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요리칼럼 9] 맛있는 김치에 수육 한 점 속 사연

김장, 그 안에 담긴 우리 문화 이야기

초겨울이 됐다. 추운 지방에는 조금씩 눈이 내려 쌓이기도 하고 옷장에서는 코트와 점퍼들이 먼지를 털고 나와 길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한다. 슬슬 숨어있던 포장마차가 하나 둘 씩 튀어나와 어묵 꼬치와 떡볶이를 팔기 시작하는데, 이맘때쯤 미뤄놨던 숙제처럼 해야 하는 일이 하나 있으니, 바로 우리민족의 초겨울 대행사, 김장이다.

 

 

 

 

 

 

아리랑, 판소리, 종묘제례악등과 함께 당당히 유네스코 무형유산에 이름을 올린 김장은 엄동(嚴冬)에도 채소를 먹기 위해 시작된 문화로 그 역사는 매우 오래되어 760년에도 김치를 하여 밥상에 올렸다는 문헌이 있을 정도이다. 김장은 대체로 입동 전후로 많이 행해지며 배추, , 고들빼기, 갓 등 다양한 채소에 미나리, 마늘, , 생강과 같은 향신 채와 소금, 젓갈, 고춧가루가 들어가 만들어진다.

 

한반도 전역에서 김장은 똑같이 행해졌지만 만들어지는 김치의 형태는 다 조금씩 달랐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기온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북쪽 지방에서는 기온이 낮다 보니 김치가 쉽게 맛이 가지 않아 간을 약하게 하고, 양념도 담백하게 하여 채소의 신선미를 그대로 살리는 조리법을 사용하는 반면, 남쪽에서는 기온이 높아 대체로 강한 간의 김치를 만든다. 소금만 치면 심심하므로 젓국을 많이 쓰고 고기국물 혹은 고기 그 자체를 가끔 섞기도 한다. 젓국을 많이 쓰다 보니 그 냄새를 가시게 하려고 마늘, 생강, 고춧가루를 많이 넘어 그 냄새를 덮고 찹쌀 풀을 섞어 넣어 짙은맛을 내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각각 지방의 김치는 정확히 어떤 특징을 지니는 걸까?

 

우선 경기도는 한반도 중간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짜거나 싱겁지 않은 김치를 담구며 새우젓, 조기젓, 황석어젓과 같은 담백한 젓국을 써서 많은 종류의 김치를 담구는 특징이 있다강원도부터는 특색이 있는 김치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동태, 오징어 등 신선한 해산물이 잘 잡히던 관계로 김치 소에 생 오징어채, 말린 명태 살 등을 넣고 멸치젓을 이용해 간을 맞추어 시원하고 바다향이 가득한 김치를 담구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면 맛의 고장이라고 불리는 전라도는 어떨까? 전라도는 맵고 짜게 김치를 담구며 감칠맛이 진하게 나도록 김치를 담군다. 고춧가루 대신, 고추를 갈아 쓰기도 하며 찹쌀 풀을 사용한다. 생굴을 쓰기도 하고 전북은 새우젓국을 전남은 멸치젓국을 쓴다고 알려져 있다.

 

필자도 집안이 전라도 출신인지라 이제껏 담구고 먹었던 김치들을 되짚어 보자면 김치에 해초를 사용하기도 하고 검은깨를 넣기도 하는 등 다른 지역과는 확실히 구분이 되는 모습이 보여줬던 것 같다.

 

경상도는 멸치젓을 주로 쓰며 전라도와 같은 남도 식 식생활을 공유하는지라 해산물을 사용하거나 강렬한 맛을 내는 등 비슷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지만 차이가 있다면 생강을 별로 쓰지 않고 김치를 오랜 시간 절여 사용하고 무를 김치 사이사이에 넣지 않는 등의 차이가 있다.

 

 

 

조금 더 멀리 떠나가서 북한의 김치는 어떤 모습일지를 살펴보자, 북한의 김치는 크게 평안도식 김치와 함경도식 김치로 나눌 수 있겠다.

 

평안도는 옛날부터 장과 항구가 들어서 부유했던 지역으로 김치를 담굴 때도 이러한 특징이 조금씩 드러난다. 남한의 김치와 가장 큰 차이점을 대라면 그것은 김치를 빨갛게 담구지 않고 국물을 넉넉히, 싱겁게 담군 다는 것이겠지만 평안도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이 무엇이냐고 묻는 다면 그건 김치위에 올라가는 마늘, , 생강, , 뱀 등으로 이루어진 풍부한 고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 함경도의 김치도 남한 김치와는 크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함경도 추운 지방이기 때문에 젓갈을 많이 쓰지 않고 생 동태나 생 가자미를 썰어 고춧가루에 버무려 식해처럼 만든 것을 배춧잎 사이사이에 끼워 넣어 만든다. 맵지만 짜지는 않게 하고 평안도와 같이 국물을 넉넉히 부어 만들어 익으면 탄산과 같이 톡 쏘는 맛이 난다.

 

 

 

이처럼 전국 팔도에서는 각자의 특징이 담긴 김치를 담궈 먹었는데, 이런 김장 문화에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으니, 바로 김장을 하고 나서 김치와 함께 먹는 수육의 존재였다.

 

김장이 끝나고 따끈따끈하게 삶은 고기에 하얀 배추와 빨갛게 양념된 김치 속을 함께 싸먹어 보지 않으면 김장을 하다 만 것 같은 기분이 들기까지 할 정도인데, 우리는 왜 꼭 이렇게 김장이 끝에는 수육을 삶아 먹었던 것일까?

 

고기가 귀했던 그 옛날에도 김장에는 수육을 삶아먹었던 이유는 바로 김장이 온 마을 공동체가 함께 모여 지내는 일종의 잔치이자 행사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무생각이 없이 먹어왔던 수육 한 점에도 우리 조상들의 과 공동체 정신이 담겨있었던 것이다.

 

전국에 있는 김장을 하느라 고생한 어머니들과 정신없이 배추를 나르고 소를 버무렸을 자식들과 아버지들 그리고 이 모든 농작물을 기르고 수확하느라 허리가 빠질 뻔했을 농부들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며 앞으로 김치를 먹을 때는 이와 같이 김치 속에 담긴 노고와 이야기를 생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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