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영의 사회 칼럼] 두 번째 화살을 겨냥하는 사람들

 

본격적인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10월 29일에 일어난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애도를 표하며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겠다.  

 

종종 어떠한 사건이 발생하고 그에 따른 피해자가 나타났을 때 그 피해자를 모욕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특히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의 댓글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으며 우리 주변 사람들의 잘못된 생각에서부터 비롯된 말이 피해자들을 겨누는 모습도 자주 마주한다. 이렇듯 사건의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모욕하고 '네가 그런 동기를 만들었잖아, 왜 그런 행동을 해서, 왜 그런 옷을 입어서, 왜 그곳에 가서 그런 일을 당해'와 같은 말처럼 피해자를 탓하고 배척하는 행위를 '2차 가해'라고 한다. 2차 가해는 성범죄 피해와 관련하여 자주 나타나며 그 외의 사건에서도 나타난다. 

 

근래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하여 많은 사람들이 2차 가해를 저지르고 있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까닭도 인터넷을 통해 접하게 된 참사와  관련한 사람들의 2차 가해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뉴스의 댓글을 보면 몇몇 이들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게 '네가 그곳에놀러 가서 일어난 일이잖아'와 같은 뉘앙스의 말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참사의 희생자 중에는 행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식사를 하러 간 사람부터 시작하여 마침 근처에 할 일이 있어 잠시 일을 보러 간 사람, 즐거운 마음으로 구경을 온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또한 오랜만의 행사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며 이를 제시간에 통제하고 질서를 지키며 관리했다면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통제하거나 관리하지 못한 관리의 주체와 다치는 이를 무시한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이 아닌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며 논리적으로도 모순은 많다. 

 

2차 가해는 피해자와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무슨 영향을 미칠까? 당신이 길거리에 서있는데 어떤 사람이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가 당신을 쳤다고 상상해 보자. 그 사람은 왜 길거리에 서있냐며 당신을 욕하고  주변에 서있던 사람들도 합세하여 당신을 비난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당신이라면 무슨 생각이 들겠는가.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앞을 보지 않고 걷다가 사람을 친다면 친 사람이 잘못한 것이며 사과해야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 되려 자신에게 화를 낸다면 당연히 억울하고 분개할 것이다. 만일 그 화살이 나의 가족을 향한다면, 그 피해의 규모가 컸다면 그 분노는  배가 될 것이다. 이처럼 2차 가해는 피해자와 그 유족들에게 정신적, 심리적 고통을 증폭시키고 때때로 죽음으로까지 몰아간다. 

 

안타까운 일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그 일은 되풀이되고 있다. 현재 우리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원인을 파악하고 방지해야 하며 자기 자신이 또 다른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자신의 비난의 목소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았는지, 오히려 피해자들의 상처를 깊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 볼 시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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