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빈의 가요칼럼1] '요즘 노래들'의 반란

단짠단짠 ① - 시보다 더 시같은, 싱어송라이터들의 노랫말


어른들은 종종 말한다. “요즘 노래들은 감성이 없어!”

그럼 우리는 답한다. “어른들은 요즘 노래를 몰라!”

 

요즘 노래에 담긴 수만 가지의 이야기들은 제각각 저마다의 사랑을 노래하기도, 혹은 사람을 담기도 한다. 비주류와 주류를 넘나드는 대중가요들은 많은 리스너들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나 최근 가요계의 핫 키워드는 자체 제작이다. 직접 쓴 가사, 그러니까 자신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낸 싱어송라이터 가수의 노래들이 대중들의 음악적 지지를 얻고 있는 판도인 것이다. 이 심상치 않은 흐름은 음원시장에서 그들의 음악이 상위권 차트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준다.


때론 수필 같고, 시보다도 더 시 같은, ‘요즘 노래들이 바로 여기 있다. 다재다능한 세 명의 음원깡패 싱어송라이터 가수가 적어 내린, 나만 알고픈 노랫말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시월에 : 스물일곱 번째 밤> 윤현상

 

그리운 너와 나의 그 시월에.”

 

이 곡의 특이점은 인과와 서사의 구성이 아니라 의식의 흐름처럼 생각나는 대로 내뱉는다는 것인데, ‘지워낸 시월의 기억잠들어 있던 머릿감정을 깨웠다는 발상으로부터 자유 연상이 시작된다. 그렇게 아무렇게나 뱉는, 하지만 독특한 색이 담긴 가사를 따라 흘러가다 보면 어느새 결론조차 나지 않은 채 흐릿하게 마무리된다. 시린 가을밤에 홀로 독백하는 화자의 쓸쓸하고 혼란한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는 구성이다.

윤현상의 가사 쓰는 감각은 매우 탁월하다. 특히나 스트링과 피아노 선율 위에 읊는 노래에서는 그의 시인 같은 면모가 여과 없이 드러난다. 글을 만지고 다듬은 그 위에 자연스럽게 감정을 얹고는 하는데, 툭툭 던지는 낱말들이 저마다의 색을 지닌 채로 음률을 기워 낸다. 마치 하루의 매듭을 위해 한 땀 씩 기워내는 바느질처럼 말이다.






<푸르던> 아이유(IU)

 

그 날 알았지, 이럴 줄.”

 

윤현상의 시월에가 가을의 쓸쓸하고 채도 낮은 적색을 담았다면, 이 곡은 여름의 싱그럽고 채도 높은 푸른색을 담았다. 기타 반주에 풀빛 낱말들을 중얼거리는 매우 사랑스러운 노래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푸름을 과거형인 푸르던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이는 청자들에게 현재의 가 하는 사랑이 아니라 어릴 적, 혹은 조금 더 자란, 하지만 지금의 보다 어렸던 청춘의 추억임을 정확하게 확인시켜준다.

아이유가 쓰는 가사의 특징은 서정적인 단어들을 적절한 공간에 배치한다는 것인데, 이 곡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연구름, 선바람 등의 어감이 고운 이 단어들은 여름밤의 정취를 극대화시키는 요소로 작동한다. 가사 속 상대를 비에 비유하여 의 가물은 곳에 고이고, 또 그러한 는 한참이나 가만히 머금는다는 표현도 참 예쁘다. 마지막에는 가사의 첫 소절에 나왔던 그날 알았지, 이럴 줄.’을 다시금 중얼거리며 마무리되는데, 마치 그 날의 추억을 보내주기 싫어 소맷자락을 붙잡고 있던 손을 아쉬운 듯 놓아주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잠들고 싶어(zZ)> 백예린

 

그냥 쿨쿨 잠들고 싶어.”

 

백예린의 첫 솔로앨범이었던 <FRANK>에 다섯 번째로 수록된 곡이다. 제목의 괄호 안에서 쿨쿨 자는 모습이 연상되는 'zZ'가 귀엽다. 보다 깔끔한 스윙 리듬에 클라리넷, 플루트 등의 다채로운 악기 연주가 어우러져 있는 구성이 특징이다.

앨범에 수록된 다른 곡들보다 조금은 밝은 음률임에도, 가사에는 잔뜩 고적하고 울적한 말들이 담담하게 박혀있다. 요즘 아무것도 잡히지 않고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한탄 아닌 한탄은, 우울에 빠진 현대인들의 아물지 않은 마음을 조심스레 어루만진다. 평범한 문장 구성으로 굉장히 일상적이지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노랫말이 인상적이다. 백예린 특유의 살짝은 지난한 감성이 적당히 해소되어, 곡에 입혀진 가볍고 산뜻한 느낌이 듣는 귀를 편안하게 한다.






칼럼 소개: 감정의 올을 바느질하는, 덜 여문 글을 씁니다. 음악과 문학, 가요와 시. 장르의 경계를 적당히 

허물어가며, 재미있고 다양한 각도의 견해를 담은 '단짠단짠'한 칼럼을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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