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서연의 예술 칼럼] 기이하고도 신비로운 팀버튼의 작품세계

THE WORLD OF TIM BURTON

 

 

여러분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처음 보는 신선한 발상과 독특한 연출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본 기자 역시도 재미있게 보았고, 몇몇 기이한 연출에 시선이 갔었다. 이 영화를 통해 팀 버튼을 알게 되었고, 팀 버튼의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난 9월에 전시회를 관람했다. 이 전시회에선 팀 버튼의 초기 작품부터 현재의 작품까지, 그가 그려온 수십 년간의 예술 세계를 볼 수 있었다.

 

그의 초기 작품은 무제, 즉 제목이 없는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괴물을 좋아했고, 괴물영화를 즐겨봤다. 그는 괴물을 무섭다고 여기지 않고, 인간보다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작고 조용한 시골 동네에서 자라 늘 지루했던 그는 연말이 되면 화려하게 꾸민 동네를 보면서 심심했던 일상에서 탈출한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홀리데이 테마'는 감성과 풍자적 암시가 섞여 자주 사용하는 모티브가 되었다. 그 영향을 받은 영화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즐거운 크리스마스에 악몽과 괴기스러움을 담아 탄생했다. 또한 그의 상징적인 테마로 쓰이는 '카니발레스크'1는 유머와 공포를 융합한 여러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카니발2이라는 종교적 모순을 통해 진지한 분위기에서 말장난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괴기한 즐거움을 상징하게 했다. 배배 꼬인 혓바닥, 밖으로 튀어나온 눈동자, 어릿광대, 불쾌한 기분을 주는 광대들은 이러한 이중성을 더욱 잘 살려준다. 오해받는 낙오자도 팀 버튼의 예술세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테마이다. 유령신부, 가위손, 크리스마스의 악몽, 1993년의 재스캘링턴, 프랭캔위니 등 영화 속 주인공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괴물들은 현실과는 거리가 멀지만 드라마틱한 장면에서 동정심과 측은지심을 일으킨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공통된 특징은 하얀 큰 동공에 점같이 작은 눈동자, 사방으로 뻗친 산발 머리, 해골이나 졸라맨과 같이 뼈대만 남은 사람의 형상 등이 있다. 그의 인물 그림은 사람의 형태보다 좀비의 모습에 더 가까워 보였다. 팀 버튼은 사물을 그만의 방식으로 남다르게 보는 예술가적 성향을 보여준다. 인간, 동물, 신화 속 인물이 뒤섞여 재창조된 캐릭터들은 그의 독특한 스타일을 더욱 강조해준다. 오히려 이러한 점에서 팀 버튼의 작품세계가 더 끌렸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소재로는 풍선이 있다. 그는 "풍선은 늘 무언가를 내제하고 있다. 공허하게 늘어져 있다가 한편으로는 가득차 떠다니는 것을 보고 있자면, 왠지 모르게 아름다우면서 비극적이며 슬프다가도 활기차고 행복한 무언가가 동시에 존재했다" 라고 했는데 이런 모습이 마치 나에겐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전시회에서는 팀 버튼의 상상 속 아이디어가 영화로 만들기 전에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컨셉 드로잉, 페인팅 대본,  스토리보드 등을 통해 영화의 스토리와 명장면이 탄생하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준다. 팀 버튼은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놓치지 않고 스케치북, 호텔 노트지, 레스토랑 냅킨 등에 그림으로써 그의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그는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영감을 기록하면서 자신만의 관점으로 상상력을 펼쳐왔다. 팀버튼의 특유 환상적이면서도 현실을 탈피한 이미지들은 결국 이렇게 탄생하였다. 

 

 

남편과 아내는 사랑해서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았지만 자신들이 낳은 굴 소년을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고, 고통으로으로 인식했다. 그리고는 성 기능에 문제가 생긴 남편은 의사와 상담 후에 또 다른 자식을 낳기 위해 굴 소년을 먹어버린다. 장례식을 치르지만 아들에게 미안함도 없고, 추모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고통이 끝났음을 애도하고 신에게 구원을 바란다. 부모라는 이유로 자식을 낳고 삶을 주었지만 죽음 또한 주었다. 이 내용은 너무 충격적이었지만 정작 팀 버튼은 이런 비상식적이고 기묘한 이야기를 덤덤하게 풀어낸다. '굴 소년의 우울함 죽음' 책은 여러 단편으로 구성하여 여러 가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을 보면 팀 버튼의 세상을 바라보는 아름다움, 비극, 사랑 등 남다른 그의 세계관을 알 수 있다.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듯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유머와 우리가 감추고 싶은 마음 속 민낯을 보여준다.
 

전시회장 내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서 본 기자가 보고 느꼈던 많은 작품을 소개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다행히 전시장 밖에 여러 조형물과 그림들을 전시하여 팀 버튼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게 했다.

 

팀 버튼은 인터뷰에서 "저는 언어 구사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를 그림으로 그리는 게 더 쉬웠어요."라고 말했다.3 그는 자기 말대로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가 앞으로 그려 나갈 독특한 감성과 자신만의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어떻게 표현될지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리고 또다시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올 영상이 기대하게 한다.

 

1.뜻: 전통적 문학을 가정을 통해 우스꽝스러운 유머와 무질서를 통하여 전복시키거나 해방시키는 문학양식

2.뜻: 사순절에 직전에 사치와 유흥을 즐기는 명절

3.인용:https://www.yna.co.kr/view/AKR202204290970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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