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야구 대표팀의 도쿄 올림픽 4위, 정말 선수 태도로 인한 참사인가

 

 

2020 도쿄올림픽이 막을 내린 지금, 올림픽 전 종목 중 가장 큰 비난을 받는 종목을 꼽으라 하면 단연 야구가 먼저 떠오른다. 그중에서 가장 뜨거운 논점은 선수들의 태도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비난을 받는 선수는 kt 위즈의 강백호 선수이다. 야구 대표팀이 비난을 받는 이유와 그 비난이 타당한지를 살펴보자

 

현재 대중들과 언론에서 올림픽 야구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선수들의 태도를 지적한다. 열정과 투지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이러한 의문점이 생긴다. ‘그 열정은 누가 어떻게 판단하는가?’ 운동선수의 실력을 평가하는 지표는 성적이다. 그 성적을 통해 선수의 실력을 평가하며, 그에 합당한 연봉을 지급하고, 팬이 생기기도 하며, 국가대표에 발탁되기도 한다. 하지만 열정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야구 대표팀의 열정 부족을 문제로 지적하는 사람들의 근거가 무엇일까?

 

가장 대표적인 근거로 kt 위즈의 강백호 선수가 더그아웃에서 껌을 씹는 모습을 제시한다.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파이팅을 외치기는커녕 의욕이 없는 눈빛으로 껌을 씹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모습으로 강백호 선수를 포함한 대표팀 선수들의 열정을 폄하하기에는 근거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우선 강백호 선수는 이번 대회 타율 .308 장타율 .346 출루율 .400로 OPS가 .746에 달하며, 태도 논란이 일어난 동메달 결정전 당시에도 4타수 2안타 1타점, 역전 적시타까지 만들어냈다. 다소 타격감이 늦게 올라오기는 했으나 성적 면에서는 팀의 중심타자 역할을 잘 해냈다고 할 수 있다.1 

 

또한 해당 장면보다 선행된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1회부터 홈런 2개 포함 4실점을 내어주며 불안한 출발을 했으나 2회와 4회에 각각 1점씩 따라붙었고, 5회에 주자 김현수 선수를 불러들이는 강백호 선수의 역전 적시타를 포함해 4득점을 기록하며 6대 5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대표팀의 최고참이자 마무리 투수인 오승환 선수가 8회에 등판하며 경기의 양상이 빠르게 변화했다.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한 오승환 선수는 희생 번트를 내주며 득점권 찬스를 내주었다. 이후 안타와 볼넷으로 만루를 채운 뒤 폭투로 1점을 헌납한 오승환은 곧바로 2타점 역전 적시 2루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 다음 타자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한 오승환은 힘없이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후 등판한 대표팀 막내 김진욱 선수가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지만 이미 점수판은 공격 기회가 단 2이닝밖에 남지 않은 한국 대표팀에게 6대 10의 처참한 점수를 보여줄 뿐이었다.2 

 

동메달 결정전에서 팀의 최고참이자 마무리투수 역할을 맡은 오승환 선수가 크게 흔들려, 이기고 있던 경기를 4점 차로 역전당한 상황에서 힘이 안 빠질 정도로 정신력이 강한 선수는 많지 않다. 팀의 주장인 LG 트윈스의 김현수 선수는 끝까지 파이팅을 외치며 팀의 분위기를 다시 살려보고자 했으나 남은 8회와 9회, 한국 대표팀의 득점은 없었다.

 

물론 선수가 경기 중에 의욕을 상실한 듯한 표정으로 껌을 씹는 모습이 바람직한 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비판을 받을 여지도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저 선수는 왜 저런 표정으로 경기 중에 껌을 씹어?” 정도의 비판이면 충분하다. 실제로 강백호 선수는 대회 중에 파이팅을 외치는 장면도 있었으며, 성적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약 2초 남짓하게 중계 카메라에 잡힌 모습 하나로 선수가 대회에서 보여준 성적과 태도,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선수단 전체의 열정과 능력, 태도까지 깎아내릴 수는 없다.

 

오히려 대표팀 선수들은 매사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LG 트윈스와의 연습경기에서 선수와 충돌하여 얼굴을 꿰매고, 대회 중 손에 공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전 경기 선발 출전한 LG 트윈스의 오지환 선수, 얼굴에 흙을 뒤집어쓰면서까지 몸을 사리지 않는 주루플레이를 하여 득점을 한 박해민 선수, 대회 기간 무려 6경기에 등판해 8이닝을 소화하며 총 투구 수 140개를 넘게 기록한 키움 히어로즈의 조상우 선수 등 대표팀 선수들은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모습이 투혼이 아니라면 무엇이 투혼인가?

