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의 스포츠 칼럼 5] 엘클라시코, 뒤바뀐 두 팀의 우승 향방



라리가 일정인 7경기밖에 남지 않았던 상황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숙명의 라이벌 FC 바르셀로나에게 1경기 덜 치른 상태에서 승점 3점이 앞서 있었다. 레알의 안정된 수비력과 최근 상승세를 탄 분위기를 고려할 때,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무승부만을 거두어도 잔여 시즌을 여유롭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 반면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샤)의 입장에서는 네이마르가 출전 금지 징계로 빠진 상태에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레알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다소 안정적으로 경기해도 문제가 없었던 레알이지만, 지단 감독은 컨디션이 100%가 아니었던 베일을 무리하게 투입했고, 부상의 재발과 3:2라는 끔찍한 역전패를 당하고 말하였다.

 

감독의 지략싸움으로 보자면 명백한 엔리케 감독의 완승이다. 세계 최고의 라이벌 매치답게 두 명장의 전술을 치밀하고, 신중했다. 그러나 레알의 공격은 속 시원하지 못했고, 엔리케 감독의 덫에 빠지고 말았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바르샤 감독에서 물러나겠다는 공식적인 견해를 밝힌 엔리케 감독은 시즌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우승으로 아름답게 물러나겠다는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유벤투스를 만나 떨어져서, 비교적 리그에 집중을 더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우선 엔리케 감독은, 레알의 최대 병기인 풀백 마르셀루를 꽁꽁 묶어놓는 작전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최근 마르셀루는 적극적인 오버래핑과,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레알의 상승세에 중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마르셀루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호날두와 벤제마가 매우 편하게 득점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라키티치와 세르지 로베르토가 끊임없는 압박을 가하며 레알의 뒷공간을 위협하여, 쉽게 공격에 가담하지 못하게 했다. 게다가 라키티치는 중거리 슛 득점포를 가동하여, 기대 이상의 만점 활약을 하였다. 이에 부스케츠는 중원에서의 안정적인 볼 배급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었다.

 

레알이 선취골을 넣으며 앞서갔지만, 에이스 리오넬 메시가 곧바로 동점골을 넣을 수 있었던 데에는 앞서 말한 전술이 적중하였기 때문이다. 네이마르가 결장한 가운데 알카세르와 수아레스가 투톱을 구성하였고, 좌측에서는 호르디 알바와 이니에스타가 공간을 지배하였다. 레알의 미드필더들과 센터백들은 이들을 막느라 2선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메시를 놓쳤다. 메시의 동점골과 마지막 결승골은 모두 메시가 직접 볼 배급에 관여한 것이 아니라, 마지막의 결정적인 마무리 역할만 할 수 있었다. 메시가 자유롭게 슈팅을 하는 순간, 골이 들어갈 확률은 매우 높기에 메시의 부담을 없앤다는 엔리케 감독의 계산은 맞아떨어졌다. 이 경기에서 메시는 바르샤 통산 500호 골을 엘클라시코의 결승 골로 기록하며 역사적인 날을 자축했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패배를 통해 많은 것을 잃게 된, 아쉬운 경기였다. 베일의 부상은 물론 라모스의 퇴장은 앞으로 레알의 행보에 적지 않은 파문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메시의 이를 가격한 마르셀루의 행동과 시종일관 동료에게 짜증을 낸 호날두는 팬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잔여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레알 마드리드가 얼마나 위기를 잘 극복하느냐가, 우승 경쟁의 키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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