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인의 일상 칼럼1] 대학수학능력시험

수시확대인가 정시확대인가

‘학종시대 2년차’를 맞이한 2019학년 상위17개대학은 수시에서 3만9348명을 모집한다. 한 해 전 3만8693명과 비교했을 때 655명의 모집인원이 늘어나며, 비중도 70.5%에서 71.6%로 커졌다. 교육부가 2022대입개편을 여론전에 떠넘겨 어수선한 상황 속에 올해 상위대학 수시는 최대의 문호로 치러지게 됐다.
 
 
수시확대 기조의 중심에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자리했다. 통상의 인문/자연계열 수험생과 거리가 먼 실기위주전형을 제외하면, 교과전형 논술전형 특기자전형의 규모가 모두 축소된 가운데 학종은 유일하게 2만1295명에서 2만1984명으로 모집규모를 늘린 전형이다. 학종은 올해 상위17개대학 전체 정원내 모집인원 대비 40% 비중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8.4% 비중의 정시보다 큰 비중을 보이게 됐다.
 
2022학년 대입개편안이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지만, 당장 2020학년과 2021학년의 수시는 2019학년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22학년도 대입 당사자인 중3 참가자는 수시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참가자는 “정시가 늘수록 서울 강남학생들이 상위권 대학을 독차지해 성실한 지방 학생들이 진학을 못할 수 있다”며 “현행 학생부종합전형도 상위권 학생을 위한 특별관리가 아닌 모두를 위한 전형이 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의 한 중학교 교사도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걸 교육과정에 담아야 하고 이는 과정중심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수시모집이 중요하다. 만약 학생부종합전형의 폐해가 많다면 교과전형으로 보완하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반해 정시모집의 문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자신을 고3 학부모라고 밝힌 50대 참가자는 “고1 때 아이가 학교생활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이 성적으로는 원하는 대학을 못 가겠다며 정시로 대학을 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며 “수시도 좋은 제도이지만 현재는 그 비율이 너무 높다. 정시를 통해서 갈 수밖에 없는 학생들을 위해서 정시 비율을 확대해달라”고 강조했다.
 
또한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부산 남구에서 학원을 운영한다고 밝힌 30대 참가자는 “학교 현장에서 토론 수업을 못하는 이유는 내신 때문이고, 교사들의 업무량이 많은 것도 내신 상대평가 영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2018학년 ‘학종시대’를 맞이한 상위대학 수시는 2019학년에도 동일 기조를 이어간다. 학종이 확대되며 전반적인 수시확대를 이끈 모양새다. 
 
상위17개대학의 전체 수시/정시 합산 모집인원은 총 5만4992명이다. 이 중 수시 모집인원은 3만9348명으로 71.6% 비중이며, 학종 모집인원은 2만1984명으로 가장 큰 40% 비중을 차지한다. 논술이 14.3%(7844명)로 뒤를 이었고, 교과 10.2%(5618명), 특기자 3.3%(1797명) 순으로 뒤를 받친다. 예체능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 실기위주전형은 3.8%(2105명)를 차지한다.
 
 
학종은 본래 상위대학 입시에서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던 전형이다. 2016학년만 하더라도 26%(1만4429명)에 불과했으며, 2017학년에도 29.7%(1만6373명)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정시는 37.8%(2만994명), 34.3%(1만8893명)로 상위대학 입시의 확고한 중심축이었다.
 
반전이 시작된 것은 2018학년의 일이다. 처음 학종을 도입, 수시 전 전형을 학종선발로 유지해온 서울대, 뒤따라 학종확대에 적극 동참했던 경희대 중앙대 한양대에 이어 고려대가 논술을 폐지하고 학종 중심의 전형변화를 단행했고, 성대 서강대 등도 큰 폭의 학종 확대에 동참하며 2018학년 ‘학종시대’가 열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학종은 상위대학 입시에서 유독 그 몸집이 크다. 대교협이 발표한 전형계획에 따르면, 2019학년 전체 대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41.4%의 교과전형이다. 학종은 24.3%로 23.8%의 정시와 비등한 비중을 보이는 데 그친다. 상위대학들이 학종확대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 왔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상위대학이 학종확대에 적극적인 것은 학종이 지닌 순기능을 ‘체감’한 때문이다. 수십 년간 대입을 좌우한 정량평가가 우수인재를 길러내는 데 사실상 실패, 2008년 시범도입 된 입학사정관전형에서 교외활동을 배제하면서 생겨난 학종은 ‘고교교육 정상화’를 목적으로 한다. 단발성 시험의 폐해로 여겨지는 교실붕괴와 교육과정 파행 등을 막을 수 있는 전형이란 점에서 대학들은 학종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종단연구 결과 신입생들의 만족도, 학업 성취도가 높고, 중도이탈률도 낮다는 점이 드러난 것도 적극적인 학종확대를 꾀하게 된 요인이다. 
 
전체 대입에선 가장 영향력이 큰 교과 전형이 상위대학에는 적합하지 못한 전형이란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학생부교과성적을 정량평가하는 교과 전형은 고교별 특성을 전혀 반영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학생부와 자소서 등을 종합평가하는 학종을 두고 굳이 교과 전형 선발을 꾀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최근 교육부 차관이 직접 대학에 연락, 정시확대를 주문하면서 2020학년에는 그간 상위대학 입시의 일관된 기조였던 수시확대에서 정시확대로 현상이 바뀔 예정이지만, 학종의 맹위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발표된 2020학년 전형계획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상위17개대의 학종은 2만2439명으로 또 한 번 확대가 예고돼 있다. 
 
 
대학들이 정시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꾸준히 축소/폐지가 권장돼 온 논술/특기자와 정량평가라는 한계를 안고 있는 교과 전형을 줄이는 방법을 쓴 때문이다. 수시확대에서 정시확대로 큰 대입기조의 가닥은 바뀌지만 학종의 중요성은 한층 더 높아진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당장 올해 수시에 지원해야 하는 수험생들은 대학 선호도도 물론 염두에 둬야겠지만, 전형별 특성을 잘 살펴 지원전략을 세워야 한다. 전형마다 특징들이 뚜렷해 수험생이 지닌 강점에 따라 지원 여부가 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학생부가 주요 전형요소란 공통점 때문에 학생부위주전형으로 한 데 묶이는 학종과 교과전형은 평가방법이 완전히 다르다. 
 
둘 다 학생부를 기반으로 학업역량을 측정하는 전형이란 점은 같지만, 학종은 학생부 교과성적에 비교과활동까지 전부 포함하는 정성평가 전형인 반면, 교과전형은 학생부교과성적(내신성적) 기반 정량평가의 특징이다. 두 전형 모두 학생부에 강점이 있는 재학생이라면 적극 지원해야 할 전형이지만, 평가방법이 다르다는 점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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