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연의 영화 칼럼 2] 따뜻하고 따뜻했던 영화 <세인트 빈센트>

세대를 뛰어넘은 만남. 그리고 성장.


도대체 무슨 영화야?


포스터만 봐서는 딱히 종교 영화로는 보이지 않는데, 제목에 있는 '세인트'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게다가 '인생을 알게 해준 특별한 친구'라니? 60살의 노인과 10살의 아이를 지칭하는 글귀인 듯한데, 딱히 그들에게 어울려 보이는 말은 아니다. 정말 영화에 대해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 포스터가 아닐까 싶다.


본 영화는 2015년 상반기에 개봉한 영화이다. 주연은 빌 머레이(사진 좌측·빈센트 역)와 제이든 리버허(사진 우측·올리버 역). 먼저 빌 머레이는 <문라이즈 킹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등 감독 웨스 앤더슨의 대표작에 출연하며 이름을 떨쳤고, 2018년에 또 한 번 그와 손을 잡고 개봉 전부터 큰 기대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애니메이션 코미디 영화 <아일 오브 독스>로 돌아온다고 한다. 다음으로 제이든 리버허는 본 영화를 시작으로 <미드나잇 스페셜>, <더 컨퍼메이션>, <북 오브 헨리>, <잇>등의 영화에서 모두 주연을 맡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간단히 주연 배우들에 대해 소개해 봤는데, 이 명망 있는 배우들이 본 영화를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보장할 수 있는 영화"라고 말해준다고 할 수 있겠다.




성인? 뭐랄까, 슈퍼 셀러브리티 같은 거.


성인의 사전적 의미는 '지혜와 덕이 매우 뛰어나 길이 우러러 본받을 만한 사람'이다. 성인이라고 하면 흔히 공자나 맹자, 테레사 수녀 등과 같이 흔히 들어 봤을 법한 인물들을 떠올리는데, 성인이 꼭 그들과 같은 '슈퍼 셀러브리티'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단순히 본인이 우상으로 삼은 사람이나 본받을만한 일을 한 사람도 성인이 될 수 있다. 즉, 성인은 우리 주변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영화에서는 올리버의 (어찌 보면) 베이비시터인 빈센트가 성인이다. 물론 영화 초반까지는 그 누구도 빈센트가 성인인 이유를 알지 못할 것이다. 그저 돈이 필요해서 꾸역꾸역 이웃집 아이를 돌봐주는 날라리 베이비시터로 보일 테니. 애초에 자식도, 손주도 없었으니 베이비시터는 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빈센트는 올리버와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지극히 이기적이었던 성향도 점차 나아진다. 더불어 상대를 생각할 줄 알게 되고, 이해할 수도 있게 되는 등 점차 인간적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둘은 절친 사이로 까지 발전하게 된다.




친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마음만 통하면 친구 아니겠는가? 빈센트와 올리버는 50년 터울의 친구가 됐다. 이렇게 빈센트가 올리버의 베이비시터에서 친구로 발전하기까지는 많은 사건들과 사고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빈센트와 올리버가 만나게 되는 과정은 올리버가 전학 간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게 되는 사건부터 시작한다. 올리버는 학교의 패거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집 열쇠를 빼앗기게 되고,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웃 빈센트의 집에서 잠시 신세를 지게 된다. 이를 계기로 빈센트는 올리버의 베이비시터가 된다. 그렇게 둘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며 절친 사이까지 되어버린 것이다.




하이파이브?


이 장면은 사실 하이파이브를 하는 장면이 아니다. 물론 포스터에는 이 장면을 편집해서 만들어 낸 사진을 씀으로써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지만 말이다. 사실 이 장면은 빈센트가 올리버에게 (올리버를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그 스스로 맞설 수 있도록) 싸우는 법을 가르치는 장면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포스터를 보니 알게 된 사실이라 재밌기도 하고 왜곡된 장면을 정정하는 의미에서 적어봤는데, 흥미로웠을지 모르겠다.


이 장면은 꽤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바로 빈센트가 올리버에게 마음을 열게 됐다는 증거이면서 둘이 친해지는 계기가 된 장면이라는 말이다. 빈센트는 사진과 같이 올리버에게 싸우는 법을 알려주며 "제대로 치면 코 뼈도 부러뜨릴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 말에 힘을 얻은 올리버는 자신을 괴롭히던 패거리들을 한방에 때려눕히고 이내 그들과 친구로 발전한다. 그리고 빈센트 덕에 친구를 얻은 올리버는 학교에 잘 적응해 나간다.



어머니


올리버의 어머니 매기는 이혼한 싱글 맘이다. 그녀는 올리버를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우기 위해 구직을 하고 이사한다. 하지만 모두 올리버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던 일들이 올리버를 더 좋지 못한 상황에 처하게 만들자 그녀는 스스로에게 회의감을 느낀다.


나는 이 부분이 거의 모든 어머니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자식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자식을 더 좋지 못한 상황으로 끌고 갔다면 충분히 자괴감이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올리버의 어머니는 올리버를 위해 최선을 다 한 것 일 테고, 어찌되었든 올리버는 좋은 친구를 얻었으니 말이다.


올리버는 여러 일을 겪으면서 빈센트와 함께 많이 성장했다. 과정은 조금 순탄치 못했지만, 좋은 친구도 얻었으며 인생의 교훈도 얻었다. 이 정도면 꽤 성공적인 성장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St. Vincent


올리버는 학교에서 과제를 한 가지 받게 되는데, 주제는 그들 주변의 성인을 찾아 그 성인에 대해 발표하는 것이었다. 올리버는 주저 없이 빈센트를 성인으로 정하고, 그 몰래 그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 조사를 하며 빈센트가 베트남전 참전용사였다는 등 의외의 사실들을 알게 된다. 올리버는 타인들이 모르고 있었던 그의 모습에 대한 발표를 준비한다. 그렇게 올리버는 성공리에 성인 빈센트에 대한 발표를 마치고 뜨거운 호응과 함께 박수갈채를 받는다.


영화 초반의 빈센트는 이웃과 거의 왕래를 하지 않으며, 혼밥(혼자 밥 먹기)과 혼술(혼자 술 마시기)을 즐기는 인물이 즉, 홀로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는 전형적인 개인주의형 인물이었다. 하지만 올리버의 베이비시터가 되어 점점 변화해 가는 빈센트의 모습이 담긴 장면들은 가슴 한구석을 따듯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현대 사회의 각박함에 대한 핵심을 찌르며 이상적인 사회 구현의 소망을 잘 들어내 주었고, 지금껏 해왔던 내 행동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일으키는 영화였다. 잔잔하고 따뜻한 영화를 찾는 사람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영화다.





칼럼소개: 지나가며 잊혀지고 사라지는 여운을 잡아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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