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정의 사회/과학 칼럼 1] 대한민국의 아이들, 놀이를 잃다

놀이의 영단어인 play 의 어원은 갈증이라는 뜻의 라틴어 plaga에서 유래했다. 목마른 이가 물을 마시듯, 자연스럽게 원하는 행동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결국 놀이란 자발적으로 이뤄진, 즐겁고 재미있는 행위이다. 이러한 놀이는 아이의 삶이자 본능인 것이다.’

  -‘ 놀이의 반란프롤로그에서-

 

 

아이들은 걸음마를 뗄 때부터 부모들의 기대를 받는다. 그 기대의 시작은 교육열로 이어진다. 부모는 최대한 좋은 교육 기회를 접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이러한 조기 교육은 놀이 시간을 빼앗아, 정서적인 발달에 큰 손상을 입히는 결과를 낳는다

 

아이들에게 놀이란 앞에서 말했듯이, 욕구이자 본능, 삶 그 자체이다. 유아기에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적 능력이 한계가 있다. 따라서 단어나 문장으로 표현하지 못한 것을 놀이로 표현하고, 놀이를 즐긴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안정적이게 된다.

 

'아이들은 친구에게 서운한 마음을 인형놀이를 통해 표현할 수 있다. 놀자고 다가오는 인형에게

아니야. 나는 오늘 다른 인형하고 더 친하게 놀 거야!”라고 말하면서 속상했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며 감정을 해소하는 것이다.'

-명지대 아동심리치료학과 선우현 교수-

 

놀이는 혼자서도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놀이를 통해 또래 또는 형제와 관계를 맺고, 서로 싸우다가 화해하고, 타협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규칙을 만들거나 지키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집단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사회성이 발달한다.

 

아이들은 놀이를 할 때 여러 사람을 재현한다. 엄마, 아빠부터 시작해서 의사, 선생님, 탐험가 등이 되어 흉내를 낸다. 이를 통해 인지발달이 이루어진다.


즉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동화되어 불분명한 지식과 경험을 구체화시키고,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고민하여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놀이는 아이가 커가면서 필요한 능력들을 키우고, 자기 자신을 주체적으로 만든다는 것은 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갈증 날 때 물 마시듯 놀이를 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에서는 아이들의 본능이자 삶인 놀이가 억압되고 있다. 아이들은 놀이터가 아닌 학원에서 친구들을 만나고학원과 학습지 숙제로 놀이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UN아동권리협약에서는 아동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닌 존엄성과 권리를 지닌 주체로 보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존엄성과 권리를 지닌 주체가 아닌 부모들의 욕심과 욕망을 이루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주체적으로 살 수 있게 하고, 자신을 인정해 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놀이를 어떠한 학습도구도 아닌, 그 자체로 인정해주고, 보장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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