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호의 무비칼럼 10] <트랜스포머>가 애증의 시리즈로 남게된 이유

옵티머스와 범블비가 아니었다면 어쩔뻔 했을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5명의 오토봇이 각각 지구에 착륙하여 샘 윗위키(샤이아 라보프) 앞에서 일제히 로봇으로 변신하며 다가오던 장면 말이다. 초등학생이었던 필자에게 트랜스포머와의 첫만남은 충격과 그들에 대한 동경으로 시작되었다. 그렇게 1편이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고 어느덧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2017년 <최후의 기사>까지 총 5편에 이르는 꽤나 큰 규모의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어째 이상하다. 필자가 그렇게 동경했던 옵티머스 프라임을 3편부터는 명절 특선으로만 만나고 있었던 것이다. 비단 필자뿐만은 아닌 듯 하다. 극장에서 관람하다가 1시간 가까이 자고 왔다는 분들도 여럿 보았다. 어쩌다 <트랜스포머>가 돈 주고 보려니 아깝고 안보자니 섭섭한 그런 영화가 되어버린 것일까? 몇가지 키워드로 알아보자.

 

1. 공허한 액션

 

 

 

 

대한민국의 파괴왕이 주호민 작가라면 할리우드의 파괴왕은 마이클 베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러닝타임 중 폭파신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각종 무기를 장착한 로봇들과 미군이 등장하니 당연하다고 여기시겠지만 문제는 2시간이 훌쩍 넘어가는 러닝타임동안 '공허한 액션'만이 끊임없이 반복될 뿐이다.

 

 

 

 

공허한 액션이라 함은, 처음 봤을 땐 눈이 즐거울지 모르나 비슷한 맥락의 장면이 반복될수록 피로감과 지루함만이 중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체로 필자가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관람한 뒤의 감정은 뿌듯함도, 황홀함도 아닌 '허무함'이었다. 분명 길고도 긴 러닝타임동안 무언가 엄청난게 지나간것 같은데 머릿 속에 떠오르는건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다 먹어버린 콜라와 팝콘에 대한 아쉬움 뿐이었다.

 

2. 스토리의 부재

 

 

 

 

위에서 언급한 공허한 액션과 연관되는 부분이다. 사실 <트랜스포머>의 액션에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스토리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아니, 차라리 부재라고 보는게 맞겠다. 솔직히 필자는 최근에 관람한 <최후의 기사>를 제외하면 나머지 전작들의 줄거리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설정도 워낙에 뒤죽박죽이고 어째 스토리도 매번 똑같은 전개를 타는 듯해서 지루하기 짝이 없다. <다크 오브 더 문>부터는 뭔가 시선을 끌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해놓았는데 (가령 <다크 오브 더 문>의 달 착륙 씬이라던지, <사라진 시대>의 공룡 시대 씬이라던지, <최후의 기사>의 아서왕 씬과 2차 세계 대전 씬 말이다.) 결국 중간부 이후로 도달하게 되면 매번 실망스러운 전개가 이어지니 화려한 그래픽도 공허하게 느껴질 수 밖에.

 

3. 저질스러운 유머 코드

 

 

 

 

그렇다. 트랜스포머엔 항상 섹드립과 더불어 가족과 함께 보기엔 다소 민망한 장면들이 있었다. 물론 이 또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소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마이클 베이의 이러한 코드는 다소 '저질스러운' 구석이 있다. 또한 종종 유머스러운 농담들이 나오곤 하는데, 아무리 마음을 열어놓고 봐도 대체 뭘 보고 웃으라는건지 잘 모르겠다. 이런 유머 코드 생각할 시간에 차라리 스토리에 좀 더 집중하는게 영화를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4. 찬양하라, GOD-미군

 

 

 

 

마이클 베이 감독에게 군인과 관련된 특별한 에피소드라도 있는건지 <트랜스포머> 시리즈엔 <사라진 시대>를 제외한 모든 작품에 레녹스가 이끄는 미군들이 등장한다. 뭐, 국가 존망이 걸린 사태이니 군인들이 나서는건 당연하다 치지만 상대는 최첨단 외계 기술로 무장한 전투 로봇들이다. 솔직히 아무리 훈련이 잘된 군대라 할지라도 온몸을 금속으로 무장한 로봇들이 미사일과 대포를 쏴대는데 상대가 되겠는가?

 

게다가 이 영화의 제목은 <U.S.Army>가 아닌 <Transformers>이다. 우리는 트랜스포머들의 변신 장면과 그들의 활약상이 보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어째 디셉디콘들이 멍청한건지, 인류라는 종족이 태생부터 위대했던건지, 미군들은 오토봇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주신다. 

 

그래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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