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요리칼럼 8] 우리는 왜 떡을 먹을까?

추석에 돌아본 떡 이야기

  추석에 보름달을 기다리면서 다 같이 앉아 빚어먹는 송편, 새해를 맞으며 뽑아 먹는 가래떡과 떡국. 이렇듯 우리나라는 명절마다 다양한 떡을 먹어왔는데, 왜 이런 떡 문화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발달할 수 있었던 걸까?

우리가 떡을 먹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전, 고대시대부터로 추정된다. 우리가 농사를 지어 쌀을 먹기 시작한 것과 거의 동시에 떡을 먹게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최초의 떡은 시루에 쌀을 넣고 쪄서 만들어진 지에밥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먹어온 역사가 오래된 만큼 떡에는 종류가 아주 많은데 조리법으로 나누어 보자면 쌀을 가루 낸 뒤 쪄서 만드는 백설기 등과 같은 찌는 떡’, 찌는 떡을 치대어 하나로 뭉쳐 만드는 가래떡 등의 치댄 떡’, 쌀로 반죽을 만든 뒤 기름에 지져서 만드는 화전, 부꾸미와 같은 지진 떡등이 있다.

우리 조상들이 밥을 주식으로 삼은 뒤에도 떡을 계속 먹어온 데에는 떡에는 공동체 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밥은 담을 넘어가지 않지만, 떡은 담을 넘어 간다.’ 라는 말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우리 조상은 행사나 잔치가 있으면 항상 떡을 먹어왔는데, 그중에는 달마다 먹는 절식 떡이라는 것도 있었다. 매 달 있는 행사에 행복을 기원하며 먹는 떡으로, 1월 정월대보름에는 풍성하기를 기원하며 먹는 동그란 달떡을 먹고 2월 한식에는 한 해 농사를 지을 노비들을 위해 지어주는 송병, 노비 송편을 지어 나누어 먹고 3월 삼짇날에는 그 달에 나는 쑥으로 쑥 버무리를, 4월 초파일에는 느티떡, 5월 단오에는 풍농을 기원하는 수레바퀴 모양의 수리취떡, 6월 유두날에는 계곡으로 나들이를 떠나며 먹는 밀전병, 7월 칠석에는 꿀물에 떡을 담궈 먹는 수단, 8월 한가위, 추석에 먹는 동그란 오려 송편, 99, 구구절에 먹는 국화떡, 10월 상달 무가 가장 맛있을 적에 먹는 무시루떡, 12월 동짓날에 먹는 새알심과 동지섣달에 제사를 지내며 먹었던 골무떡에 이르기 까지. 이 떡들은 모두 다 자기 집안에만 먹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서로 잘 지내는지 확인하며 공동체정신을 담아 나누어 먹는 떡들이다.

또 떡에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기도 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떡들이 돌잔치, 제사, 결혼식 때 해먹는 떡들이다. 아이의 돌잔치 때에는 백설기를 올리는데, 아이는 업적이 없기 때문에 1단만 올려 쌓고, 나쁜 것을 막기 위해 수수팥단자를 올리며 세상에 모든 것과 조화롭게 살라는 의미로 무지개떡, 오색 송편, 오색 단자 등 여러 색깔의 떡을 올린다. 또 부모님 생신에 올리는 절편은 여러 무늬를 찍을 수 있는데, 장수를 의미하는 국수모양, 십장생 모양을 찍기도 하고, 제사에 절편을 올릴 때에는 아무 무늬를 찍지 않는다. 또 결혼식 때에는 이바지 떡을 하기도 하는데, 이바지는 이받다라는 말에서 나온 단어로 잔치할 때 쓰는 떡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긴 역사를 가진 만큼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우리 민족의 떡, 올 추석에는 다 같이 송편을 나누어 먹으면서 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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