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의 책 칼럼 9] 젊은 작가들의 젊은 소설 「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_ <가만한 나날>

젊은 작가들의 젊은 소설, 젊은 평론가들의 젊은 평론을 즐겨라!

 

매년 찾아오는 젊은 작가들의 젊은 소설, 그 아홉 번째 이야기

 

젊은작가상 작품수상집은 2010년부터 문학동네에서 주관하는 소설책이다. 젊은작가상은 등단 십 년 이내 작가들의 아직 조명되지 않은 개성이 담긴 한국문학의 미래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젊은 평론가들의 평론이 작품 뒤에 있기에 책 읽기의 재미를 가지고 있다. 올해 2018년은 제9회로, 젊은 작가들을 널리 알리자는 상의 취지에 따라 출간 후 1년 동안은 보급가로 판매된다.

 

아홉 번째 이야기의 다섯 번째 작품

 

다섯 번째 작품은 김세희 작가의 <가만한 나날>이다. 김세희 작가는 1987년생으로, 2015[세계의문학]에 신인상에 단편소설 얕은 잠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가만한 나날> 희극과 비극

 

문학동네는 <가만한 나날>가짜 블로거 활동을 통해 과장 광고를 일삼는 홍보업체의 일원이 된 주인공이 어느 날 자신이 홍보한 살균제가 치명적인 인명 피해를 유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혼란에 빠진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거대한 비극에 엮여 들어간 사회 초년생의 시선을 정직하고 아프게 그린다.”라고 작품을 소개하였다.

 

<가만한 나날>은 초반에는 굉장히 나까지도 기분 좋아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회에서 막 취직한 사회 초년생이 자신을 프로라고 생각하며 적극적이고 열심히 일을 해 나아가니 상사에게 인정받고 높은 실적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낯선 공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낯선 공간에 들어가기에 앞서 굉장히 많은 걱정들을 하고는 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그 걱정과는 달리 주인공은 굉장히 잘 해쳐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얼마 못가 거대한 비극을 마주하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황이라고 생각해보자. 아마 나는 양심의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가짜로 내가 써보지도 않은 제품을 홍보했는데, 그 제품이 치명적인 인명 피해를 유발했으니 말이다. 심지어 그 피해를 받은 당사자는 내가 홍보한 글을 보고 제품을 사용했다고 말하였다. 그러니 나는 양심의 고통에 빠져 정신 못 차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떠한가? 희극이 계속되는 와중에 비극을 만난 그 상황에 말이다.

 

가만한 나와 연루된 사회적 비극

 

이장욱 소설가는 직접적 접촉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종의 공동정범으로서 수많은 사회적 비극들에 연루되는데, <가만한 나날>은 풍부한 리얼리티와 절제된 감정 속에서 그 풍경의 한 대목을 소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뉴스에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사회적 비극들이 올라온다. 정보의 소비자 역할을 하는 내 입장에서는 사회적 비극은 내 관심이 필요하다. 관심이 없다면 그 사회적 비극은 다시 수면 위로 가라앉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회적 비극의 피해자들도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비극이 어떻게 해결되는 지 지켜보고 감시하는 것 또한 사회적 비극의 해결에 동참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저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사회적 비극들이 <가만한 나날>을 읽은 뒤로는 마치 내가 사회적 비극의 원인에 한 몫을 하지 않았는지 생각하게 된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의식적으로 쓴 글이 혹은 한 행동이 사회적 비극을 일어나게 도왔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이런 면에서, 사회적 비극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우면서, 자신이 한 행동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해소되지 않은 무언가가 소설로, 작품으로

 

김세희 작가는 문학동네 인터뷰에서 창작의 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제 경우엔 해소되지 않는 뭔가가 소설로 발전하는 때가 많은 듯해요. 예를 들면 과거의 기억 중에서 왠지 모르게 마음에 남아 있는 장면 같은 것이요. 해소되지 않고 마음에 얹혀 있다는 건 거기에 뭔가가 있다는 거겠죠. 뭔가 있는데, 그게 정확히 뭔지 모르겠는 그런 일들. 그런 일들을 이런저런 이야기로 만들어 봐요.”라고 대답하였다.

 

어쩌면 아직 해소되지 않은 무언가가 사회적 비극의 피해자들의 한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회적 비극의 피해자들의 한이 작품으로 다시 주목받는다면 사회적 비극의 피해자들이 누구에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용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 그리고 위로 속에서 문제가 잘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 김세희 작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만약 내 개인적인 생각이 맞다면, 사회적 비극의 피해자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로하고 도운 방법의 좋은 예시라고 생각한다.

 

현실성을 증폭시키는 전형적 이미지

 

소설에는 모 포털 사이트와 모 기업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사건이 담겨져 있다. 보통 계층이나 집단을 대표하는 인물을 전형적 인물이라 소설에서 칭하는데, 특정 이미지가 생각나는 사건을 전형적 이미지라고 주관적으로 정의해본다.

 

전형적 이미지는 현실성을 증폭시켜준다.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데, 소설의 주인공과 사건이 나와 밀접한 관계 또는 간접적으로 연루되어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현실성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 현실성은 소설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대한민국 문학의 미래, 그 밝은 미래

 

대상작인 소설만 보아도, 소설 속에 숨겨진 의미는 많고, 그 의미를 스스로 생각하고 찾아보며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한민국 소설의 미래가 담긴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대한민국 소설의 장래는 참 밝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시기에 책을 구매하여 한국 문학의 미래를 직접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칼럼 소개 : 책을 읽기 전에 한 번, 책을 읽은 후에 한 번 칼럼을 읽으면 더욱 재밌는 책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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