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그림을 그리는 전혀 다른 방법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 결정적 순간(예술의 전당)

미술사에서 카메라의 등장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을 만큼 커다란 사건이었다. 이는 상황과 인물 등을 똑같이 재현하는 데 급급했던 화가들에게는 큰 위협이 됐던 동시에 작가 개인의 주관과 의미를 강조하면서 미술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고, 그 결과 그림과 사진은 각자의 특성을 살려 독단적인 예술세계를 개척해 나가게 되었다.

 

오늘은 카르티에 브레송이 전하는 예술로서의 사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모두 이 작품을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사진은 카르티에 브레송의 대표작으로, <결정적 순간>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 주제를 가장 잘 드러내는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화면은 아주 결정적인 순간, 찰나의 순간을 담아내고 있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그림과 차별되는 사진의 특성, 또 그 특성으로 인한 예술로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하다.

 

첫 번째로, 아무리 빨리 그린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데다 완벽한 형태와 양감을 담아내기는 어려운 그림과 달리 사진은 아주 객관적이고 신속하다. 따라서 사진은 순식간에 일어나는 단 한 번뿐인 상황을 그 어떤 것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화면에 담아낼 수 있다.

 

두 번째로, 이 상황은 진실하다. 작가의 주관이 반영된 색과 형태로 쉽게 변형되는 그림과 달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에서 우리는 눈으로 볼 때는 순식간에 진행되었을 상황을 영원히 붙잡아 오래도록 감상할 수 있다. 더불어 보고 있는 것이 ‘사진’이라는 데에서 오는 자체적인 현실감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문제의식을 느끼고 비판적으로 감상하도록 유도한다. 실제로 그는 항상 긴장한 상태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했으며 꾸밈없고 자연스러운 현실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작업을 할 때 피사체들의 주의를 끌지 않도록 애썼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사진 역시 작가의 주관을 담는 것이 가능하다. 제작하는 과정 자체에 화가가 개입하는 회화와 달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남긴 말처럼 어떤 순간을 담아내는 것은 카메라가 하는 일이지만 그 상황을 포착하고 어떤 장면에 셔터를 누를지를 결정하는 일은 모두 작가의 몫이다. 그뿐만 아니라 각도를 조금 올리거나 내리는 것, 화면 중앙에 어떤 정물이 올지 선택하는 것처럼 틀을 규정하는 역할도 작가가 하게 된다. 이런 요소들을 이용해서 작가는 사진을 통해 자신만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말하고 더 나아가 사진 속 그들의 입장에서 관객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오늘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전을 관람하고 느낀 그림과 사진의 차이점과 예술성에 대해 소개해보았다. 지구 구석구석을 누비며 어딘가에서 일어났을, 아주 사소하고 개인적이면서도 때로는 정치적이고 비판적인 메세지를 담아내는 작품을 했던 그가 남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결정적 순간들’을 이렇게 쉽게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겐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라 여겨졌다. 또 전시 중간중간 나와있는 영상에서 보여지는 그의 작업 과정과 그가 사진을 찍는 행위에서 발견한 여러 철학적 의미, 그리고 깊은 애정은 앞으로 살아갈 우리가 인생을 대할 때 배워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평소 그림 전시가 더 익숙해서인지 이번 사진전을 볼 때 완전히 새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왜 이런 구도로 찍었을까, 이 인물의 마음은 어떨까, 이 다음 순간엔 어떤 상황이 펼쳐졌을까, 작가는 어떤 말이 하고 싶어 셔터를 눌렀을까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사진 속에서 답을 찾아내다보면 여러분도 나처럼 미술 전시와는 다른 재미를 느끼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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