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LALA LAND, 꿈, 그리고 재즈

LALA LAND, 재즈, 그리고 꿈

 

지난 겨울 나를 열광하게 했던 뮤지컬 영화 한 편이 있다. 바로 <LALA LAND>이다. 뮤지컬 영화와 재즈라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많이 호불호가 갈리던 영화이긴 하지만, 나에게는 정말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뮤지컬 영화를 좋아한다. 본디 영화란 허구성과 현실성이 맞닿는 곳에서 짜릿함을 선사한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평범한 거리를 거닐다가 노래를 부르거나(영화 Singin' in the rain의 진 켈리처럼), 평범한 일상에 존재하던 개개인이 하나되어 함께 춤추는(영화 맘마미아에서 마을 여자들이 다같이 <Dancing Queen>을 부르던 것처럼)뮤지컬 영화는 나의 삶을 춤으로 만들어주는 마법같은 공간이다.



그런 점에서 라라랜드는 뮤지컬 영화의 허구성을 잘 살린 영화다. 오프닝에서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 노래 another day of sun. LA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노래부르는 장면은 타인들 사이의 우연적인 합작과 교감을, 그 순간을 담아내는 예술과 열정을 그려낸다. (가끔가다 거리 플래시몹은 있지만 언제나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LA의 고속도로에서 노래와 춤을?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연인과 함께 앉아 노래를 부르고, 군중과 함께 발맞춰 춤추는 장면을 우리는 모두 언젠가 한번쯤 상상해 본 적이 있지 않는가. 데미안 차젤은 음악과 영상을 통해 관객에게, 등장인물에게 꿈을 보여준다.


그렇다. . 이 꿈이라는 단어는 라라랜드의 핵을 이루고 있는 단어이다. 라라랜드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꿈을 꾸고 있다. 미아(엠마 스톤)은 배우로 성공하기를 꿈꾸고 있고,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은 전통 재즈를 지키고, 자신만의 클럽을 여는 것을 꿈꾼다. <Another day of Sun>, <Someone in the Crowds>, <Audition>, <City of stars> 등 많은 노랫말들이 꿈과 성공을 노래한다. 그렇기에 꿈꾸는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는 열정 넘치면서도 생경할 정도로 애잔하고 절박하다. 그 영화를 보면서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건 그들의 절망과 간절함이 모두에게 전달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영화가 한 달이 넘게 상영관에 남아있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꿈이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방식으로든 강렬한 감정을 남긴다는 의미이다.



이 영화에서 말하는 꿈은 그저 일적인 성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7분에 달하는 에필로그 시퀀스에서 미아는 과거에 끝났던 세바스찬과의 사랑에 대해 if 라는 말을 던진다. 만약 내가 저 사람과 헤어지지 않았다면, 만약 내가 저 사람과 결혼했다면, 만약, 만약. 영화에서는 백일몽을 꾸는 사람이 미아인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그 백일몽은 비단 미아의 것만은 아닐 것이다. 사실 누구의 것이던 중요하지 않다. if가 누구의 것이던, 그때 그들이 던졌던 물음과 울려 퍼졌던 노래, 모든 춤사위 하나하나도 결국 아련한 꿈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제 음악 이야기를 해보자LaLa Land 영화음악의 대부분은 재즈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재즈는 흑인 노예들이 짧은 휴식시간을 빌어 함께 연주하고 부른 음악에서 비롯된 장르이다. 절망적인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함께 불렀던 노래가 재즈인 것이다, 자그마한 희망을 좇아 절박하게 노래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음악으로 재즈만한 것이 또 있을까. 그들의 마음은 재즈의 워킹베이스 선율과 어우러져 하나의 커다란 연극 그 자체가 된다.

 

THAT SOMEONE IN THE CROWD'S THE ONLY THING YOU REALLY SEE

너는 진정 그 군중 속의 한 사람이라밖에 보여지지 않는 걸까

WATCHING ALL THE WORLD KEEP SPINNING ROUND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는

SOMEWHERE THERE'S A PLACE WHERE I FIND WHO I'M GONNA BE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알 수 있는 곳이 세상 어딘가엔 있을거야

SOMEWHERE THAT IS JUST WAITING TO BE FOUND

내가 찾아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초반부 파티씬의 OST <SOMEONE IN THE CROWDS>의 일부분이다. 미아의 솔로부분인데, 흥겹던 노래가 잠시 잦아드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CITY OF STARS>와 맞물려 이 부분이 영화의 전체적인 정서와 등장인물들의 상황을 가장 잘 나타냈다고 느낀다. 결국 우리 모두의 꿈은 사랑받는 것, 어떤 방식으로든 군중 속의 한 사람이 아닌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것이 아닐까(**).


스코어가 아닌 사운드트랙에서 느꼈던 공통된 감정은 아무래도 끈질김과 왠지 모를 서글픔이었다. 라라랜드의 음악은 결코 밝고 희망차지만은 않다. 할리우드에서 성공할 확률은 2%가 채 안된다고 한다. 불가능을 향한 사람들의 세레나데가, 발버둥이 유난히 슬프게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간절히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다.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간절히 바란다고 해서 무조건 꿈이 이루어지지는 않는 법이다. 어려운 시간을 거쳤다고 반드시 바라던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라라랜드의 차가운 현실성과 서글픔은 여기에서 온다. 현실은 꽤 자주, 헌신하는 사람을 배반하는 법이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New York, New York이란 노래가 있다. ‘여기서 성공한다면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어라는 가사는 뉴욕과 아메리칸 드림을 가장 확실한 방식으로 대변한다. 라라랜드의 배경이 뉴욕은 아니지만, LA 역시 이 노래에서의 뉴욕과 같은 의미라 볼 수 있다.




LA와 뉴욕은 진정 드리머(dreamer)들의 도시이다(제목조차 LaLa Land꿈나라라는 의미, LA의 별명이기도 하다***) 디자이너, 가수, 배우, 감독 등 야망을 품고 전 세계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 그렇기에 비극적이면서도 언제나 열정 넘치는 도시. LA는 사시사철 여름같다. 계절을 명시해주지 않는 이상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없는 영화적 배경 속에서 그들의 시간은 꿈같이 흘러간다.

 

긴 칼럼이었다. 첫 칼럼이었기에 이리저리 실수도 많겠지만,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이 글의 맺음말을 헌사하고 싶다꿈을 꾸는 사람들은 언제나 힘들다.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던 자신의 몫이지만, 어떤 선택을 하던, 간절히 꿈꾸는 사람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Here's to the ones who dream, foolish as they may seem, here's to the hearts that aches, Here's to the mess we make.




* 노래의 형식으로 보자면 브릿지 부분.

** 앞에서부터 City of Stars, Someone in the Crowds 가사

*** LA의 위치적 특성-할리우드와 다수의 메이저급 영화사의 스튜디오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그 때문에 배우나 감독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은 LA로 향한다.

 

 

참고문헌(reference)

나무위키 라라랜드

구글 뮤직--someone in the crowd, audution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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