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초등학교 저학년 받아쓰기와 일기쓰기는 정말 아동학대인가

 

 

날마다 가방에 너덜너덜한 받아쓰기 공책을 넣어 다니거나 여름 방학이 되면 밀린 일기의 내용을 고민하고 궁리하는 것은 우리에게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받아쓰기와 일기쓰기가 아동학대로까지 간주되기도 하면서 흔히 볼 수 없게 되었다. 일기쓰기 활동을 사생활 침해라고 신고하는 일이 일어나는가 하면 아이가 일기에 힘들다고 쓴 내용을 보고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고 이를 교사의 방임으로 몰아붙이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이런 과도한 학부모들의 민원에 교사들은 받아쓰기와 일기쓰기를 없애는 추세이며 심지어 알림장을 적게하는 것마저 직접 프린트해서 주는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

 

위의 현상은 교사들을 향한 악성 민원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실제로 일부 학부모들이 칭찬 스티커나 받아쓰기 등의 활동이 아이들에 대한 정서적 학대라고 주장하며 교사에게 법적 책임을 물린 사례가 있다. 무분별한 학부모 민원들은 교사들로부터 교육활동을 진행할 권리를 서서히 박탈한다. 결국 그에 따라 교사들은 계속되는 민원에 시달리다 결국 문제가 될만한 교육활동을 피해 수업을 이어가게 된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이러한 악성 민원들은 결국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도 긍정적이지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학교에서 글쓰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은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글쓰기에 취약하고 맞춤법을 잘 틀리게 된다. 자신의 자녀만큼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며 학부모들은 국어 학원, 논술 학원에 아이들을 보낸다. 학교에서의 교육활동으로 해결될 일을 비싼 돈을 들이며 학원에서 해결하려는 것이다. 교내에서 이루어지는 정상적인 교육은 아동학대, 정서적 학대라 신고하면서 아이를 밤늦게까지 학원에 보내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교사가 진행하는 수업과정 중 일부는 아이들에게 조금은 힘들고 어려운 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도 하나의 교육과정으로 보아야한다. 눈앞의 과제가 어렵다고 아이들을 쉬운 과정에만 머물게 한다면 이후 아이가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아이는 더 큰 좌절을 느낄 것이다.

 

옛날의 교육방식이 다 옳은 것은 아니라 해도 받아쓰기와 일기쓰기는 분명 피해보다는 이득이 더 큰 교육방식이다. 받아쓰기는 우리에게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어휘를 알려주고 이미 아는 단어의 구조와 맞춤법을 다시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선생님께서 읽어주시는 문장을 듣고 나름의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상상력을 키울 수 있고, 삐뚤빼뚤한 글씨를 반듯하게 교정해줄 수도 있다.

 

하루를 되돌아보는 일기를 쓰면서 우리는 자기성찰능력을 기르고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볼 수 있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글로 적어내는 활동을 통해 자기표현능력과 어휘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꾸준히 일기를 쓰고 한 학년의 마지막 날에 자신이 적어왔던 일기를 쭉 읽어보며 성취감을 얻을 수도 있다. 어린 나이에 꾸준함과 성실함을 기를 수 있는 몇 안되는 방법들 중 하나가 일기쓰기이다.

 

교사는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 등의 방법을 통해 받아쓰기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일기쓰기의 경우 교사가, 아이가 일기를 써왔는지만 보고 자세한 내용은 읽지 않겠다는 약속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교내 활동에 단점이 존재한다고 그 활동을 아예 없애버리려 하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교사, 학부모, 학생이 해결책을 찾아가는 여러 노력을 통해 우리들의 교육이 더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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