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AF 2017, 다양성을 맛보는 시간

지난 주말 및 익일(월)과 모레(화) 열리는 2017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 게스트로 참가했습니다. 본래라면 별 의미 없을 주말을 재밌게 보내게 된 원동력이 되었고, 일본, 미국 뿐만이 아닌, 다른 나라의 애니메이션 및 학생 작품을 보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이 곳에서부터 저의 이틀 간의 경험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봤던 작품들 중 일부를 한번 소개하고 짤막한 감상을 말해보겠습니다.


1. 75개의 언어를 하는 남자


자유주의 독립운동가이자, 75개의 언어를 하는 천재였던 게오르기 사우어바인의 실화를 애니메이션 형태로 담아낸 일종의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여타 우리에게 익숙한 애니메이션과는 다르게 일부 장면에서는 실제 장면을 배경으로 삼아 캐릭터의 애니메이션을 넣는 방식으로 작업하였으며, 성우(리투아니아인 배우)들의 연기를 바탕으로 캐릭터들을 그려낸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인지 캐릭터들의 표정을 마치 실제 사람처럼 잘 그려낸 것이 특징이며,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말하는 주인공의 표정이 일품입니다. 75개의 언어를 공부하고, 소수민족의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그 민족의 언어는 물론 영혼을 지킴으로써 민족의 정신을 잃지 않고자 한 게오르기 사우어바인. 하지만 그를 유일히 사랑했던 한 여자와의 사랑만은 이루지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이 기사(?)를 보실 여러분들도 끝까지 이루지 못한 이 사랑을 지켜보시고 자신만의 사랑을 이루어주세요. 화이팅!


2.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예로부터 작화로 유명했던 샤프트가 그린 애니메이션답게 작화가 좋습니다. 하하하. 일단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 영화는 3가지 키워드로 말하자면, 다음과 같은 3개로 말할 수 있겠네요. 사랑, 경우의 수, 옆? 밑?


아마 이 영화는 '만약'이라는 개념을 얘기합니다. 그리고 경우의 수도 말이죠. 제목에서부터 그 개념이 등장하는데요, 옆이냐 밑이냐 또한 결국 쏘아올린 불꽃을 어디서 보느냐에 따른 경우의 수입니다. 폭죽도 그렇습니다. '만약'이 만들어낸 둥금과 납작은 결국, 다 '만약'이라는 경우의 수입니다. 실제로 이 남주의 한 마디와 함께 본격적으로 영화의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만약 내가 수영 경주에서 이겼다면!' 이 한 마디와 함께 불꽃 구슬을 던지는데, 여기서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등장합니다. 'IF', '만약'. 어쩌면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을 단어입니다.


이걸 보고 있을 여러분도 '만약 이랬다면' 이라는 후회를 한 번쯤이라도 해봤을 텐데요. 이 영화는, '만약 이랬다면 어쨌을까'라는 질문을 계속합니다. 나즈나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리미치는 처음에는 모르더라도 후반으로 갈 수록, 짧지만 하루밖에 없는 하루를 위해 고군분투하죠. 


경우의 수는 우리 일상속에서도 참으로 많이 존재합니다. 실제로 저는 지금 집에서 노트북으로 쓰고 있지만, 어쩌면 오후에 pc방에서 썼을 수도 있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백화점을 통해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갈 때만 해도 그대로 간다는 경우의 수만 따져도 전후좌우 360도를 포함해서 400여가지는 경우의 수가 나옵니다. 모든 행동은 상당히 희박한 확률로 이루어지는 경우의 수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겁니다.


당장 사람이 태어날 때도 같은 사람의 정자와 난자를 받더라도 사람이 태어나는 경우의 수는 800여만가지라고 하죠. 그렇습니다. 어쩌면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은 경우의 수의 딜레마를 체험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실까요? 더 이상 말하는 것은 스포일러가 될 지도 모르니 말을 아끼겠습니다. 이걸 보는 여러분은 이 영화처럼 과거로 시간 되돌려서 경우의 수를 바꿀 순 없으니 매 시에 신중하게 삽시다.


3. TV&커미션


다양한 작품들이었지만 재밌게 본 3가지만 소개하려 합니다.


- 미안해요. 제가 물에 빠져서......


상당히 암울하고 슬픈 내용이지만, 어쩌면 지금 지구 반대편에서는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시리아 내전 중에 전복된 보트에 타고 있던 시체에서 발견된 쪽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했지만, 아직도 그 쪽지의 주인은 알 수 없다고 하네요.


특히 제일 슬펐던 부분은 유서인데도, 삶의 마지막 글인데도 불구, 죄송하다는 말로만 가득 차 있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슬펐을까요? 얼마나 무력했을까요? 얼마나 울었을까요? 어쩌면 사람은 죽음을 눈앞에 두었을 때, 대체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전 감히 예상할 수 없습니다.


- 노 스노우 포 크리스마스


멜로디와 리듬은 어린이들에 맞게 재밌고 활기차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이 주는 메시지는 상당히 진지합니다. 어쩌면 몇십 년만 지나면 전 세계의 크리스마스는 호주의 크리스마스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네요. 호주는 계절이 반대라 산타도 서핑하시던데, 어쩌면 현실이 될지도. 좀 무서워졌습니다.


- 쉘터


어쩌면 가장 꿈도 희망도 없는 결말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결말은 사이트에 나와 있는대로입니다. 다양한 애니메이션에서 활약한 아카이 토시후미답게 어쩌면 가장 익숙한 그림체네요. 하지만 내용은 암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구 멸망을 눈앞에 두고 아빠인지 오빠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남자의 도움으로 여주인공은 살아남게 되지만 장면 중 혼수상태에 빠진 채로 멸망하는 지구를 뒤로 하고 우주로 나가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었네요. 훌륭한 작화와 영원히 깰 수 없는 외로운 꿈에 갇힌 소녀의 표현이 좋았습니다. 비록 단편이라 다음 편은 없지만, 이 소녀가 무사히 외로움의 꿈에서 나와 새 행성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2일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 작품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느꼈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되기도 하고, 경우의 수에 얽힌 사랑을 보고 감동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어두운 결말에 심각해지기도 하고, 재밌는 분위기의 공익광고를 보기도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게임, 영화 등과 더불어 가장 넓은 장르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당장 일본, 미국 드의 주요 제작국을 따지더라도, 상당히 다양한 장르가 있듯이, 애니메이션도 게임 못지 않게 다양한 마음과 장르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 그 확신을 어제 오늘 보면서 느꼈습니다.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전 세계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를 소망하며, 글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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