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애의 사회칼럼 6] 머니(money)가 뭐니?

돈이란 무엇인가? 사전은 ‘사물의 가치를 나타내며, 상품의 교환을 매개하고, 재산 축적의 대상으로도 사용하는 물건’ 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돈은 흔히 ‘돌고 도는 것’이라고 말한다. 돈은 흐르는 하나의 ‘에너지’와 같다. 에너지라는 것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이 에너지가 비교로 흐른다면, 돈(에너지)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바뀌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랑으로 흘러간다면, 돈(에너지)은 사물들과 사람을 사랑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자신이 돈을 어떻게 보고, 쓰고, 가지냐에 따라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 나의 의식, 우리의 의식에 따라서 돈의 흐름은 매번 바뀌게 되어있다.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빈자와 부자의 간격은 점점 멀어지게 될 것이다. 부자와 빈자의 이야기 그리고 돈의 흐름을 아이러니하게 써나간 책을 소개하고 싶다.

‘오즈의 마법사’ 이 책은 캔자스의 시골 마을에 숙부, 숙모와 살다가 토네이도에 휩쓸려 마법의 대륙 오즈에 떨어진 도로시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펼치는 누구나 아는 모험 이야기이다. 이 책이 ‘돈’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아이들을 위한 책 같던 ‘오즈의 마법사’는 돈의 현실을 반영한 다른 얼굴을 가진 책이었다.


오즈의 마법사가 써진 시대는 미국의 도금시대였다. 도금시대는 1865년 남북전쟁이 끝나고 1873년에 시작되어, 불황이 오는 1893년까지 미국 자본주의가 급속하게 발전한 28년간의 시대를 말한다. 이 시점에서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쪽이 승리하여 미국 사회의 자본주의가 급격히 발전했다. 농민들과 공장주의 빈부 격차는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부유층에 대항하는 인민당을 결성했고, 돈을 수월하게 대출할 수 있도록 *‘금본위제도’에 은을 포함할 것을 주장한다. 우여곡절의 시대적 배경 속에서 ‘오즈의 마법사’는 *두 얼굴을 가지고 태어났다. 


도로시는 미국의 정 가운데 캔자스에 사는 평범한 시민을 나타낸다. 허수아비는 땅을 뺏기고 몰락하는 농민을 대변한다. 땅을 담보로 받아서 농장을 운영하던 당시의 농부들은 화폐 가치가 상승하면서 농장을 뺏기고 생업을 포기해야 했던 사례가 속출했다. 그는 똑똑하지 않기에 그저 허수아비와 같이 현재 상황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슬픈 농부다. 18세기 미국의 실업률은 18%에 달했고, 일자리를 찾지 못한 수많은 공장 노동자들이 거리를 배회하던 시기였다. 양철 나무꾼은 녹슬고, 마음이 없고, 움직일 수 없는 실직한 노동자다. 리본을 묶은 사자는 금본위 화폐제도의 문제를 제기한 정치인 제닝스 브라이언을 대변한다. 그는 물건보다 화폐가 더 중요했던 시기, 디플레이션 속에서 *‘프리실버’를 주장했다. 두 번의 선거에서 낙선한 힘없는 정치가에 불과했다. 용기를 잃고 숨어 지내는 사자와 비슷한 모습이다. 도로시가 토네이도에서 떨어져 내려앉았던 먼치킨들의 도시의 작은 먼치킨들은 자본가를 의미한다. 그들은 도로시에게 에메랄드 시티로 가기 위해 노란 벽돌 길을 따라가라고 한다. 이는 노란색, 금을 말한다. 금본위화제도를 따라감으로 자본가(먼치킨)들의 부를 추적한다는 것이다. 


