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환의 의료칼럼 7] 소수의 고통, 희귀병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출산의 고통보다 더한 CRPS란 병은 무엇일까?

출산의 고통보다 더한 CRPS란 병은 무엇일까...

 

나는 외할머니가 아프시면서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많은 낯선 병들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많은 희귀병이 존재하지만 믿겨지지 않는 일들이 외할머니께도 일어났다. 그 병은 다름 아닌 다양한 통증을 유발하는 희귀성 난치병, 복합부위통증증후군 CRPS(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란 병이다. 얼마 전 탤런트 신동욱이 모프로그램에 출현해 오랫동안 앓아오던 CRPS 투병생활을 얘기하며 화제가 되었던 병이기도 하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외상 후 특정 부위에 발생하는 만성 신경병성 통증과 이와 동반된 자율신경계 기능 이상, 피부 변화, 기능성 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질환’(서울대병원 의학정보)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 질환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신경 손상, 외상, 수술, 심혈관질환, 감염, 또는 방사선치료와 관련이 있다고 믿어지고 있다.

 

외할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시고 머리에 피 빼는 수술을 하시고 난 후, 중환자실에 누워계셨는데 마비된 왼팔이 마치 통나무처럼 퉁퉁 부어올랐고 온기가 완전히 사라진 냉랭한 상태였다. 가족들은 외할머니의 발병시점이 수술 이후였으니 수술이 원인이지 않았을까 짐작해보지만 의학적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어떠한 증거를 밝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담당의사는 중환자실에서 외할머니의 뇌부종을 더 걱정해야할 시점이니 그런 증상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단지 뇌출혈 후유증인 마비에 의한 통증으로만 생각했다. 외할머니는 강한 통증을 호소했고 그에 대한 처치는 하루 3~4차례 진통제를 투여하는 것뿐이었다. 원인이나 정확한 병명을 모른 체 외할머니는 재활치료를 위해 대학병원에 옮겨졌다. 그런데 옮긴 병원에서 그 마비된 팔의 통증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 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외할머니는 담당의사에게 통증의 강도에 대해서 아기를 낳는 고통보다도 더한 고통이라고 표현하셨다.

 

CRPS는 현재 국내에서 약 15천명 정도가 고통을 받고 있는 질환으로 발병의 정확한 원인이 불분명해 현재까지 국내의 의학계에서 구체적인 원인 진단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성모병원 조사에 따르면, CRPS증후군의 고통은 손발을 자를 때보다 더 고통스러운 병으로 CRPS증후군 환자 중 64.5%는 자살을 생각하며 실제 37.5%는 자살시도를 한다고 보고했다. 외할머니도 너무 아프니 죽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살아있는 지옥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큰 지장을 받고 대부분의 환자들이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 더욱 안타까운 상황이다.

 

희귀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누가 돌볼 것인가?

 

곳곳에서 알 수 없는 원인들로 이름도 생소한 희귀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데, 막상 매체 속 이야기가 우리 가족의 현실로 다가오니 그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생각에 공포스런 마음이 들었다. ‘원인불명이라는 것은 아직 연구로 밝혀진 것이 없다는 얘기일 것이다. 어느 책에선가 연구의 목적도 수익성을 따진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걸리는 병에 우선적인 연구가 된다는 것, 그러한 논리라면 희귀병은 영영 희귀병으로 존재할 것이고 그 고통은 아무도 해결해 줄 수 없는 아주 절망적인 병이 되고 말 것이다

 

소수이지만 그 소수에 속한 본인이나 가족들은 치유라는 희망도 없는 지옥 같은 현실 속에 진통제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생명의 존엄성이나 가치도 생각할 수 없이 살아가고 말 것이다. 조너스 소크 박사가 인류를 위해 특허권을 가지지 않고 소아마비 백신을 전 세계에 공유했던 것처럼 그러한 정신을 본받아 돈이 되지 않아도 이러한 연구에 뛰어들 제 2의 조너스 소크 같은 의학자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서는 답이 없는 이 병을 외할머니가 걸리셨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내 연구를 마칠 때쯤이면 우리 할머니는 그 고통 속에 사시다가 돌아가실 것 같은 생각이 드니 너무나 가슴 아픈 생각이 든다.

 

 

 

 

인류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의학자를 꿈꾸는 청심국제중 의학 칼럼니스트 신승환입니다. 현재 관심을 갖게된 분야는 인간의 뇌질환과 인공지능 및 뇌공학이고 앞으로 이룰 꿈은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과  희귀병치료를 목표로한 연구자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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