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의 수의학칼럼 2] 동물실험은 윤리적으로 정당한가?

동물실험

                                                                                             

2010년 공개된 영국의 한 제약회사 실험실에서 행해지고 있는 동물 생체실험의 모습이다. 영상에는 수십 마리의 토끼들이 플라스틱 기계에 묶인 채 약물 실험을 당하는 현장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게다가, 이 토끼실험의 의약품이 병을 고치는 치료제가 아니라 성형시술 약물임이 밝혀지면서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이러한 사건을 계기로 동물실험을 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동물실험이란 무엇인가

 

동물실험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의학이나 생물학 분야에서는 해부를 통해 동물의 생체를 관찰하거나 연구하기도 하고, 때론 의약품의 원료가 되는 재료를 채취한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동물실험은 새로운 제품이나 치료법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의약품뿐만 아니라 농약이나 화장품, 식품 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데에도 활용된다.


2012년 현재 실험용으로 사용되는 동물은 세계적으로 연간 약 5억 마리이며, 국내에서는 500만 마리 이상이라고 한다.

 

동물실험의 발달은 실험동물 (laboratory animal)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생명체를 탄생시켰다. 일반적으로 실험 결과가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동일한 실험을 반복할 때 동일한 결과가 재현되어야 한다. 그러나 살아있는 생명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각 동물의 유전적 차이나 질병 여부 등에 따라 같은 실험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실험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유전적으로 균일한 상태의 다양한 종류의 실험동물들이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실험동물로는 마우스(실험용 생쥐), 랫트(실험용 집쥐), 기니피그, 햄스터, 실험용 토끼 및 특정 종류의 개나 고양이 등이 있다.

 

 

동물실험은 언제부터 했을까

 

동물실험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부터 시작된다. 히포크라테스는 동물을 해부해 생식과 유전을 설명했고, 아리스토텔레스도 동물을 관찰하여 해부학과 발생학을 발전시켰다. 16세기 베살리우스가 직접 시체를 탐구해 인체해부학을 발전시키기 전까지 동물해부 연구는 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동물실험이 본격적으로 활용된 것은 1860년대에 근대 실험의학의 시조로 불리는 클로드 베르나르가 특정한 물질이 인간과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은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동물에 대한 실험이 독성학과 인간 위생학에서 확실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동물실험을 생리학 분야의 표준연구 방법으로 확립시켰다. 파스퇴르의 탄저병 연구와 백신 실험에도 양 등을 활용했고, 파블로프는 개의 식도에 관을 삽입해서 타액이 입 밖으로 나오도록 수술한 뒤에 조건반사 실험을 했다.

 

동물실험은 얼마나 유용한가

 

1) 동물실험을 통한 위대한 발견 사례


인류는 동물실험을 통해 많은 과학적·의학적 성과를 이룩해 왔다. 밴팅은 동물실험을 통해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을 최초로 발견했다. 밴팅의 실험에 사용된 개는 90여 마리가 넘었지만, 인슐린의 발견으로 전 세계에서 3,0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메치니코프는 원숭이 실험을 통해 백혈구를 발견했고, 플레밍은 생쥐 실험을 통해 페니실린을 발견했다. 또 프루지너는 햄스터를 통해 광우병 발생 인자 중 하나를 밝혀냈다.

 

2) 동물실험의 한계 사례


1957년 독일의 한 제약회사는 임신 초기 입덧을 억제하는 ‘탈리도마이드’라는 약을 개발했다. 생쥐, 쥐, 기니피그, 토끼 등에 대한 동물실험을 마친 제약회사는 ‘부작용이 없는 약’이라며 판매를 시작했지만 약이 판매되고 5년 뒤 선천성 기형아가 급증했고, 원인을 추적한 결과 임산부들이 이 약을 복용한 것이 밝혀졌다. 당시 출생한 기형아의 수는 전 세계 46개국에서 약 1만 명 이상으로, 기형의 원인은 탈리도마이드 때문으로 조사되었고 1962년 제약회사는 성분의 부작용을 인정했다.

 

현재의 경향

 

1) 동물실험, 피할 수 없다면 대체하라!

    

 

 

                           

 

                                          

 

 

20세기에 들어서는 약물 규제가 강화되면서, 새롭게 개발된 약물을 사용하기 전에 동물에 시험해보는 것이 의무화되었다. 하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 환자관찰이나 사체연구, 인간세포와 조직을 이용한 실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연구 등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살아있는 동물 대신 인간 세포나 인공 피부를 사용하거나, 동물의 반응을 본뜬 컴퓨터 모델링을 활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대체실험법이 개발되고 있다.

 

2) 물고기도 고통을 느낄까


화장품과 달리 의학, 생물학, 신약개발 분야의 동물실험은 쉽게 대체되지 못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물질을 쓰는 경우도 많고, 독성 여부와 함께 기대하는 효과가 있는지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분야의 동물실험은 되도록 하등동물을 이용하거나, 연구에 사용하는 동물의 개체 수를 줄이고 고통을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동물은 인지체계를 갖고 있으며 고통을 느끼는 설치류인데 더 하등한 척추동물인 어류가 새로운 실험동물로 주목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제브라피쉬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대부분의 장기(심장, 간, 췌장, 신장, 흉선)를 가지고 있는데다, 70% 이상의 유전자가 인간과 동일하다. 게다가 자궁 안에서 자라는 실험쥐는 발생단계를 볼 수 없지만 제브라피쉬는 알이 투명해서 배아가 자라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까지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 동물실험을 없앨 수 있을까

 

(대안1)  줄기세포와 데이터 분석      

                                                        

 

 

(대안2)  인공 아바타 만들어 환자 맞춤 치료제 개발 


최근 인체 장기를 전자 칩으로 구현해 각종 실험을 진행하는 ‘Organ on a chip’ 기술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가령 폐를 모사한 ‘Lung on a chip’은 실제로 칩 위에 혈액과 공기가 흘러가는 동안 폐세포가 물질을 흡수하고 백혈구가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대안3)  쓰던 약에서 찾는다


기존 약품의 농도 등을 변화시켜 다른 질환 치료에 적용해 보는 방식으로, ‘신약 재창출(drug repositioning)’이라고 부른다.            

 


                                

 

동물실험, 필요악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동물은 이성적 영혼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기계에 불과하다. – 데카르트


“사람에게는 동물을 다스릴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를 지킬 의무가 있는 것이다.” – 제인 구달

                                                           

 

 

 

시대를 거쳐 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이성적 영혼이 없어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당연한 대상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은 마땅히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과 동물, 모든 생명체가 행복을 느끼고 잘 살아가는데 동물실험이 필요한 부분이라면, 최소한의 희생으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동물실험의 3R 원칙은 실험동물의 복지를 위해 1959년 영국의 과학자들이 제안한 세 가지의 원칙으로 필요한 실험동물의 수를 줄이고(Reduce), 실험동물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최대한 적게 하고(Refine), 되도록 동물실험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자(Replace)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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