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독립영화 감자, 인류의 미래를 말하다

독립영화 감자, 인류의 미래를 말하다

   프란츠카프카의 소설, <변신>은  갑충이 된 그레고르 잠자가 가족들에게 버림받는 이야기를 다뤘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그레고르 잠자를 병간호하지만 점점 그레고르는 가족들에게 귀찮은 존재가 되어간다.

                         

   영화<감자>에서도 <변신>과 비슷한 정서를 다룬 씬이 있다. 청년이 등장하고 노인이 건강하던 시절, 과거의 모습을 천천히 스테디캠으로 촬영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켜져있는 촛불, 타오르는 모닥불, 실내에서  두꺼운 옷을 입는 것, 사람들 등을 보여준다. 예나 지금이나 처해 있는 극한 상황은 똑같은 것이다. 하지만, 과거는 현재와 다르게 높은 채도로 대조된다. <감자>에서도 <변신>속 가족들 처럼 서로 의지하고 극복해나가려 한 것이다. 하지만 극한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채도는 과거와 현재를 말하는 것 외의 기능도 한다. 꼬마아이는 다른 인물들에 비해 비교적 높은 채도의 붉은색 옷을 입었다. 꼬마아이는 순진하게 감자를 보고 “이게 뭐야? 먹는 거야?”라며 남자에게 묻는다. 영화는 “감자야”라는 말대신 타이틀 인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앞으로 전개될 감자이야기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나마 어른들보다는 판단 능력이 확립되지 않았기에 비인간적 행동들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색으로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감자>에서 그레고르 잠자의 역할을 하는 것은 노인이다. 노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힘없이 누워있다. 남자는 '죽은 거 아니야?'' 다른 곳은 다친데 없나?' 라고 대사를 던진다. 외면적으로 봤을 땐 노인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대사다. 하지만 그의 어투와 영상의 낮은 채도는 각박한 상황이란 분위기를 조성한다. 때문에 내면적으로 이 대사는 남자가 노인이 죽어서, 다친 곳이 있어서, 식량이 되어주길 바라는 듯하게 느껴진다. 특이한 점은 이 남자도 노인과 마찬가지로 다리를 절룩거린다는 것이다. 이는 남자도 훗날 노인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직면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영화에서 그린 한 집안의 구성원은 노인, 젊은 여자, 어린아이, 성인 남자 둘이다. 각 인물은 여성, 남성, 어린이, 노인이라는 모집단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이런 상황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비인간적인 모습은 일부 사람들이 아닌 세상 사람들 모두의 모습이라고 여겨진다. 그럼 모든 인간들은 내면에 비인간적인 면이 내재되어 있는 걸까? 맞는 말이지만, 꼭 굳이 인간은 악을 지니고 있다는 성악설로 단정 지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감자>속 집안 환경을 살펴보자. 밖은 눈보라가 몰아치고 집안에서도 두꺼운 옷과 담요를 고집하는 것으로 보아 난방도 잘 되지 않아 보인다. 벽지 따윈 존재 하지 않고 심지어 집의 천장은 비닐하우스 위에 이불을 덮어 놓은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꼬마아이는 감자를 보고 '이게 뭐야? 먹는 거야?' 라고 묻고 육수를 거리낌 없이 마실 만큼 제대로 된 식사를 한지는 아주 오래 된 듯하다. 젊은 여자는 한창 꾸밀 나이 임에도 헝크러진 머리를 한 채 머릿속에는 식량걱정으로 가득차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 누가 비인간적인 모습을 드러 내지 않을 수 있을 까. 이것은 비인간적인 모습이 아닌 필연적인 모습이라 생각한다.


   긴급하게 쾅쾅거리는 노크 후 등장하는 인물은 실세가 된다. 처음 등장하는 사람은 남자이다. 남자는 이성을 잃지않은 청년을 폭행한다. 후에  다시 쾅쾅쾅거리는 긴급한 노크소리 후, 성근의 등장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앞서 남자는 성근을 '한심하고 병신같은 새끼'라며 비하한다. 하지만 이후 '병신같은' 성근은 감자한자루를 얻어온다. 이때 하이레벨과 감정을 대변하는 조명으로 집에 있는 사람들을 촬영한다. 반면에 성근은 아이레벨로 촬영해 남자가 느낄 감정을 고조시킨다. 곧이어 성근은 집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달라니까 주던데요'라며 해맑게 웃어 보인다. 즉 성근이 실세가 된 것이다. 이는 남자가 윤리의 게임에서 성근에 패배한 느낌을 준다. 


   극한 상황속에서 본성을 드러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인간이 아닐 것이다. 다행인건 영화와 다르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극한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사회에서 남자와 같은 태도를  보인다면 그것은 큰 문제가 된다. 현대인들은 너무 고차원적이다. 학문이 발달했고 인간의 지능은 과거보다 높아졌다. 영화는 우리에게 인류를 되돌아보게 만들고 성찰하게 한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