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현의 의료/심리 칼럼] 가을을 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금은 어느새 11월 말, 나이를 불문하고 11월 중 가장 큰 일이라고도 할 수 있는 수능이 지난 지금은 연말이 다가오는 시즌이다. 벌써부터 캐롤을 들으며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사람, 아직 가지 않은 가을을 만끽하려 단풍을 바라보는 사람 등 모두가 추워지는 날씨를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점점 두꺼워지고, 아침에는 입김이 나기 시작한다. 더워서 힘든 여름이 지나고 이제 눈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설레일지 모르겠지만, 이 시기 우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가을이 되었을 때 특히 외로움, 무기력함, 쓸쓸함 등의 감정을 자주, 또 깊게 느끼는 사람들은 우리는 흔히 '가을 타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이는 때로는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가을을 타는 데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모든 사람이 느껴로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것이다. 이 우울증에는 공식적인 명칭도 있는데, 겨울철, 사람들에게 많이 찾아오는 이 우울증을 SAD, 증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부른다.1

 

이 계절성 우울증은 가을과 겨울 중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다른 계절보다 일조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조량은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분비에 관여하는데 가을과 겨울에 일조량이 줄어들면 체내에서 형성되는 호르몬의 양도 줄어들기 때문에 우울함이나 무기력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계절성 우울증의 증세로는 식욕이 느는 것도 있는데, 이때 체중이 늘어날 경우 더 우울한 기분을 크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가을에 이러한 증상이 찾아오면, 이것이 바로 흔히 말하는 ‘가을 타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가을을 타는 것은 그저 트렌치코트를 입고, 떨어지는 단풍을 바라보고 슬퍼하며 시를 끄적이는 놀림거리가 아닌, 호르몬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증상이었던 것이다.2 

 

 

계절성 우울증은 병원에 가면 과학적인 여러 가지의 방법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마음에 상처가 있거나 혹은 큰 충격을 받아서 생기는 우울증이 아닌 이런 계절 변화에 따라 찾아오는, 과학적 감정 변화일 뿐인 이 증상을 병원에 가서 치료하라고 말해 주고 싶지는 않다.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는 시기에는 나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계속 상기시키며 그런 나를 위한 일들을 해보자. 일에 치이고 공부에 치여 시간이 없다 하더라도 밥 한 끼를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도 있고, 모든 일정이 끝난 후 집에서 자신의 취미 활동을 즐기거나 좋아하는 드라마, 영화 등을 봐도 좋다. 또한, 일조량이 줄어드는 것이 호르몬 분비가 저하되는 원인이기 때문에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자. 평소 집에 있기를 좋아하더라도 밖에 나가서 산책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햇빛을 받다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계절성 우울증은 모든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증상이다. 자신이 아닌 주변인이 이러한 증상을 가진 듯 하더라고, 가볍게 가을 탄다고 놀리기보다는 함께 밖에 나가서 햇빛을 쬐면 그 친구도, 나도 어느새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이 글을 읽고 나서는,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밖에 나가서 마지막 단풍을 즐기고 가을 하늘을 즐기면 어떨까? 기분이 쉽게 처지고 무기력해지는 이 시기,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능동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면 오히려 더 기분 좋은 시원함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각주

1.참고: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843267&cid=63166&categoryId=55605

2.참고: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211218&cid=40942&categoryId=32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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