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무관의 시사 칼럼] 마시지만 마시지 않는 사람들, 무알코올

 

 

가끔 어른들이 식사하시는 자리에 가면,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술이다. 굳이 우리 주변이 아니더라도 저녁 식당에 가보면 식탁에 술잔이 없는 곳이 없다. 취기가 돋아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자신도 모르게 웃고, 화내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 평생 술 한번 먹어본 적이 없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내가 과연 커서 저걸 마셔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소수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최근 무알코올 음료의 소비량은 점점 늘고 있다. 무알코올 국내 시장은 2014년도에는 81억 원에 가까웠던 반면에 2021년에는 2.5배 이상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람들이 술을 많이 찾게 되면서 생긴 결과인 듯싶다. 비대면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이 늘면서 알코올 함량이 1% 미만인 무알코올을 찾는 사람도 덩달아 호황을 누린 것이다. 앞으로 무알코올 시장은 줄어들지 않고 더 늘어날 것이다. 술을 가볍게 즐기고, 건강과 체력을 지키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미 2025년에는 2,000억 원 수준의 규모로 성장할 예정이라고 한다.1

 

그렇다면 우리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어떨까? 일본의 상황 역시 우리와 비슷했다. 일상적으로 술을 마신다는 사람이 8,000만 명 기준으로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일본의 주류 문화는 점점 ‘취하지 않는 게 좋다.’라는 인식이 대세다. 특히 20대 남성 쪽에서 그런 경향이 많이 띄었는데 1999년에서 2019년도 사이에 술을 마시는 20대 남성의 비율은 34%에서 13%로 격감했다. 옛날에는 술을 마시면서 알코올에 취해서 슬픈 일도, 힘든 일도 잊어버리려 했다면, 지금은 내일을 걱정하는 사람과 술자리 분위기를 즐기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소비 분위기에 따라 일본의 주류 회사 역시 무알코올 음료를 팍팍 내보내고 있다.2

 

일본과 우리나라를 보면서 점점 알코올보다는 무알코올이 인기를 얻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주류 문화인지는 알 수 없지만, 무알코올은 이제 대체품이 아니라 선택지가 된 사실은 분명히 알 수 있다. 무알코올의 성장은 주류 회사들이 새로운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이라는 점에서 소비자에게도 기업에게도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술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자 재앙이라고 생각한다.  술은 인간과 함께 오랜 세월을 보냈다. 신화까지 친다면 정말 아득한 세월을 같이 보냈음에 틀림없다. 디오니소스는 사람들에게 술을 건내며 근심과 걱정을 덜어내길 바랬을지도 모르지만, 항상 뭐든지 바라는 데로 이뤄지기는 힘들다.  근심을 덜어내고 걱정을 덜어내고, 한 꺼풀 한 꺼풀 덜어내다보면 마침내 이성까지 덜어내는게 술이다. 많은 신화속 이야기와 역사에 기록된 이야기들,. 그리고 멀리 가지 않아도 보이는 술에서 비롯된 비극은 아직도 이어진다.  망각은 면죄부가 될 수 없기에 비극은 이어진다.  술이라는 것은 분명 좋은 것이지만,  조금만 다르게 보아도 나쁜 관점이 수두륵 하다.  세상이 좋아졌기에 무알코올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곤 했지만, 좋은 세상에서도 잊고 싶은 일은 있는 법이다.  소외받고 고통받은 이들에게 손을 건네는 최고의 망각제, 무알코올이 분명 술을 밀어낸다고 해도 여전히 술은 남아 있을 것이다.  언젠가 평화로운 세상에 그늘이 드리울때 술은 다시한번 화려한 복귀식을 마칠 것이다.  그렇기에 술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자 재앙, 그리고 영원히 망각이라는 선물을 쥐며 인간을 따라다니는 그림자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술을 사람들이 힘든 일을 잊기 위해서 마신다고 생각한다. 알코올이 가져다주는 ‘망각’의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면 증명할수록, 그 당시 세대들이 힘든 일을 많이 겪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버블 경제와 IMF... 힘든 시기를 겪은 사람들은 이를 잊기 위해 간단하고도 금지되지 않은 술을 찾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무알코올이 대세인 이유는 과거보다 조금은 상황이 나아졌다는 것으로 생각한다. 술을 마시며 잊는 것 보다는, 잊지 않고 오늘을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이다.

 

마시지만 마시지 않는 사람들. 무알코올. 시원한 탄산처럼 오늘 하루도 톡톡 튀는 기억을 남기길 바란다.

 

각주

1.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69030 1 (인용)

2.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2206054200i 2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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