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을 대보라고 하면 무엇이 있을까?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오기 마련이다. 어떤 이는 사회성을 이루는 동물이라 할 것이고, 더 나아가 어떤 이는 생각을 하는 동물이라는 답을 내놓을 것이다. 허나, 필자가 생각하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은 인간은 엄연히 '요리'를 할 줄 아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확실히 요리 하는 동물은 지구상에 인간뿐일 것이다. 사바나의 초원에서도, 밀림이 우거진 정글에서도, 수많은 동물들은 자신이 얻은 사냥감을 그 자리에서 혹은 자신의 보금자리에 모아 두었다가 그대로 먹는 생식을 한다. 자신이 얻은 사냥감을 재료 삼아 이것저것 섞고 칼로 잘라서 먹기 편하게 만든 후 불에 익혀서 먹는 방식의 식습관은 오롯이 인간만의 능력이자 문화인 셈이다. 이처럼 당연하게 생각하던 '요리'는 인간들에게 과연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오늘은 이를 가지고 조금은 과학적으로 접근해 보려 한다.인간은 기본적으로 잡식 동물이다. 물론 요즘에 들어서는 후천적으로 본인의 선택으로 채식만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인간은 이제껏 잡식 동물의 생활을 이어왔다.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잡식 동물들이 선호하는 영양성분은 무엇일까? 비록 우리
초겨울이 됐다. 추운 지방에는 조금씩 눈이 내려 쌓이기도 하고 옷장에서는 코트와 점퍼들이 먼지를 털고 나와 길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한다. 슬슬 숨어있던 포장마차가 하나 둘 씩 튀어나와 어묵 꼬치와 떡볶이를 팔기 시작하는데, 이맘때쯤 미뤄놨던 숙제처럼 해야 하는 일이 하나 있으니, 바로 우리민족의 초겨울 대행사, 김장이다. 아리랑, 판소리, 종묘제례악등과 함께 당당히 유네스코 무형유산에 이름을 올린 김장은 엄동(嚴冬)에도 채소를 먹기 위해 시작된 문화로 그 역사는 매우 오래되어 760년에도 김치를 하여 밥상에 올렸다는 문헌이 있을 정도이다. 김장은 대체로 입동 전후로 많이 행해지며 배추, 무, 고들빼기, 갓 등 다양한 채소에 미나리, 마늘, 파, 생강과 같은 향신 채와 소금, 젓갈, 고춧가루가 들어가 만들어진다. 한반도 전역에서 김장은 똑같이 행해졌지만 만들어지는 김치의 형태는 다 조금씩 달랐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기온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북쪽 지방에서는 기온이 낮다 보니 김치가 쉽게 맛이 가지 않아 간을 약하게 하고, 양념도 담백하게 하여 채소의 신선미를 그대로 살리는 조리법을 사용하는 반면, 남쪽에서는 기온이 높아 대체로 강한 간의 김치를
추석에 보름달을 기다리면서 다 같이 앉아 빚어먹는 송편, 새해를 맞으며 뽑아 먹는 가래떡과 떡국. 이렇듯 우리나라는 명절마다 다양한 떡을 먹어왔는데, 왜 이런 떡 문화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발달할 수 있었던 걸까? 우리가 떡을 먹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전, 고대시대부터로 추정된다. 우리가 농사를 지어 쌀을 먹기 시작한 것과 거의 동시에 떡을 먹게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최초의 떡은 시루에 쌀을 넣고 쪄서 만들어진 지에밥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먹어온 역사가 오래된 만큼 떡에는 종류가 아주 많은데 조리법으로 나누어 보자면 쌀을 가루 낸 뒤 쪄서 만드는 백설기 등과 같은 ‘찌는 떡’, 찌는 떡을 치대어 하나로 뭉쳐 만드는 가래떡 등의 ‘치댄 떡’, 쌀로 반죽을 만든 뒤 기름에 지져서 만드는 화전, 부꾸미와 같은 ‘지진 떡’ 등이 있다. 우리 조상들이 밥을 주식으로 삼은 뒤에도 떡을 계속 먹어온 데에는 떡에는 공동체 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한다. ‘밥은 담을 넘어가지 않지만, 떡은 담을 넘어 간다.’ 라는 말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우리 조상은 행사나 잔치가 있으면 항상 떡을 먹어왔는데, 그중에는 달마다 먹는 ‘절식 떡’이라는 것도 있었다. 매 달 있는
