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강의 사회 칼럼] 복지 선진국이라는 오칭

 

 

 

세계적으로 유명한 복지 선진국은 어디일까?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도 손에 꼽히지만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한국이 대표적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민 의료 보험 제도와 교통 복지로 복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이 복지 제도가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을 필요가 있다.

 

지난 8월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린 사건이 있었다. 바로 수원 세 모녀 자살 사건이다. 수원에 살던 세 모녀가 동반 자살을 했던 것인데 근데 이 사건이 충격적인 이유는 바로 그들의 자살 이유다. 엄마는 암 투병하고 있었고 두 딸은 희귀성 난치병을 앓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극심한 생활고와 경제적 부담에 시달리다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세 모녀의 건강보험비는 16개월이나 연체되어있었고 기초 생계 급여와 재난적 의료비 지급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복지 혜택을 전혀 모르고 생활고로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수원 세 모녀 사건 때문에 재조명된 사건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지난 2014년 겨울에 일어난 송파 세 모녀 사건이다. 이 사건은 수원 세 모녀 자살 사건과 흡사한 부분이 상당히 많은데 그중에서 가장 흡사한 부분이 바로 생전 피해자들이 기초 생활 급여나 의료 복지 혜택을 전혀 제공받지 못했어가지고 자살을 결심했다는 것이다.1 

 

우리나라는 국민 의료 보험을 앞세워서 복지 선진국으로 불리고 있다. 실제로 뛰어난 의료 체계와 복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노인 대상 복지도 우수한 편이다. 하지만 대체 왜 이런 사건들이 자꾸 발생하는 걸까? 그것은 바로 대한민국의 복지 시스템의 기본 틀에 있다. 대한민국 복지 시스템은 철저히 '복지 신청주의'이다. 이 말인즉슨 대상자가 복지를 신청해서 받는 구조인데, 대상자가 복지 체계를 인지하고 있지 않다면 복지의 혜택을 받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거기에다가 복지 관련 사업에 투입되는 공무원의 수도 턱없이 부족해서 복지 시스템을 홍보하고 다니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다. 복지 시스템이 그야말로 '그림 속에 떡'이 된 셈이다. 

 

복지 신청주의를 개선해도 여전히 문제가 많다. 기초 생활 급여량이 생계를 유지하기에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게 첫 번째 문제이다. 기초 생활 급여를 3인 가구 기준으로 한 달에 130만 원을 주는데 130만 원으로 3인 가구가 한 달 동안 생활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노동을 할 수 없는 전제하에 받는 기초 생활 급여인데 부가적인 수입도 없는 상황에서 공과금과 보험금 집세까지 내면 식비나 생활비로 쓸 돈이 부족하다. 두 번째로 복지를 신청하는 과정이나 절차가 너무나도 복잡하다. 까다로운 복지 대상자 기준을 통과한 후에도 심사받고 자신이 복지 지원 대상자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지만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시스템 때문에 한국의 복지 시스템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대한민국 복지는 크게 변화해야 한다. 기본 틀부터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다. '복지 신청주의'를 없애고 대상자의 신청 없이도 기준에 충족한다면 지원이 되도록 바꿔야 하는가. 또한 기초 생활 급여량과 지원을 늘려서 인간으로써 기본적인 삶은 누릴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이렇게 바뀐다면 국가 예산에 무리가 갈 수 있다. 하지만 틀부터 다시 짜더라도 무고한 목숨이 희생되지 않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 한 개 발자국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이건 국가로써의 호의가 아니라 국가로써의 의무이다. 

 

각주

1.참고: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559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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