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빈의 가요칼럼 7] 예술의 도덕적 허용치는 어디까지인가

단짠단짠 ⑦ - 당신은 ‘옳은 음악’을 하고 있습니까?



, 언제고 다루고 싶었던 주제이다. 현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무도덕과 과()도덕이 첨예하고 아슬아슬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 전자의 편에 선 이들은 예술이라는 갈래로 자신들의 도덕성을 봉합하고는 한다. (후자는 예술가의 작은 워딩 하나에도 지나치지 않고 강한 비판을 내놓는 편이다.) '그냥 예술인데요, 예술이잖아요.' 어쩌면 그저 변명 같은 피드백들은 우리를 혼란에 빠지게 한다. 정말 그들의 말대로 예술은 모든 비도덕적인 요소들을 허용할 수 있는가?

 

형식적으로 답하자면 ‘No’이겠지만, 사실 이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하기는 어려운 감이 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이 문제에 대해 반복적으로 논하고, 싸우고, 헐뜯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 칼럼에서 다루었던 쳇 베이커같은 음악가가 어쩌면 이 끝없는 논쟁의 주인공으로서 적합한 문제적 인물이다. 그는 늘 마약에 취해 있었고, 죽을 때까지 약물 중독으로 교도소를 드나들었지만 사망 후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추앙받는 재즈 트럼펫터이다. 그는 마약을 한 채로 무대에 섰으며 마약에 취한 채로 음악을 만들었다. (영화 본투비블루에서는 마약에 취해야만 음악성이 최대로 발현되었던 쳇 베이커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그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그가 범법자이지만, ‘적극적 비도덕자는 아니라고 본다. 비록 마약의 섭취가 법적으로 금지이므로 처벌을 받았지만, 그는 다른 이에게 어떤 형태로든 위해를 가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힙합은 어떤가. 그들은 디스(diss)’라는 음악적 개념 아래 비도덕적 언사들을 포장해낸다. 그 뿐이랴, 사회의 취약계층인 여성들에게 갖은 프레임을 씌워 타자화를 양산해내기 일쑤이다. 당장 최근의 이슈만 보아도 힙합계에서는 꽤나 촉망받는 블랙넛의 예시를 들 수 있겠다. 그는 여성 랩퍼인 키디비를 어떠한 목적이나 이유 없이 거론하여 성적인 가사를 썼고, 이에 고소당하여 지난 7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그의 죄목은 성폭력범죄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통신매체이용 음란)’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고소 기사가 나가고 그에 대한 엄청난 동정 여론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일 뿐인 가사가 ‘(그들 시각에서는 주로 여성들인)프로불편러들로 인해 괜한 논쟁거리가 되고, 결국 우리 블랙넛 형이 고소까지 당했다는 불평들이었다. 생산자의 입장에 서 있는지라 예술의 도덕성 논제에 대하여 늘 조금은 모호한 입장을 취해왔었던 나조차도, 이번에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반응들을 보며 멍한 상태가 되었다.

 

21세기 과학자들에게 윤리적 책무가 주어진 것처럼, 현대의 예술가들 또한 작품에 도덕성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특히나 대중음악을 만들어내는 인물들은 더 강한 도덕성이 필요한데, 그들의 작품은 대중들에게 훨씬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이들이 접하는 만큼 이들의 예술은 다양한 기준에 맞추어내야 한다. 수많은 인격체들이 공존하는 사회에는 비도덕적인 개체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인권 감수성이 결여된 이들이 늘 존재한다. 앞서 언급했던 무도덕한 자들과 비슷한 맥락으로서, 그들은 예술 작품에 대한 이성적 판단을 잘 하지 못한다. 따라서 영향력 강한 예술가가 생산해낸 비도덕적인 작품들이 그들에게 비판 없이 수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예술가들은 조금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과하게 억압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옳은 음악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점은 자명하다. 그러므로 자신이 생산해내는 작품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도덕성의 판단은 수용하는 사람들의 몫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생산의 과정에서 조금 더 조심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장에 젠더문제나 에이블리즘(장애우차별)등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조금만 신경 써서 가사를 쓴다면 논란을 몰고 다닐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칼럼 소개: 감정의 올을 바느질하는, 덜 여문 글을 씁니다. 음악과 문학, 가요와 시. 장르의 경계를 적당히 허물어가며, 재미있고 다양한 각도의 견해를 담은 '단짠단짠'한 칼럼을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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