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예능 포화 시대, 이대로 괜찮을까?

음악예능 자체에 대한 피로감과 가수들의 돌려막기 출연 논란

2011년 3월 6일 MBC '나는 가수다'의 방영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에는 그야말로 음악예능의 쓰나미가 몰아쳤다. 현재는 지상파에서만 1주일에 총 5편의 음악예능이 방영될 정도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MBC '복면가왕', '듀엣가요제', KBS ,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 SBS '판타스틱 듀오'와 종영을 앞둔 '보컬전쟁: 신의 목소리(이하 '신의 목소리')'까지(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제외). 여기에 얼마 전 방영을 마친 JTBC '투유프로젝트-슈가맨'과 작년 방영되었던 MBC '나는 가수다 3', JTBC '히든싱어4'까지.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벅찬 이들 음악예능의 운명은 제각기 엇갈리고 있다.



일반인과의 대결 또는 콜라보, 추억의 가수 찾기, 과거의 명곡 재해석 등 다양한 포맷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또 음악이라는 소재가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 힘 때문에 음악예능은 드라마계의 메디컬 드라마처럼 예능계의 '불패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시청률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방송사가 음악예능을 놓을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무한도전' 등 일반 예능 프로그램에서 계속해서 음악 관련 특집을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예능이 늘어나면서 시청자들을 음악예능 자체에 대한 식상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나는 가수다'에서 촉발된 가수들의 고음 경쟁과 현장감 위주의 편곡 논란은 현재의 음악예능에서도 여전하며, 방송 후 음원 공개의 범위에 대한 논란 또한 사그라지지 않는다. 같은 곡이 한 프로에서 편곡한 버전으로는 음원 출시가 되고,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하다 보니 시청자게시판에는 이를 문제 삼는 글들도 흔히 보인다.


이와 함께 최근 문제가 제기되는 부분이 바로 가수들의 출연 돌려막기 논란이다. 현재의 음악 예능들은 대체로 '경연'이라는 포맷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연에서 유리한 가창력 위주의 섭외를 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일부 가수들은 여러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는 상황이다. 김경호, 정인 등은 '복면가왕', '듀엣가요제', '신의 목소리', '불후의 명곡' 등 4개 프로그램에 등장한 바 있으며, 거미와 이영현, 소찬휘, 케이윌, 민경훈(버즈) 등도 각자 3편 정도는 출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어제는 '듀엣가요제'에 출연했던 가수의 이름이 다음날 '불후의 명곡' 출연 라인업에 올라 있고, 바로 다음날 그 가수의 얼굴이 '복면가왕'의 가면 뒤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마저 도는 상황. 이는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기획 의도와는 정반대로 다양한 가수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제작진들의 입맛에 맞는 가수를 섭외하기도 어려운 상황.



결국은 제작진의 과감한 선택이 해답이 될 수 있다. 과거 '나는 가수다 2' 제작진이 당시 스물다섯에 불과했던 가수 윤하를 자칭 '신들의 전쟁'에 참여시켰고, '듀엣가요제'가 데뷔 15년차임에도 방송 출연 경험이 전무했던 가수 라디를 방송국으로 데려왔으며, '신의 목소리'가 음악예능과는 궁합이 맞지 않을 것이라던 '음원 깡패' 가수 자이언티를 경연 무대로 끌어내는 시도을 했듯 현재보다 다양한 선택과 모험은 가수들과 프로그램에 좋은 상생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신의 목소리'의 예정된 퇴장처럼, 일부 프로그램을 폐지하라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하지만 지상파 음악예능을 폐지하더라도 타 채널에서는 끊임없이 음악예능을 제작하고 있다. JTBC는 얼마 전 새로운 음악예능 '걸스피릿'의 방영을 시작했다. 이외에도 엠넷, TVN 등에서는 '싱어게임', '100초戰' 등 파일럿 음악 예능들을 계속해서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재의 방송 환경이 변하지 않는 한 '나는 가수다 3'의 경우처럼 시즌제로 기획되지 않고서는 폐지 가능성 자체가 희박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이미 과포화 상태에 도달한 음악예능계는 이제 상생과 공멸의 갈림길에 서 있다.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그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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