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현의 시사 칼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독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하 러-우 전쟁)이 발발한 지 약 5개월이 지났다. 아직 전쟁은 종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전쟁은 ‘등 터진 새우’가 너무 많다. 이 전쟁은 단순히 두 국가의 영토 분쟁을 넘어 코로나19로 이미 큰 혼란을 겪은 세계에 또 다른 유효타를 입히는 전쟁인 것이다. 그중에서, 독일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독일은 명실상부 유럽 연합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이다. 세계 2차대전 패전국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경제 성장, 통일을 거쳐 프랑스와 더불어 유럽 연합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국가이다. 그러나 이번 러-우 전쟁에서 독일은 유럽 강국의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이 러시아에 가하는 경제 제재와 비교하면 그들의 제재는 소극적으로 느껴진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에너지 때문이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천연가스가 가장 많이 매장되어 있는 국가이다. 그들은 노르트스트림이라 불리는 가스관을 통해 독일에 천연가스를 판매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러-우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 사업의 주도권이 러시아에 넘어갔다. 유지보수를 명분으로 독일로 향하는 가스의 양을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수송을 끊어버리기까지 했다.

 

독일은 난리가 났다. 독일의 경제를 책임지는 산업들은 대부분 천연가스를 필요로 하는데, 공급원이 끊겼기 때문에 독일이 수출하는 품목들에 지장이 생겼고, 30년 만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이뿐만 아니다. 시민들이 이용해야 하는 전기, 냉난방 등에 필요한 에너지도 부족해 국민들이 큰 불편함을 겪고 있다. 독일은 부랴부랴 LNG 등과 같은 대체 에너지의 마련을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천연가스의 부재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화력 발전 쓰고, 원자력 발전 쓰면 되는 거 아니야?” 잘 생각해보면 답변이 나온다. 독일은 친환경을 외치는 유럽의 국가이다. 더군다나, 탄소중립을 앞서서 외치는 국가인 만큼, 함부로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을 가동할 수 없는 것이다.

 

러시아는 가장 큰 고객을 스스로 차버린 것이 아니냐고? 천연가스라는 자원은 생각보다 희귀하다. 대부분이 러시아와 이란에 매장되어 있다. 러시아는 이 점을 이용하여, 다른 고객을 물색했다. 유럽 대신 아시아를 타깃으로 삼아 다른 무역 길을 찾아낸 것이다.

 

그러나 이 상황이 독일에 마냥 부정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이 상황을 기회 삼아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LNG와 같은 대안을 확실하게 마련 및 상용화한다면 오히려 에너지를 무기화시킨 러시아를 할 말 없게 만들어버릴 수 있다. 독일은 하루빨리 ‘등이 터지지 않는 새우’로 변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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