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의 스포츠 칼럼 3] 라니에리와 레스터 시티의 끝이 난 여정

15-16시즌, 레스터 시티의 기적같은 이야기


작년 레스터 시티의 기적 같은 우승을 이끌었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이 지난 24일 경질되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을 만들어냈던 명장이, 불과 300일도 채 안 되고 경질된 것이다. 레스터 시티는 14-15시즌에 처음으로 1부 리그에 승격된 팀이다. 그러나 15-16시즌 초반 연승을 거두며 선두권에 위치하였다.


이때 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잠깐의 우연이라고 생각하였지만,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며 우승을 거두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토트넘, 리버풀 등의 돈도 많고 전통적 강팀들을 제치고 우승한 것은 그 어느 전문가도 예상하지 못했다. 전문 베팅업체에서 예상한 확률이 0.02%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면 당연한 일이다.


당시 레스터 시티의 주전 11명의 몸값을 합치면, 약 401억 원으로 손흥민의 몸값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특히 레스터 시티 우승의 일등공신은 단연 제이미 바디였다. 밤에 공장 일을 병행하며 8부 리그에서 축구를 하던 바디는 팀을 5부리그로 승격시킨 후 레스터 시티로 이적하였다. 그리고는 다음 시즌 축구계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동화 같은 이야기 끝에 성공한 바디는 많은 축구 팬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라니에리 감독 경질 사태에 대한 분노와 아쉬움


축구계에서 감독이 경질되고, 교체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또한, 레스터 시티의 이번 시즌 모습을 보면 작년 시즌보다 매우 처참하다. 강등권인 18위까지 순위가 떨어졌고,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세비야에 2:1로 패하며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그런데도 라니에리 감독의 경질에 대한 분노와 아쉬움은, 아직도 레스터 시티의 우승에 대한 여운이 남아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한, 그가 레스터 시티 구단 역사상, 아니 EPL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감독이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무리뉴 감독도 기자회견에서 분노를 표출하였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의 약자인 CR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무리뉴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레스터 구단의 결정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필자 역시 레스터의 결정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우승 직후 나태해진 선수들의 잘못도 있고, 원래 이러한 이변을 일으킨 팀은 다음 시즌 같은 결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레스터 시티가 원래 있어야 할 위치로 돌아가는 것에 대하여 과연 레스터 구단이 라니에리 감독을 해고할 자격은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레스터 시티의 결정에 대한 후폭풍은 잦아들고 있지만, 우리는 절대로 라니에리 감독의 업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반면, 전술과 선수 모두 달라진 것이 없는 레스터는 라니에리 감독 경질 직후인 리버풀 전에서 3:1 완승을 하였다.

 


칼럼 소개 세상의 다양한 스포츠 이슈들을 매달 5일 정기적으로 다룬다. 매달 다른 주제에 대하여 날카롭게 비판하고 필자의 입장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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