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 살해, 인간에게만 있나
흔히 사람들은 살인범에게 ‘짐승’이라는 표현을 쓰고는 한다. 그러나 짐승은 쉽게 동종을 해치지는 않는다. 그 이유를 조금 더 깊숙이 파혜쳐 보자면 짐승의 살인은 식사와 연관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직 ‘먹기 위하여’ 다른 생명을 죽이는데, 설마 동종을 먹이처럼 먹진 않을 것이란건 상식으로 가늠할 수 있다. 물론, 일부 특이한 경우는 제외하도록 하자.
문명 그 이전, 폭력은 없었다?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은 NO. 잠시 화석이야기로 넘어가 보겠다. 프랑스의 3만 6000년 전 네안데르탈인 화석은 날로 정수리를 맞아 뼈가 깨졌다 회복된 흔적이 있다. 전형적인 폭력이다. 이라크의 네안데르탈인 화석은 왼쪽 갈비뼈에 외상을 입고 몇 주간 살아남은 흔적이 있다.
이처럼 폭력의 흔적으로 뼈에 외상이 생기는 경우는 고인류 화석 자료에서 종종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상처가 사망으로까지 이어진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최근, 지난 2015년 5월에 발표된 스페인 연구팀은 인간의 폭력과 동종 살상 능력이 복합사회의 결과물이 아닌 좀 더 오래전부터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동종 살해가 인간만의 전유물이라는 생각도 흔들린다. 제인 구달 박사의 연구 결과에 의해서다. 구달 박사는 침팬지의 동종 살해를 처음 발견한 인물이다. 그녀는 ‘사이코패스성 살해’, 무리지어 한 마리를 공격하는 보복성 살해 등을 발견하여 학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동종 살상은 영장류에게 심심찮게 보여진다. 특히나,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에게도 보여지는 동종 살상이라면 진화적인 과정에서 동종 살상을 터득했을 수 도 있다.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종 살상이 오히려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이 나올 수 도 있다.
폭력은 인간의 본성인가
앞에서 유전자가 어쩌구 했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몰라도 된다. 아직까지는 폭력의 유전적 근원에 대해 밝혀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간은 다른 짐승들과는 다르게 불특정 다수에게 가해지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불특정 다수에게 친절과 도움을 주는 존재도 인간이다. 다른 영장류와는 다르게 피를 나누지 않은 생판 남과도 관계를 형성한다는 말이다. 분명 문명화 이전보다 대규모 전쟁이나 학살이 많아지긴 했지만 인구 대비 발생량은 감소했다. 농경생활 이전에 폭력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20% 이상 이였지만, 20세기 유럽에서는 1% 미만이다. 이웃을 마구 죽이는 것도 인간이지만, 혼자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을 돕는 것도 인간이라니 우습기만 하다.
그럼 과연 폭력은 인간의 숙명일까. 다음 호에서 계속 다루어보자.
자료발췌 : 과학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