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성의 과학칼럼 4] 눈도 없고, 귀도 없는 식물들이 서로 소통하는 방법

숲의 지하에는 소통하는 식물들의 거대한 네트워크가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의 삼림학자, 수잔 시마드는 말한다. “수많은 나무들이 살고 있는 숲의 지하에는 나무들끼리 소통하는 또 다른 세계가 있습니다. 거대한 연결망을 통해 나무들은 서로를 도와주고 지지하면서 살아갑니다.”

 

 

식물들은 광합성을 통해 빛에너지를 이용하여 양분을 얻어 살아간다. 더 많은 양분을 얻기 위해서는 햇빛을 향해 위로 또 위로 올라가야 한다. 나는 수많은 나무들이 있는 숲속에서는, 키가 큰 나무들은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어 살고, 키가 작은 나무들은 큰 나무들의 그늘 아래에서 햇빛을 받지 못해 죽게 되는, 생존을 위한 경쟁만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숲속으로 들어가 보았을 때, 무성한 나무들 사이에서 키 작은 나무들이 꿋꿋이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때 생각했다. ‘저 어린 묘목들은 그늘진 곳에서 햇빛을 못 받고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앞에서 삼림학자 수잔 시마드가 말한 숲의 지하에 있는 또 다른 세계가 나의 이 질문에 명쾌하면서 신비로운 대답을 해 주었다.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식물들 

최근에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한 소나무 묘목 뿌리가 다른 소나무 묘목 뿌리로 탄소를 전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잔 시마드는 이러한 현상이 실험실이 아닌 숲에서도 일어날 것이라는 가설을 가지고 자기 방사법을 이용한 실험을 진행하였다. 자기 방사법이란 방사성 물질로부터 방출되는 방사선에 의해 X-ray 필름이나 원자핵건판 위에서 만들어지는 이미지를 이용하여 방사성 물질의 분포와 세기를 측정하는 테크닉이다

 

생물학에서는, DNARNA 또는 단백질에 방사성 물질을 결합시켜서 대사과정에 도입한 뒤, 조직 내 방사성 물질의 위치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자기 방사법을 연구에 응용하고 있다.

 

수잔 시마드는 전나무, 자작나무, 삼나무 세 종류의 나무 80그루를 키웠다. 각각의 나무들에 비닐봉지를 씌운 다음, 주사기를 이용하여 비닐봉지 안에 추적용 동위 원소 이산화탄소를 주입했다. 나무들이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포도당을 합성하고 난 후 탄소를 주변의 다른 나무들에게 보내기에 충분한 약 한 시간이 지나고 그녀는 자작나무에 씌워둔 봉지를 벗겨내 나뭇잎 위로 가이거 계수기를 대어보고 자작나무가 방사선 가스를 흡수했음을 확인했다. 그런 다음 가이거 계수기를 옆의 전나무의 잎에 대었고 자작나무가 흡수했던 탄소가 전나무에게로 전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가 80그루의 모든 나무들을 확인해본 결과, 모든 전나무와 자작나무 사이에서는 어느 한 나무가 햇빛을 잘 못 받을 때나 잎사귀가 없을 때, 잘 성장하고 있는 다른 한 나무가 그 나무로 탄소를 보내주는 상호의존성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삼나무는 다른 나무들과 연결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성장했다. 그녀는 실험을 통해 숲의 나무들은 서로에게 경쟁자일 뿐만 아니라 협력자로서 소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식물들의 거대한 통신망, '균근' 

그렇다면 나무들은 어떻게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일까? 바로 땅속에서 식물들과 상리공생하는 곰팡이인 균근이 나무들의 연결망 역할을 한 것이다. 숲속에서 흔히 보이는 버섯이 바로 균근의 생식기관이다. 균근의 줄기에서는 균류 끈실이 나와서 균사체를 이루고 균사체는 대부분의 식물들의 뿌리에 서식한다. 균 세포가 나무의 뿌리 세포와 만나면 세포끼리 탄소 영양분을 교환하는데, 그뿐만 아니라 질소와 인, 물과 해충에 대한 방어 신호 등도 교환한다. 이러한 균근망은 한 발자국 정도에 수백 킬로미터의 균사체가 엉겨 있을 만큼 그 밀도가 매우 높다

 

따라서 균근망은 숲속의 수많은 다른 개체들을 연결하는 식물 지하 세계의 유선 통신망역할을 한다. 크기가 매우 큰 나무 같은 경우는, 그 한그루의 나무에 수백 그루의 작은 나무들이 균근망으로 연결되어있기도 한다. 수잔 시마드의 실험 중, 거대한 균근망의 중심에 있는 큰 나무가 주변에 있는 많은 작은 묘목들을 자신의 균근망으로 감싸 지하로 자신이 가진 여분의 탄소를 보내주고 그 뿐만 아니라 작은 나무들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해충에 대한 방어 신호도 전달해주어 대비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는 어린 묘목들의 생존률을 약 4배 가까이 증가시켰다.

 

나는 나무들이 서로 협력하며 자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러한 관계가 마치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자신의 것을 흔쾌히 나눠주는 끈끈한 가족관계와 비슷하다고 생각되었다. 식물들이 생존을 위한 경쟁 관계에만 놓여져 있는 줄 알았던 나는 숲, 나무, 모든 식물들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한편, 새로운 좋은 등급의 나무 자재들을 얻기 위해 숲속 오래된 나무들을 벌목하는 인간의 행위가 다시금 걱정되었다. 앞으로는 지하의 연결망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공존하며 살아가는 이러한 식물들의 방식이 숲 전체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조금 더 건강한 새로운 방식이 삼림업계에 등장하기를 희망한다.

 

 

칼럼소개 : '과학'은 어렵고, 딱딱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칼럼. 순수한 과학 학문, 새로운 과학 이슈, 일생활에서의 과학적 사실 등 다방면에서 소재를 찾아 그에 대한 지식과 생각을 공유하겠습니다.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기쁨, 글을 읽고 생긴 과학에 대한 호기심, 가끔은 새로운 다짐까지도 이끌어낼 수 있는 칼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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