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찬의 독서 칼럼] SF 의 제왕 듄

SF 장르는 실제 과학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동원하여 미래 세계를 만드는 판타지 소설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또한 우주적 SF는 이런 SF 장르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판타지, SF 장르를 아우르는 기념비적인 작품이 있다. 바로<듄 시리즈>이다.

 

<듄>은 내가 미처 비판할 틈도 없이 빠져들게 만들었다. ㅡ칼 세이건

 

<듄>의 배경은 이러하다. 시간대는 서기 만년 이후이며 인류는 이미 오래전 우주 제국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인간의 정신을 본뜬 기계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종교단체가 온 우주에 퍼졌고 곧 '지하드'라는 성전을 일으켜 온 우주의 기계가 거의 파괴된다. 기계 대신 우주를 항해할 방법으로 '스파이스'라는 물질이 선택되고 그 스파이스의 유일한 생산지가 책의 배경인 '아라키스' (혹은 '듄'이라 불린다)이다.

 

 

SF 소설계의 최고의 상인 네뷸러 상과 휴고상을 둘 다 받은 책,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SF 책, 등등 <듄>에 달린 수식언은 아주 많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많은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주목하고 싶다. 물론 작가, 개발자들의 생각을 알 수는 없지만,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유명한 미니어처 게임인 <워 해머 40000>에 대부분의 설정에 큰 영향을 끼쳤고, 조지 루커스의 <스타워즈>의 여러 설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에 자주 등장하는 우주 제국의 기원이라 봐도 좋다. 또한 스파이스를 만드는 주체인 샌드웜(모래벌레)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의 '오무'의 설정에 영향을 크게 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스타크래프트> 또한 직, 간접적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된 적 있다.

 

그렇다면 이런 객관적 자료들을 보았으니 이젠 주관적인 의견으로 판단하자면,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방대함과 자세함에 있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아라키스의 생태, 지리, 지질, 원주민의 문화, 종교, 이곳을 둘러싼 이해관계, 이해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오랜 역사, 과학 이론과 그것을 적용한 각종 도구, 이동 수단,  등등 아주 자세하고 오류가 생기지 않도록 서술되어 있다. 또한 다른 작품과 다른 점은 그 많은 것들이 거의 다 책 안에 있으며 부족하면 뒤에 사전을 넣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듄>은 가히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였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6권에 달하는 장편소설이면서 1권의 쪽수가 1,000쪽에 달할 정도로 두껍고 여러 은유 표현과 작가가 만든 단어 등을 활용하기에 읽기에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 책은 꼭 한 번 읽어보아야 할 명작이다.  우리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또 다른 명작을 만들어낼 영감을 받을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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