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승 과학칼럼 14] 과학으로 밝혀진 오이를 못먹는 이유

왜 오이를 못 먹느냐고 물어보는 당신에게

오이, 그 이름만 들어도 인상을 쓰게 해주는 것이며, 자장면을 좋아하지만 채 썬 오이가 올라와 있으면 건져 놓고 먹기, 냉면 위에 있는 오이도 매번 골라 놓고 먹기 시작한다.

 

나는 오이의 그 향을 정말 싫어한다. 그래서 밖에서 간혹 어른들과 식사를 할 경우 한마디씩 듣게 되는 말 중에는 몸에 좋은 음식을 편식한다.” “아직 어려서 채소를 가려 먹는다.”는 등이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할 수 없는 오이의 향이 곤욕스러울 정도이다.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모임, 바로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오싫모)’ 이 있다개설된 지 3일 만에 팬 수가 7만을 넘길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모임, 정말 이 정도로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오이는 90% 수분으로 이뤄져 있어, 체내 수분공급은 물론 비타민과 칼륨 함량이 높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체내 염분과 노폐물을 내보내는 데 매우 효과적인 식품이다. 이렇게 몸에 좋은 오이를 왜 싫어하는지 이해를 못 하는 분들도 물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이를 싫어한다면, 그 이유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과연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왜 오이 먹기를 꺼려할까?

 

오이를 싫어하는 이유는 쓴맛 유전자때문?


미 유타대학교 유전과학센터에서는 TAS2R38(taste 2 receptor member 38)라는 유전자를 예로 들어 입맛을 결정하는 데에 특정 유전자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혀냈다. 인간의 7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이 ‘TAS2R38’은 쓴맛에 민감한 PAV 타입과 둔감한 AVI 타입이 존재한다고 한다. PAV 타입의 사람은 AVI 타입에 비해 쓴맛을 100~1000 정도 더 민감하게 느낀다고 한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 PAV 타입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PAV 타입의 사람들은 쓴맛을 함유하고 있는 PTC라는 유기물질을 함유하는 식물을 먹을 경우 ‘TAS2R38’ 유전자가 강하게 발달된 사람들은 이들 음식에서 참을 수 없는 쓴맛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오이의 쓴맛은 주로 꼭지 부분에서 많이 나는데, 이 쓴맛은 쿠쿠비타신(cucubitacin)’에라테린(elaterin)’ 성분 때문이라고 한다.

 

오이를 싫어하는 이유는 때문일까?


오이를 싫어하는 나는 다른 사람들은 향긋하다”, “시원하다등의 느낌보다 오이에서 나는 특유의 향이 거부감이 들게 한다그런데 이 오이 특유의 향은 오이 알코올(cucumber alcohol)’이라 불리는 2,6-노나디엔올이다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불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대단한 미식가'?


오이 특유의 쓴맛과 향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은 오이를 싫어하는 이유로 꼽는 하나는 바로 뛰어난 미각이다. 남들보다 미각이 발달해 쓴맛과 독특한 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쓴맛을 100배에서 1,000배까지 느낀다는 것이 그 이유를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오이를 못 먹는 사람들은 뛰어난 미각을 가진 슈퍼 테이스터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이를 못 먹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많은 현상들이 과학과 관련되어있다는 면에서 흥미로움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거나 먹은 것만 옳다고 생각하고 보지 못한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주변에 오이 또는 특정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인간의 몸에 신기한 현상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해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칼럼소개: 우리 주변에 있는 거의 모든 물건들이 화학제품으로 만들어져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화학제품에는 사람에 몸에 안 좋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안을 생각해보고 글을 씀으로써 화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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