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서현의 방송칼럼 11] 수년간의 경험으로 다져진 일본의 신속한 재난방송

우리나라가 본받아야 하는 일본의 재난방송과 그 특징

지난 6월 18일 10시경 일본에서는 규모 6.8의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규모 6.8의 지진은 모든 사람들이 지진을 느끼고 무거운 가구가 움직이거나 벽에 금이 갈 수 있는 정도의 강진이라고 합니다. 진원지는 야마가타현 앞바다이며, 니가타현과 야마가타현 대부분 지역에서 심한 흔들림이 느껴질 정도의 강한 진동이 일어났습니다. 이 지진으로 9천 가구에 정전이 발생했고, 지진 발생 지역을 잇는 도로는 대부분 차단됐습니다. 니가타현과 야마가타현 서부 해안 지대 대부분에는 지진해일 주의보도 발령됐습니다. 니가타현 등에 있는 원전은 운전을 정지했지만, 지진에 의한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한 일본에서는 특히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특히 강진의 발생 빈도가 높기 때문에 옛날부터 지진과 쓰나미의 피해를 많이 받았습니다. 각종 재난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일본 정부의 재난 대응 매뉴얼과 국민들의 재난 대처 의식은 크게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중 언론에서 보도하는 일본의 재난 보도 방송이 굉장히 눈에 띕니다.

 

 

지난 6월 18일 10시경 ‘저, 정시에 돌아갑니다’라는 드라마의 최종회가 방송되고 있었습니다. 최종을 향해가던 도중 갑자기 재난 속보가 화면에 뜨더니 드라마의 방영을 중지하고 아나운서들과 재난 분석가들이 나와 실시간으로 현재 지진이 발생한 지역과 강도를 설명하고 대피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고, 재난 방송은 계속되어 결국 드라마는 방영을 중단하였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일본 재난 방송의 특징은 첫째, 정규 방송 도중 속보를 띄우고 바로 재난 방송을 송출한다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우리나라 방송은 정규 방송 위에 속보를 띄울 뿐입니다. 그러나 일본은 정규 방송을 바로 중단시키고 아나운서들과 재난 분석가들을 데리고 바로 재난 방송에 들어갑니다. 일본의 재난 대응 매뉴얼대로 일본의 아나운서들은 재난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미리 외워둔 재난 대피 방법들을 큰 목소리로 반복합니다. 재난이라는 것은 신속함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본을 준비하고 읽는 것은 신속함이 떨어지게 되어 아나운서들은 평상시에 항상 재난 대피 매뉴얼을 익히고 있습니다.

 

 

둘째, 일본 방송은 피해 지역을 00도, 00시, 00구까지 상세하게 나열하여 방송합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 지난 경주 지진 발생 시 그저 ‘경주 지역’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보도를 하였지만 일본의 지진 방송은 방송 화면에 송출되는 지도에 세세한 지역까지 표시하여 각 지역에 지진의 영향이 얼마나 가는지를 방송합니다. 일본 국민들에게도 주어지는 이러한 세세한 정보들은 재난에 대피하는 생명과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또한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정보를 계속 추가하고 아나운서들은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때마다 여러 번 반복하여 알립니다.

 

 

셋째, 앞에서도 조금씩 언급했듯이 재난 방송 중 아나운서들은 실시간 지진 상황, 대피 방법, 대피 지역 등을 계속해서 반복합니다. 전문가는 피난 방법을 설명하여 주고 아나운서들은 계속해서 어디로, 어떻게 대피하십시오, 지금은 조금 기다리십시오 등의 정보를 쉴 새 없이 말합니다.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하여 말하는 이유는 재난 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수단은 라디오나 방송인데 사람들이 언제 TV를 켜서 방송을 틀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같은 내용을 반복하여 늦게 방송을 튼 시청자들이 쉽게 정보를 알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처럼 일본의 재난방송은 간략하게 세 가지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워낙 지진과 같은 재난들을 많이 겪어본 일본이기에 재난 대비에 대한 매뉴얼이 잘 자리 잡혀 있었고, 일본 국민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일본보다는 비교적 재난을 겪어보지 못한 우리나라는 갑작스러운 자연재해나 재난에 일본만큼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처럼 계속해서 재난에 겁먹고 안절부절 하다 보면 앞으로 우리나라에 예상치 못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것을 이겨나갈 수 없습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상황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겠지만 재난방송이란 이래야 하는 것입니다. 수년간 경험으로 인한 지혜를 쌓아온 일본의 재난 대처 시스템, 특히 재난방송의 포맷을 본받아 시행하다 보면 우리나라의 재난 피해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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