 

여기까지 내용을 읽은 사람 중에 대표팀의 열정을 아직도 깎아내리는 사람들은 이렇게 반박할 것이다. “그러면 그렇게 열정 넘치는 한국 대표팀이 왜 4등을 한 건데?”라고,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감독의 능력 부족이다. 실제로 이번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외부로 드러나는 잡음이 상당히 많았다. 최초 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표 때, 일부 선수들의 발탁, 혹은 미발탁 이유에 대해 상당한 논란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미 발표가 난 상황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엔트리를 교체하기도 힘든 상황이었으며, 김경문 감독 또한 이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국 야구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온 사건이 터진다. 일부 선수들의 방역수칙 위반 사건이다. 이때 NC 다이노스, 키움 히어로즈, 두산 베어스, 한화 이글스 등의 구단에서 코로나 19 확진자, 혹은 방역수칙을 위반한 선수가 나왔으며, 당시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합류한 상태였던 NC 다이노스의 2루수 박민우 선수와 키움 히어로즈의 투수 한현희 선수가 이에 책임지고 대표팀에서 자진 하차했다. 따라서 이들을 대신할 대체 선수를 발탁해야 했던 상황, 여기서 김경문 감독은 박민우 선수의 대체 선수로 롯데 자이언츠의 투수 김진욱 선수, 한현희 선수의 대체 선수로 삼성 라이온즈의 투수 오승환 선수를 발탁했다. 이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일었다.

 

우선 2루수 박민우 선수가 빠진 자리에 투수를 보강하며 대표팀 엔트리에 2루수로 발탁된 선수는 SSG 랜더스의 최주환 선수가 유일했으며, 오승환 선수는 1982년생으로 한국 나이 40살의 노장 투수이다. 전성기가 한참 지났고, 체력적인 문제가 제기됐다. 또한 김경문 감독은 이러한 오승환 선수를 대표팀의 마무리투수로 일찌감치 낙점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은 결국 올림픽 무대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대표팀의 유일한 2루수 최주환 선수가 부상으로 선발 출전이 불가능해지며 유격수로 발탁된 키움 히어로즈의 김혜성 선수, 심지어 3루수로 발탁된 kt 위즈의 황재균 선수까지 2루수로 선발 출장 하는 결과가 초래됐다. 또한 오승환 선수는 대회 초반에는 이스라엘전에서 피홈런을 허용하기도 했으나 준수한 피칭을 이어갔다. 그러나 결국 대회 마지막 경기인 동메달 결정전에서 도미니카 공화국을 상대로 0.1이닝 4피안타 1사사구 5실점 5자책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또한 김경문 감독의 경기 운영 능력 또한 문제가 제기됐다. 8월 2일, 이스라엘과의 녹다운 스테이지에서 4.1이닝 동안 2피안타 1탈삼진의 호투를 보여주던 선발투수 한화 이글스의 김민우 선수가 5회 1아웃 상황에서 첫 볼넷을 내주었다. 61개의 투구수로 적은 투구수를 기록 중인 김민우 선수가 충분히 더 긴 이닝을 맡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강판을 지시했다. 이를 이어받은 최원준 선수가 0.1 이닝 동안 4사구 3개를 내주며 승계주자를 홈에 불러들였고, 결국 대표팀의 에이스 조상우 선수가 마운드에 또다시 올라와 2사 만루의 위기를 막았다. 4.1 이닝을 선발투수가 책임지고 내려갔지만 5회에 아웃 카운트 2개를 남기고 2명의 투수가 소모된 것이다.3 

 

이러한 아쉬운 경기 운영은 한일전에서도 이어졌다. 준결승전인 8월 4일 한일전, 선발투수 KT 위즈의 고영표 선수가 5이닝 2실점의 준수한 활약을 하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이를 이어받은 LG 트윈스의 차우찬 선수, 키움 히어로즈의 조상우 선수가 이후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러나 이를 이어받은 LG 트윈스의 고우석 선수가 마운드 위에서 급격하게 흔들렸다. 선두타자를 삼진아웃으로 처리한 고우석 선수는 다음 타자에게 단타를 허용했고,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다음 타자에게 병살타 코스를 유도한 고우석 선수는 1루 베이스커버 과정에서 실수를 범하며 타자 주자를 잡아내지 못했고, 이닝을 마무리 지을 기회를 놓쳤다. 이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8번 타자를 고의사구로 내보내고 9번 타자를 상대해 이닝을 마무리하려던 한국의 작전이 실패했다. 고우석 선수가 9번 타자 카이 타쿠야 선수에게 볼넷을 허용한 것이다. 이렇게 투수가 급격하게 흔들리면 투수교체를 고려하거나 마운드에 포수, 혹은 코치가 직접 올라가 투수를 다독여주는 것이 통상적인 조치이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흔들리는 고우석 선수를 바라보고만 있었고, 결국 일본 대표팀의 1번 타자이자 중심타자인 야마다 테츠토 선수에게 3타점 적시 2루타를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작전을 지시하고, 그 작전이 실패한 상황에서 이를 지켜보고만 있었던 김경문 감독의 경기 운영이 아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4