장인의 음식, 한 점의 미학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초밥은 오늘날 웰빙 열풍과 함께 급부상하고 있는 음식 중 하나인데, 마트에서 390원씩 하는 초밥부터 한 번 먹는데 십만 원 이상이 드는 정통 초밥까지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초밥이란 어떤 음식이고, 무슨 종류가 있는지 알고 가야 할 필요가 있다. 초밥은 기본적으로 쌀로 지은 밥에 초와 설탕, 소금 등을 친 ‘샤리’에 신선한 회나 달걀구이 등의 ‘네타’를 얹어 간장과 고추냉이를 곁들여 먹는 음식을 지칭하는 데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대표 음식답게 그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스시의 형태로 손으로 밥을 쥐어 그 위에 생선을 얹은 니기리즈시 (握り?司)를 시작으로, 김을 이용하여 김밥처럼 말아낸 마키즈시 (?き?司), 손으로 말아 위는 넓고 아래는 좁은 형태의 테마키즈시 (手?き?司), 손으로 쥔 뒤 김을 옆으로 말아 재료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만든 군칸마키((軍艦?き)가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고 가장 기본적인 초밥이다. 좀 더 정통적인 초밥의 형태로는 밥과 함께 생선을 삭혀 밥은 덜어내고 발효된 생선을 먹는 초밥의 기원격인 나레즈시 (なれずし) 와 전어, 고등어
중국 음식, 하면 무슨 음식이 떠오르는지? 대개 한국에서는 종식하면 짜장면, 짬뽕, 탕수육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중국집 음식에서 벗어나 더 넓은 진짜 ‘대륙의 음식’에 대해 얘기를 나누어 볼까 한다.중국 음식은 크게 광둥, 상해, 북경, 사천으로 나뉜다.그중 광둥은 선교사들이 자주 드나들었던 역사적 특징 덕에 서양 채소나 케첩 등을 사용하는 등의 모양으로 발전하며 샥스핀 요리, 돼지 통구이 요리, 뱀, 개구리 등 다양한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 내었다.광둥식 요리 중 가장 유명하며 크게 발전한 것은 바로 딤섬으로 마음에 (心)에 점 (点)을 찍는다는 뜻으로 흔히 중국식 만두를 칭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만두뿐만 아니라 닭발 요리, 조그마한 갈비, 국수, 죽 등 간단한 식사가 될 수 있는 광둥인들의 점심 요리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우리에게 흔히 상하이로 불리는 상해 요리로는 항구가 발달한 덕에 털게를 필두로 한 해산물이 요리가 발달해 있다. 또한, 지방 특산품인 설탕과 간장을 이용하여 진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작지만 달콤한 살을 가진 것이 특징인 털게 요리는 9월 말에서 1월이 철로 꽤 긴 편이니 혹여나 상해로 여행 갈 일이
특별한 날 먹는 음식의 대명사, 칼질 좀 해가면서 먹을 수 있는 고급 음식. 오늘은 스테이크에 관해 얘기를 해볼까 한다.스테이크라는 말은 구이(roast)를 뜻하는 노르웨이의 스테이크(steik)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 정확히는 스테이크는 고기를 자른 방식을 의미하는데 큰 덩어리에서 고기, 즉 근섬유의 반대 방향으로 써는데 적어도 2~2.5cm의 두께를 지녀야 한다고 한다.보통 스테이크란 소고기를 구운 것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소고기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닭고기는 물론 생선과 두부, 콜리플라워 등 채소도 두껍게 썰어 구워내면 스테이크로 즐길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이 스테이크를 즐기는 이유 중 하나는 두껍게 구워낸 음식이 동물적 본능을 충족시켜주며 야성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지는데 그 때문에 18세기 런던을 필두로 종종 비프스테이크 클럽(Beefsteak Club)이라는 이름으로 남성 사교 모임이 생기기도 했다.소고기 스테이크를 할 때는 많은 부위를 사용하지만, 보통의 경우 안심과 등심을 가장 많이 판매하는데 안심과 등심은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안심은 지방이 등심보다 비교적 적고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질긴 고기를 싫어하고 부드러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의 국가, 툭하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툭 하고 꺼지는 냄비근성의 국민, 축구를 너무나 좋아해서 축구 얘기 하나로 싸움도 벌이는 남자들, 그리고 누구보다 마늘을 사랑하는 식습관을 가진 사람들의 나라.어딘가 굉장히 익숙한 모습이지만 위에서 말하는 국가는 한국이 아니다. 지중해에 위치한 아름다운 국가, 로마의 역사를 간직한 나라 이탈리아의 이야기다. 아시아 동방에 위치한 나라의 식습관과 유럽에 위치한 나라의 식습관을 비교해보자 한다면 비슷한 것이 하나도 없을 것 같지만 뜻밖에 이탈리아와 대한민국은 비슷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마늘과 고추를 즐기는 한국의 식습관은 이탈리아의 마늘을 즐기는 식습관과 페페론치노(이탈리아의 고추품종)를 즐기는 습관과 닮아있다. 알리오 올리오와 같이 마늘만으로 만드는 파스타를 보고 있자면 오히려 '이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 마늘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또한, 우리나라의 멸치액젓과 같이 멸치를 절여서 만드는 엔초비라는 조미료를 즐겨 사용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음식을 즐기는 방법조차 비슷해서 스칼페타 (Scarpetta)라 하여 음식을 다 먹고 나서는 빵으
