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연의 영화 칼럼 3] <라라랜드>: Where are we?

당신의 해답이 옳았기를.


웃지 못 할 해프닝


지난 2월 26일,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아카데미 시상식의 하이라이트인 작품상 수상작이 번복된 일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수상자가 적힌 봉투를 전달하는 역할의 직원이 한눈을 파는 바람에 다른 봉투를 전달했고, 그로 인해 작품상 시상에서 <라라랜드>가 호명되어 관계자들이 수상 소감을 전하던 중 급하게 <문 라이트>로 정정하여 다시 시상하는 민망한 상황이 벌어진 것. 그렇게 <라라랜드>는 작품상을 놓쳤지만, 미술상·촬영상·음악상·주제가상·감독상·여우주연상을 휩쓸며 6관왕을 차지하여 마냥 아쉬웠다고만 말할 수는 없는 수상 이력을 기록했다.




이례적인 성공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대 관왕을 기록한 만큼 영화의 평가도 좋았다. 네이버 영화 기준 평균 평점 8점 이상을 받았으며 주제가 'City Of Stars'는 각종 차트를 점령했고, 라라랜드 사운드 트랙은 영화가 개봉한지 4달이 지난 지금도 빌보드 'Top 200 Albums'의 상위권에서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OST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위에서 언급했듯, 라라랜드의 OST는 음악 관련 상 두 부문(음악상, 주제가상)에서 음악상과 주제가상 모두를 수상했으며 지금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 기세를 몰아 라라랜드는 '라라랜드 콘서트'를 개최하여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무대 위 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연주하는 형식으로 공연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이 콘서트는 티켓 발매와 동시에 서울 공연 3회 전석 매진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이뤄냈다. 이렇게 성공적인 흥행은 몇 없는 뮤지컬 영화의 몇 없는 성공 사례이다.




캐스팅 비화

여주인공 '미아'역 엠마 스톤의 캐스팅에 대한 비화를 알고 있는가? 사실 엠마 스톤의 캐스팅은 캐스팅 1순위였던 엠마 왓슨이 미아역을 거절한 뒤에 이루어졌다. 즉,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옆의 미아가 '엠마 스톤'이 아닌 '엠마 왓슨'이었을지도 몰랐다는 것이다. 엠마 왓슨의 캐스팅 거절 이유는 바로 지난 16일 개봉한 영화 <미녀와 야수>때문이었다. 그녀는 원작 애니메이션의 오랜 팬이었기에 <미녀와 야수>를 선택했고, 오로지 <미녀와 야수>에 집중하기 위해 라라랜드를 거절했다고 밝혔으며 작품에 대한 애착도 남달랐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엠마 스톤이 <라라랜드>에, 엠마 왓슨이 <미녀와 야수>에 출연한 것이 각자의 자리를 잘 찾아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은 '미아' 역할이, <미녀와 야수>의 엠마 왓슨은 '벨' 역할이 너무나도 자연스레 각자에게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두 영화 모두가 한층 더 빛을 발한 것 같다. 현재 <미녀와 야수>또한 라라랜드 못지않은 흥행으로 인기리에 상영 중이다.




La La Land

제목 'La La Land'는 영화의 주된 배경 로스앤젤레스의 별명이자, '현실과 동떨어진 상태'를 의미하는 어구이기도 하다. 이 제목은 로스앤젤레스라는 영화의 배경과 주된 주제가 '꿈'이라는 면에서 일맥상통한다. 이렇듯 제목의 의미를 알고 나면 제목이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 보여 영화를 한층 더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과 배우 지망생 미아는 꿈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세바스찬은 작은 바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미아는 할리우드 카페에서 일하며 오디션을 보러 다닌다. 하지만 세바스찬은 바에서 잘리게 되고, 미아는 번번이 오디션에서 불합격한다. 그렇게 희망 없이 살아가던 중, 우연히 만나게 된 둘은 '아무리 실패해도 꿈은 있다'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서로의 희망이 되어 각자의 꿈을 응원하며 연애를 시작한다.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힌 세바스찬과 미아는 얼마 가지 않아 이별을 맞게 된다.


5년 후, 각자의 길에서 성공하여 살아가던 어느 날, 둘은 우연히 세바스찬의 바 SEB'S(셉스)에서 마주치게 된다. 이 부분에서 세바스찬과 미아가 헤어지지 않고 계속 만남을 이어갔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부분을 보면 정말 슬프다는 말밖에 나오질 않는다. 하지만 애잔한 새드엔딩이었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고 공감되는 영화로 남을 수 있었다.




Where are we?

"우리 어디쯤인 거지?" 미아가 세바스찬에게 묻는다. 그에 세바스찬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라고 답한다. 문득 한 번씩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 때 이러한 질문을 하게 된다. 세바스찬의 대답은 어쩌면 정답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낙관적이기만 하고 대책은 없는 말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진짜 해답은 행동의 주체가 되는 당신에게 달렸다. 그렇게 모든 게 끝나고 돌아봤을 때, 당신의 해답이 옳았기를, 자신에게 잘 해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칼럼소개: 지나가며 잊혀지고 사라지는 여운을 잡아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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