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전두환 회고록'은 의미 있는 거짓이다


지난 4일 법원은 『전두환 회고록』에 대한 출판 및 배포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광주법원 민사21부(부장판사 박길성)는 '5·18 민주화운동 등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 등을 근거로 지난 6월 5·18 기념재단 및 관련 단체에서 제기한 '전두환 회고록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전두환 회고록』의 출판 및 배포는 재단 및 관련 단체에서 주장한 "5·18은 북한의 개입으로 일어난 폭동이다" 등의 33가지 허위 주장들을 삭제하지 않고서는 진행될 수 없다.

이처럼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의 5·18 관련 내용에 대한 회고록 저술을 역사 왜곡이라 판단하여 위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출판물로서의 가치는 반드시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전두환 회고록』의 내용이 단순한 역사 왜곡이라는 이유로 출판 및 배포를 금지당한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시각들이 존재한다.

네티즌 "suji****"는 "민주화 운동의 고장에서 반민주적 판결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전두환 회고록 따위의 출판을 막기 위해 출판의 자유를 억압하면 어쩌란 건가요? 민주화를 모욕하는 판결입니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전두환 회고록』의 출판 및 배포 금지가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민주적 행태를 보인다며 이번 판결에 대해 아쉬운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영국의 유명 피아니스트 제임스 로도스는 자서전 『Instrumental』에서 어린 시절 당했던 성적 학대에 관한 내용을 저술하자 그의 전 부인이 그녀의 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출판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가처분 신청은 2심까지 인용되었으나 전 세계적 작가 협회 'PEN International'의 영국 지부의 항의 서안과 데이비드 헤어, 미첼 프라인, 윌리엄 보이드, 톰 스토파드 등의 유명 작가들의 지지를 받으며 3심에서 기각되어 출판을 인정받았다.

재판부는 “진실을 말할 자유는 기본권이다… 이 책의 어떠한 내용도 비밀로써 지켜져야 할 정당한 이유는 없다…모든 출판물은 정당성이 있다는 것이 오직 하나의 적합한 결론이다.”라며 이번 대한민국의 판례와는 다른 판결을 내렸다.

따라서 역사적 사실이나 정치적 논쟁 등을 떠나서 『전두환 회고록』은 출판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것이 분명하다. 『전두환 회고록』 또한 역사의 일부분이다. 5·18 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큰 영향을 끼친 역사적 사건이다.

20년간 이어진 군사 독재 정권으로부터 권력을 되찾으려는 국민의 정당한 요구이자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첫 발걸음이자 나아가 학생 운동의 새로운 전환점이 된 역사적으로 뜻깊은 운동임이 틀림없다.

5·18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전 전 대통령의 뻔뻔한 태도와 재산 환수에 대한 소극적 태도는 국민에게 마땅히 지탄받아야 할 행동이다.

그러나 5·18이 일어난 지 채 50년도 되지 않았고, 민주화 운동의 주역들과 그 주역들을 탄압했던 독재자 또한 아직 살아있는 시기가 바로 오늘이다.

전 전 대통령이 출간한 회고록마저 5·18 민주화운동의 연장선이 되어 역사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번 판결에 대해 역사적 가치를 지닌 출판물에 대한 탄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번 판결은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 제대로 된 역사를 되찾았다는 점에서 인정받을 만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전두환이라는 인물에 대한 사료를 없애버리는 것과 같다고도 볼 수 있다.

그가 가진 관점에서 본 5·18 민주화운동은 어떠한지에 대한 자료가 공개되지 못한 채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뒤 역사 교과서를 만들 때,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내용은 또다시 다른 내용으로 왜곡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올바른 역사는 진실만을 좇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소수의견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모든 과정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역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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