈꾸는 이 모두(ALL)를 위한, 고딩 뮤지컬 마니아의 작은 외침(CALL). 일상에 지친 모두를 위한 뮤지컬(MUSICAL)의 응답을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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