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특성화고 현장실습 학습인가 노동인가?

서귀포 산업과학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최근 안산에서   학생을 추모하기위한  촛불행사가 열렸다 학생은 바로 제주의 한 음료제조회사 실습현장에서 사고로 숨진 제주도의 3실습생 고 이민호 군이었다 이민호군은 제이크레이션 탄산수 공장에서 실습 하던 도중, 제품 적재기에 목이 끼이는 사고를 당해 숨지게 된 것이다


현장 실습 중 숨진 고 이민호 군의 학교인 서귀포 산업과학고등학교 학생 107명과 고인의 부모님은 '제이크리에이션' 탄산수 공장업체의 공식사과와 안전한 실습대책을 세워달라고 촉구 하였다그러나 사망한 지 열흘이 넘도록 업체 측에서는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고 "사고는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실습생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며 잘못을 회피하는 입장이다서귀포 산업과고 학생들 및 시민 사회단체 등은 '현장 실습 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 공동대책위원회'를 조직하여 매주 촛불 행사를 개최 및 해당 기업 제품들의 불매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이번 사고로 인해 지난해 전주 콜센터 여고 실습생 자살 사건이 다시 언론과 매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사회적 수면위로 떠오르게 되었다전주 플러스 콜센터에서 콜센터 업무 중 고난도인 해지방지 상담 업무를 맡게 된 여고생은 여러 가지 폭언과 욕설, 성희롱과 담당자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저수지에 투신자살을 하였다


이러한 사건 외에도 지난해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현장에서 사고로 숨진 김군,  '토다이' 라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했던 군포의 한 학생등의 사례들이 현장실습이라는 잘못된  사회제도가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이면이다. 업무 특성상 10대가 감당할 수 있는 직업인지 고려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한 학교의 잘못 또한 큰 부분을 차치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특성화고는 학교의 실적과 결과를 위해 학생들의 부당한 대우를 보면서도 고발을 막고업체에 대해 눈감아주는 등의 부당한 행위를 일삼고 있었다. 현장실습 사고를 통해 기업과 업체의 잘못만 크게 드러났지만 숨겨진 주범은 학교에 있었다. 학교는 누구 편인지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의아해하였고 이런 것이 바로 대한민국 교육의 부정적 이면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계속되는 이러한 현장실습 자살 사건과 부당대우로 인해 지난 8월 정부에서 새로운 개선안을 발표하였다. 교육과정이 현행법상 근로 중심이라면 개선안에서는 교육 중심으로 교체하였고 현행법상 현장실습의 신분이 학생 및 근로자가 혼용 되어 있다면 개선안에서는 오직 학생이라고 정의하였다. 운영기한은 현행법상 6개월 이내라면 개선안에서는 1개월 내외로 대폭 줄인다고 발표하였고, 2020년 안착 목표로 법령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개선안내용을 자세히 보면 현재 사건들의 포인트를 잘못 집은 허점이 드러난다. 먼저 근로 중심에서 학습중심으로 바꾸는 과정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적용 가능 여부가 미지수 일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조차 없다. 또 근로자 신분에서 학생 신분으로 바꾼다면 산재 보험 적용이 불가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과연 정부가 개선한 법안이 개선인지 개악인지 의구심이 든다.


계속되는 국민들의 분노에 문재인 정부는 직업계 고교생 '조기 취업 현장 실습'을 내년부터 전면 폐지하였다. 전면 폐지라는 것이 진정 인권을 침해받는 현장실습생들에 대한 정확한 대안일까?

대한민국에서 학생 신분으로 살아가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잘못된 부분이 있어도 구체적방안 따위 없는 무책임한 대안을 내놓으며 노동자의 작은 권리조차 지켜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참사 뒤에도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참사가 아닌 예고된 인제였다는 점에서 더 잔혹하게 다가온다.


현장 실습이 아니라 값싼 노동력으로 본 탐욕스러운 자들로 인해 꽃도 피워보지 못한 고교생은 세상을 떠나야만 했다. 전주여고생 사건이 잊히기도 전에 같은 사건이 벌어진 것은 큰 문제다. 이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시스템 정비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자신들의 유한한 권력을 지키기 위해 국정농단을 이어가는 동안 우리 사회는 그렇게 무너져 가고 있었다. 지금 같은 현실 속에서 여전히 사람들이'탈조선' '공무원'  꿈꾸는 이유는 무엇일까부디 우리 사회가 노동자와 학생의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바란다. 일부 힘 있는 노동자의 억지를 들어주는 것이 아닌, 현장실습에 나가 사망하게 되는 힘없는 학생들을 지지해주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이민호 학생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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