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빈의 가요칼럼 5] ‘홍대병’을 아십니까?

단짠단짠 ⑤ - 비주류 음악 애호가들에게 향하는 비판




여러 가지 해프닝으로 가득했던 제19대 대선에서 특이한 신조어가 탄생했다. ‘정치 홍대병’은 남들과 다르게 보이려고 하는 ‘비주류 감성’ 때문에 지지율이 낮은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홍대병’이라는 신조어에서 파생되어 특정 군소 진보정당 후보 지지자들을 조롱하는 말로 쓰였다. 여기서 ‘홍대병’은 무슨 뜻일까?

‘홍대병’은 대중적인 콘텐츠를 거부하고 일반 대중과 본인을 구분해 문화적인 우월감을 표시하는 비주류나 마니아 취향을 가진 이들을 멸칭하는 신조어로, ‘남들이 잘 모르는 비주류 예술인’을 좋아하는 팬들의 자부심을 비꼬는 말로 쓰인다. 인디 문화의 메카인 홍대의 지명을 따온 것이다.

서브컬쳐에 대한 열망은 어떤 사회에서든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실 이 ‘홍대병’이라는 신조어는 1940년대 미국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재즈광들을 지칭하는 슬랭인 ‘힙스터(Hipster)’의 한국형(일명 한국패치) 신조어라고 볼 수 있는데, 아편을 뜻하는 속어 hop에서 진화한 hip, 혹은 hep이라는 말에서 유래하였다. ‘힙스터’들은 유행 등 대중의 큰 시류를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패션과 음악 문화를 좇고, 인디 음악과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대중과 자신들을 구분하면서 지적 우월감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특이하게도 ‘힙스터’는 ‘히피족’처럼 하나의 시대적 심볼으로 인정받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모순적인 행위가 비판을 받더라도, 집단 자체가 조롱의 의미로 불리기보다는 청년 문화로서의 자리를 지키는 편이다. 그에 비해 ‘홍대병’은 그 단어 자체로서 멸칭의 대상이 된다. ‘홍대병’으로 묶이는 이들이 주로 대중음악을 향유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면서 자신들의 문화적 위치를 높게 설정하려 들기 때문이다. 다수의 대중 눈에 그들이 곱게 보일 리는 만무하다. 주류, 비주류의 취향을 모두 지닌 필자에게도 예외는 아니니 말이다.


남들이 듣지 않는 음악을 듣는다는 것만으로 그들이 조롱받아야 할 근거는 없다. 히트하지 못했던 무명 가수의 좋은 음악을 발견하는 기분이 얼마나 즐거운지는 모두 한 번쯤은 겪어보지 않는가. 다만 대중음악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척 심은 지양되어야 한다. 다수가 선택했다는 건 결국 잘 만든 음악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국내 음악 시장에서 상업 색의 농도를 따지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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