험난한 여정을 걸어간 도로시 일행은 오즈의 마법사를 만난다. 하지만 모든 오즈의 마법사에 대한 이야기가 가짜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진정한 마법사는 아니었지만, 통찰력을 가진 오즈의 마법사는 허수아비에게 명예로운 학위를 준다. 즉, 무지한 농부들에게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양철 사냥꾼에게는 시계를 준다. 높은 실업률로 고통받던 노동계층을 살릴 방법은 노동시간의 유연성을 통한 고용의 창출이었다. 그래서 일이 없어 녹슬어가던 깡통 나무꾼에게는 시간을 상징하는 시계를 선물한다. 이 빠진 정치가인 용기 없는 사자는 인정과 지지의 상징인 훈장을 부여한다. 그리고 마지막 도로시는 북쪽의 선한 요정이 알려줌으로 3번 은구두를 치며 집으로 돌아간다. 즉, 금본위제도의 해결책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도로시의 구두는 처음부터 끝까지 신고 있던 구두였다. 결국, 금본위제도의 해결방법은 새로운 경제정책이 아닌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은의 자유화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달러본위제도에서 살아가고 있다. 책에서의 금이 이제는 달러로 변한 것이다. 달러본위제도로 미국 이외의 국가들의 판매가 허용되면서 세계화의 시대가 열렸지만, 미국이 망하면 전 세계가 망할 수도 있는 위험의 가능성이 생겼다. 달러본위제도는 과도한 신용창조로 과잉 투자를 야기했고 전 세계의 강력한 디플레이션 압력이 시작되었다. 다시 세계 경제의 균형을 회복시켜야 할 때가 왔다.


나의 것을 나누고, 함께 씀으로 경제는 다시 활성화될 수 있을까. 공유 경제라는 말이 점점 돌아다니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유 경제가 10년 후면 활성화될 것이라 예상한다. 공유경제는 소유의 종말을 의미한다. 공동으로 소유하고 함께 공유하는 것은 서로의 관계를 회복시킬 것이다. ‘나’의 것에만 집중하여 살아가는 것이 아닌 ‘너’와 ‘나’라는 ‘함께’라는 개념이 숨 막히는 경제 상황을 완화할 수 있는 첫걸음 아닐까.

돈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도 쓰이고 있다. 경제 그리고 역사, 정치는 돈을 어떻게 써왔느냐에 대한 기록이자, 현재다. 지금의 정치가들이, 경제학자들이 역사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빈자와 부자의 간격을 좁히고 있는지 아닌지는 우리의 모습에 달려있다. 결국, 어쩌면 연약해 보이고, 작고, 어린 도로시가 이 이야기를 써나가고 해결해 나아갔던 것과 같이 말이다. 우리가 또 내가 돈을 ‘사랑’으로 바라보고 ‘비교’로 바라보지는 않는지 물어본다면 사회 속 돈(에너지)은 잘 흐를 수 있지 않을까.

몇 년 전 엄마의 학원에 왔던 어린 학생들의 첫 질문은 “선생님, 집 몇 평이에요?”였다. 이 질문을 통해 우리들의 의식이 어디에 자리 잡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비교는 ‘나’와 ‘너’를 멀어지게 하며,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한다. 진짜 너 그리고 진짜 나를 사랑하지 못하게 만든다. ‘너’와 ‘나’ 사이의 흐름을 막는다면 ‘너’ 그리고 ‘나’는 이제 더 이상 친구라 할 수 없다. 

‘너’와 ‘나’로 만났던 도로시와 허수아비, 나무꾼, 사자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되었고, 그 상황의 흐름을 다른 곳으로 흐르게 했다. ‘너’와 ‘나’는 작게는 ‘나’와 ‘공동체’, ‘나’와 ‘사회’, ‘나’와 ‘나라’, ‘나’와 ‘세계’라 정의할 수 있다. 비교로 부풀려진 사회 속에서 똑같은 의식으로 오염된 아이들의 질문이 이렇게 변화되길 소망한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 질문은 ‘나’와 ‘너’의 처음을 의미하는 사랑스러운 말이다. 아이가 아이스럽게, 돈이 돈스럽게, 내가 나스럽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또 한 명의 ‘나’가 되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 금본위제도: ‘금본위제도’란 화폐의 가치를 금의 가치로 나타내는 것이다. 은행의 증서가 금과 바뀐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얼굴: 저자는 이 책과 경제적 연관성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시대적 상황을 풍자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  프리 실버: 프리실버는 은을 쓰게 하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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