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한국의 정서가 그림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글 시작에 앞서, 이 전시는 아쉽게도 이미 전시기간이 만료되었음을 전한다. 

 

알고 있는 한국 화가가 있는가? 있다면 몇 명 정도 되는가? 아마 손에 꼽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 같다. 마찬가지로 나도 그랬다. 그러나 이번 전시를 통해 화려하고 인지도 높은 서양 미술과 비교했을 때, 제 가치만큼 인정받지 못했던 그 위대한 걸작들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한국 화가들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깊이 생각해본 시간이 부족했던 나 역시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전시실은 이상범의 <산고수장>, 박수근의 <농악>, 이중섭의 <황소>/<가족과 첫눈>, 김환기의 <산울림>, 장욱진의 <새와 아이>, 남관의 <가을 축제>, 천경자의 <노오란 산책길> 등 57점에 달하는 귀한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 깊었던 작품 몇 점을 소개해보겠다.

 

 

첫 번째로, 장욱진의 <새와 아이>이다. 처음 보자마자 느꼈던 분위기는 단아하다. 또 청명하다. 그리고 심플하다. 한국의 멋과 정서를 그대로 살려낸 듯한 이 작품은 파란색으로 그려졌지만 따뜻하고, 단순한 형태이지만 심오하며, 매우 동화적이어서 순수하고 장난기 넘쳤던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잠시나마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어쩌면 신비롭다. 시간이 될 때 최종태의 <장욱진, 나는 심플하다>라는 책을 함께 읽어보면 그가 어떤 마음과 가치관으로 작업에 임했는지 더 세세하게 알 수 있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두 번째로, 박수근의 <농악>이다.

시선이 닿자마자 해 질 녘, 그 미지근하지만 향기로운 여름 흙냄새가 훅 끼쳐오는 이 그림은 더없이 단순한 형태로 그려졌으면서도 내가 이미 그 세계에서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전해주는 마법 같은 힘을 가졌다. 박수근 작가만의 그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우면서 단단해 보이는 인물의 형태들, 그리고 바위 위에 막 분필로 그려낸 듯한 거친 질감은 누구와도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독창적이어서, 그의 세계에 더 빠져들어 함께 호흡하고 공감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를 주는 것 같다.

 

지금까지 이건희 컬렉션의 작품 중 가장 한국적이라고 느껴 인상적이었던 작품 위주로 2점을 골라 소개해보았다. 전시에 다녀왔던 사람도, 그렇지 않아 아쉬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만약 다녀왔다면 본문과는 다른 어떤 작품들이 인상 깊었고 무엇을 느꼈는지 다시 한번 떠올리는 것도 뜻깊은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다른 전시도 남아 있으니 한국 화가들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우리나라만의 멋에 취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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