너무나 멀리 퍼지고 깊게 들어와선 이젠 우리에게도 일상식처럼 자리 잡은 이탈리아의 대표 음식 파스타, 그 중에서도 가장 자주 먹는 것을 뽑자면 토마토, 미트소스와 함께 손 뽑히는 크림 파스타 까르보나라의 원조는 과연 어디에서 출발한 것일까? 까르보나라의 원조 논란은 1여년 전 혜성처럼 등장한 계란 까르보나라와 함께 시작 되었다. 안토니오 까를루초, 제나로 콘달도 등의 유명 이탈리아인 셰프들이 유투브에 이것이 ‘진짜’ 본고장의 까르보나라 만드는 법이라며 기존의 크림이 들어간 파스타가 아닌 계란과 치즈를 넣은 파스타를 선보이면서 사람들은 “저게 정말 진짜 '까르보나라'라면 우리가 먹고 있는 건 어디에서 온 것인가”에 대한 혼란에 빠졌다. 이에 대해서는 2가지 유래가 존재하는데 그중 첫 번째는 ‘까르보나라는 이탈리아 광부들의 음식’ 이라는 것이다 이탈리아 아펜니노(appennini)지방의 광부들이 산에 올라가며 주식으로 먹던 파스타와 함께 판체타(이탈리아식 절인 베이컨)등의 절인 고기와 함께 계란 등을 가지고 올라가 만들어 먹던 것이 시초라는 것인데, 광부들이 먹는 음식, 혹은 후추가 뿌려진 모습이 마치 광부와 같다고 하여 이를 두고 Spaghetti all
한국인들은 보통 고기를 먹으러 갈 때 “오늘 배에 기름칠 한 번 해보자”라는 말을 많이들 쓴다. 우리는 고기를 먹을 때 기름을 먹고 몸보신을 한다는 생각을 주로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한국에서 주로 소비되는 부위는 소고기의 경우 등심을 선호하고 돼지고기의 경우 삼겹살을 가장 즐기며 소의 차돌박이나 돼지고기의 항정살과 같이 기름이 많은 부위를 최상급으로 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과연 서양의 경우는 어떨까? 사실 우리나라(51.3kg)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평균 육류 소비량을 보이는 서양(EU:63kg, 미국:89.7kg)의 상황을 보자면 그렇게 기름 많은 부위를 선호하지 않는다.미국 같은 경우 닭 가슴살을 상당히 선호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유럽의 경우 기름이 적은 소 안심을 선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유럽인들의 안심 사랑은 안심을 세분화 하여 비프텍(Bifteck), 샤토브리앙(chateaubriand), 필렛(Filet), 투르네도(Tournedos), 필레미뇽(Filet mignon) 으로 또 한 번 나눌 정도다. 거기다가 돼지고기도 안심을 제일로 치고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부위인 삼겹살도 예전에는 베이컨용으로나 조금 쓰고 버려지는 부위 취급을 받
2016년 말을 맞이하며 요리계에도 큰 바람이 불었다. 바로 '2017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의 발표였다. 미쉐린은 포크나이프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1-2-3스타로 레스토랑의 등급을 나누는데 ‘3스타’는 음식이 매우 훌륭하여 특별한 여행을 떠날만한 가치가 있는 식당, ‘2스타’는 요리가 훌륭하여 멀리서 찾아갈만한 식당,‘1스타’는 요리가 매우 훌륭한 식당을 뜻한다. 이미 한국에는 한 차례 쿡방 열풍이 휩쓸고 간지라 ‘미식가의 성서’로 불리는 미쉐린 가이드의 서울편에 대한 관심은 더욱이 높았는데, 결과는 대중들과 셰프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필자와 같은 요리학도들에게 까지 제법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그 이유는 미쉐린 가이드 목록과 별들을 휩쓸어 담은 ‘스와니예’, ‘권숙수’, ‘정식당’, ‘밍글스’ 등의 코리안 컨템포러리 레스토랑들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동안 ‘고급 레스토랑’하면 프랑스식의 코스요리에 외국인 셰프들을 떠올렸던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부숴 버린 결과였다. 도대체 이 ‘코리안 컨템포러리’가 무엇이기에 미쉐린의 입맛과 별들을 사로잡은 걸까? ‘코리안 컨템포러리’는 현대 한식이라는 뜻으로 ‘모던 한식’, ‘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