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북칼럼] 내 인생 한 권의 책 - 진정한 꽃할배 알란과 떠나는 500쪽의 여정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고


창문을 넘어 도망치는 수상한 남자! 이 남자는 도둑도 살인마도 닌자도 아닌 무려 검은 머리가 파 뿌리처럼 희어진 백 살의 노인입니다. 하지만 그저 노인이라고 이 남자를 ‘힘없는 노약자’, ‘안전한 사람’이라고 보신다면 오산입니다! 바로 이 할아버지는 평범한 동네 할아버지가 아닌 무려 요나스 요나손의 베스트 셀러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주인공 ‘알란 칼손’이기 때문이지요.


비범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알란 할아버지는 양로원에서의 자신의 100번째 생일 파티에서 생일 파티 주인공 자리를 박차고 도망쳐 나와 대책 없이 모험을 시작합니다. 그는 즉흥적으로 갱단의 돈 가방을 훔쳐 달아나기도 하고, 의도치 않게 사람을 죽이기도 합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길에서 만난 코끼리 소냐 그리고 율리우스, 예쁜 언니, 보세, 베니 등과 함께 경찰의 추적을 피해 스릴 넘치는 도주를 하다가도 갱단으로부터 훔친 돈으로 술과 통닭을 뜯으며 만찬을 벌이기도 하면서 ‘100살 노인’답지 않은 팔팔한 나날들을 보내다가 급기야는 인도양의 어느 낙원으로 그의 친구들과 함께 떠납니다. 무슨 이런 별난 할아버지가 다 있어! 하지만 알란 할아버지는 세상을 다 둘러보고 그의 무궁무진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는 이러한 그의 파란만장한 100년의 삶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알란의 모험을 따라가면서 제 손과 눈은 정말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알란의 기상천외한 모험의 동반자가 된 마냥 들뜬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고, 또 넘겼거든요. 하지만 만약 여러분이 오늘 하굣길에 알란과 그의 무리가 탄 버스를 학원 통학버스 대신 타고 그들의 모험에 동참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수락’하실 수 있을 것 같나요?


사실 저도 이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그들과 별난 모험을 떠난다면 정말 재미있고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걱정이 앞섭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알란은 사람을 죽인 것이고 도둑질을 한 것이며, 경찰에게 쫓기는 ‘범죄자’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작 이 알란 할아버지는 자신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 살인마, 범죄자, 공개수배자와 같은 말에는 조금의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삶, 다른 사람의 행복이 아닌 바로 ‘자신의 삶’, ‘자신의 행복’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해서 “난 오늘부터 진정한 행복을 찾아 떠날 거야!”라며 알란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했다가는 큰일 나겠죠. 소설은 소설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눈과 상상을 사로잡는 막무가내 모험’보다는 ‘그 속에 숨겨진 알란의 마음가짐’, 즉 자신의 행복을 찾아 나가려는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이 책의 마지막에 나와 있는 번역가의 말에서, 번역가는 이런 말을 합니다. “이 소설은 백 세 노인의 나이의 반만 되어도 벌써 저마다의 감옥을 파고 그 속에 자빠져 누워 버리는 우리들에게 한 가닥 힐링처럼 다가왔다.” 라고요. 


우리의 일상은 언제나 반복되고 힘들기만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란의 세월이 묻어있는 낡은 운동화를 신고 알란의 마음가짐을 따라 가져봅시다. 일상에 지치고 힘들다고 자빠지기보다는 알란처럼 그것을 정면돌파해 보기도 하고, 일탈도 해보고, 아니면 세상에 비웃음 섞인 통쾌한 웃음 한 방을 날려주면서 나 자신을 돌보아 보는 겁니다. 학원 숙제에, 학교 시험에 치여왔던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말이죠.


저는 이 책을 다 읽었지만, 아직도 제 책상 맨 앞줄에 꽂아두었습니다. 왠지 우울하거나, 왠지 기분이 소금에 절인 배추마냥 축 처지는 날이면 이 책을 휘리릭 넘겨 마음에 드는 페이지를 대충대충 읽어봅니다. 


이 책에는 항상 통쾌하게 웃고 있는 알란 할아버지가 살아 숨 쉬고 있거든요. 잠깐만 이 책을 읽더라도 알란 할아버지의 에너지가 제게 전달되는 것만 같이 저도 덩달아 박장대소하게 되거든요. 여러분도 일상에 지쳐 허덕일 때, 마음 놓고 웃고 싶은 날에, 이 책을 펼쳐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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