둘째는 선수들의 실력 저하이다. 현재 한국 야구의 수준은 ‘야구 황금기’라 불리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전후의 수준보다 낮아졌다는 평가가 대다수이다. 따라서 현재 한국 야구 대표팀에게 한일전 승리, 미국전 승리, 혹은 메달을 바라는 것 또한 무리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AP통신> 에서 2020 도쿄올림픽 야구 순위를 일본 금메달, 미국 은메달, 이스라엘 동메달로 예측한 바가 있다. 따라서 이번 올림픽 야구 대표팀의 최종성적인 4위는 어쩌면 참사가 아니라 한국 야구계의 현실을 보여준 계기일 뿐이라고 볼 수도 있다.

 

대표팀 선수들의 열정을 깎아내리는 사람들은 대개 이러한 반응을 보인다. 선수들이 열정을 보였으면 메달을 못 땄어도 비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메달을 따지 못해서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러한 반응은 단순 변명에 불과하며 이러한 비난 모두 사실이 왜곡되고, 불필요한 비난이다. 그리고 이를 주도한 주범은 언론사이다. 유튜브나 인터넷 검색창에 ‘강백호’를 검색하면 문제의 껌 씹는 장면과 관련된 기사, 태도에 관련된 기사가 쏟아져 나오며, 유튜브에서는 각 언론사의 공식 계정에서 강백호 선수의 이러한 모습을 재조명한 영상들을 게시하여 ‘조회 수 사냥’에 나서고 있다. 야구팬들을 비롯한 대중들은 이러한 언론사들의 기사와 영상 하나하나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신력을 갖춘 기관이기 때문이다. 결국 언론사의 조회 수를 위한 영상과 기사 하나하나가 대중들의 여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선수 개인에게 불필요할 정도의 큰 비난을 떠안긴 것이다.

 

이번 한국 야구 대표팀을 비판하고자 한다면 김경문 감독의 능력 부족, 선수들의 능력 부족, 이 두 가지 면에서 비판할 때 정당하다. 김경문 감독의 문제점이 이번 올림픽에서 크게 드러났으며, 한국 야구 선수들의 능력 저하 또한 드러나 한국 야구의 현주소를 파악하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벗어나 객관적 지표가 존재하지 않고, 강백호 선수의 2초 남짓하게 중계 카메라에 담긴 단편적인 장면으로 측정하고 평가한 ‘선수들의 열정’, 이를 근거로 이번 한국 야구 대표팀을 비난한다면 이는 ‘선을 넘은 비난’에 불과하다.

 

과연 이러한 비난을 일삼으며 선수들을 욕하는 행동이 한국 야구의 발전을 촉구하는 계기로 작용할까? 그리고 이러한 비난을 일삼는 사람들은 한국 야구에 관심이 얼마나 있고, 진정으로 한국 야구의 발전을 기원하며, 한국 야구를 애정 어린 마음으로 보는 사람들일까? 진정으로 한국 야구의 발전을 바라는 사람들이라면 선을 넘는 비난이 아니라 대표팀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비판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마치 ‘열정’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잣대가 대표팀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정말 이번 한국 야구 대표팀의 문제가 선수들의 태도 불량뿐일까? 그리고 그 태도 불량은 실제로 이번 한국 야구 대표팀에게 성립하는 문제점이며, 설령 태도 불량 이슈가 없었더라도 4위의 성적표를 들고 귀국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을 그들은 진정으로 환영해줬을 것인가?
 

야구 대표팀 문제점의 본질을 흐리는 잘못된 물타기 식의 비난이 계속되어서는 안 되며, 선수들을 총알받이로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려는 김경문 감독을 포함한 한국 야구의 고위층 인사들은 더는 선수들의 뒤에 숨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각주

1,2,3,4: 참고 Baseball Olympic Games 2020 - The official site - WBSC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